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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났는데 청와대 보고는 TV 뉴스보다 더 늦게

지진 났는데 청와대 보고는 TV 뉴스보다 더 늦게

장관님 주무신다? 상부기관에 15분 이후 보고하되 심야시간이면 다음 날 아침에… 어이 없는 지진 대응 매뉴얼


경주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진 관련 매뉴얼에 지진이 나도 15분이 지난 후에야 상부기관에 보고하도록 하고 심야시간의 경우 되도록 아침에 보고하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윈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상청으로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다르면,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 운영매뉴얼’에는 재난 상황에 대한 정부대응의 여러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지진을 탐지한 지 15분 후에야 청와대, 환경부 등 상부기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한 것이 대표 사례다.

심지어 환경부 장관, 차관, 기상청 청장과 차장에게는 심야시간에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되도록 아침에 보고하라고 나와 있다.

▲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 운영 메뉴얼_2016_08. 자료=강병원 의원실

강병원 의원은 “기상청 ‘국가지진센터 운영메뉴얼’은 ‘국민분노 매뉴얼’이다. 지진이 발생한지 15분이 지나서야 청와대에 보고하고, 심야라면 장관의 꿀잠을 위해 다음날 보고한다고 한다”며 “대한민국 정부 위기대응 체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또한 “국민들은 국가적 재난이 벌어진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국가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진 상황에 대한 청와대 보고는 KBS 재난자막방송 후에야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병원 의원이 기상청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지난 9월12일 경주 지진 발생 관련하여 최초로 유선보고를 받은 시각은 지진발생 7분 후인 19시 51분이었다. 경주 지진이 최초 감지된 시각은 19시 44분 36초였다.

하지만 경주지진 관련 KBS 재난자막방송이 최초로 시작된 시각은 19시 47분으로, 청와대 보고시간보다 4분 빨랐다.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지진이라는 국가적 재난에 대해 뉴스보다 늦게 보고받은 셈이다. 나아가 청와대에 경주 지진 관련으로 최초 자료보고가 이뤄진 시각은 지진발생 무려 2시간 후인 21시 41분이었다.

▲ 9·12 경주지진 발생당시 주요 정부부처 보고시각. 자료=강병원 의원실
또한 국무조정실에 지진 발생이 유선보고된 시각은 지진 발생 30분 뒤인 20시 14분이었고, 환경부 장관 및 차관에게 지진발생이 최초로 유선보고된 시각은 지진발생 후 1시간 11분 후인 20시 55분이었다.

강 의원은 “청와대는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청와대의 입장이 이번 지진발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청와대는 국가재난의 중앙 컨트롤타워로서 모든 재난에 대해 제일 선진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무너진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