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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도 “노조 동의없는 성과연봉제, 위법 가능성”

김앤장도 “노조 동의없는 성과연봉제, 위법 가능성”

가스공사 질의에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될 가능성 높아”… 답변 받고도 8일만에 성과연봉제 도입

국내 최대로펌으로 불리는 김앤장이 노동조합의 동의없는 성과연봉제 추진이 위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앤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중 한 곳인 가스공사가 요청한 자문에 대한 답변서에서 이 같은 의견을 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이러한 자문을 받고도 노조 동의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종훈 의원(무소속)은 3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한국가스공사에 보낸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검토’라는 제목의 자료를 공개했다. 보통 공기업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서 법규 위반사항이 없는지 법률회사에서 법률 자문을 받는다. 김종훈 의원실이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김앤장 등 세 곳에서 법률자문을 받았고, 김앤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법규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가스공사는 김앤장에 △노동조합과 합의없이 보수규정을 개정하여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에 해당되는지 △취업규칙 불이익에 해당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어, 유효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노조가 이러한 성과연봉제의 효력을 무산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94조1항)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꾸려면 노조의 동의 혹은 노동자 과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가스공사는 성과연봉제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또 해당한다고 하면 ‘사회통념성 합리성에 있는’ 경우는 아닌지 질의한 것이다.

▲ 김앤장이 가스공사에 보낸 답변서 일부. 자료=김종훈 의원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 보수규정 등을 개정하는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된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 이유는 성과연봉제로 인해 임금에 있어서 노동자의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가 내놓은 성과연봉제에 따르면 1급 직원은 기본연봉의 차등 폭이 종래 ±1%에서 ± 2%로, 2급 직원은 기본연봉의 차등 폭이 종래 ±1%에서 ±1.5%로 각각 확대되고, 3급 및 4급 직원은 종래 고정적으로 지급받던 기본급 및 고정상여 250%가 기본연봉으로 전환됨에 따라 ±0.5%의 차등이 발생하며 종래 고정적으로 지급받던 고정상여 50%, 내부성과급 250% 및 경영평가성과급이 성과연봉으로 전환됨에 따라 성과에 따라 차등 폭이 2배까지 커진다. 또한 성과연봉의 비중 역시 종래 18%에서 30%까지 확대된다.

김앤장은 “성과가 우수한 직원의 경우에는 이 사건 성과연봉제 도입 이전보다 더 많은 보수를 지급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성과가 나쁜 직원의 경우에는 이 사건 성과연봉제 도입 이전보다 더 적은 보수를 지급받게 된다”며 대법원 1993년 5월14일 판례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93년 판결에서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우며, 같은 개정에 의하여 근로자 상호간의 이·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누구는 이익을 얻고 누구는 피해를 보는 성과연봉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 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있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김앤장은 “재판부에 따라서는 이 사건 보수규정 등의 개정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는 데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 귀사에게 일부 유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받는데 불리한 사정 역시 상당히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귀사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위해 보수규정 등을 개정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앤장은 불리한 상황 중 하나로 ‘필요성이 낮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김앤장은 “취업규칙 변경의 내용이 기업의 경영 사정이나 조직운영 측면에서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앤장은 “고용노동부 장관은 공공기관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고,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할 경우 기관 경영평가 가점과 추가 성과급이 지급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그런데 단순히 이러한 사유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이 곧바로 인정되기란 어렵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앤장은 또한 “노동조합 지부의 동의 없이 이 사건 보수규정 등을 개정하여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노동조합 지부 등은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 시행세칙 효력정지가처분,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 시행세칙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위반(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제94조)을 이유로 귀사 및 귀사의 대표이사를 상대로 고소/고발하거나,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앤장은 “하위의 성과평가를 받아 성과연봉제 도입 이전보다 더 적은 보수를 받은 직원은 귀사를 상대로 직접 성과연봉제 도입 이전과 이후의 임금 차액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임금체불을 이유로 귀사 및 귀사의 대표이사를 고소/고발하거나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김앤장 측으로부터 이러한 답변을 받은 지 8일 만인 5월31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가스공사 외에도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12곳, 준정부기관 15곳, 기타 공공기관 13곳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총 40기관 중 노조의 동의를 받은 기관은 19곳으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김종훈 의원은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면서 ‘위법한 것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의견도 무시했다. 이후 소송에서 기관들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성과연봉제를 추진하기 위한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극히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협력하면서 일해야 할 안전업무, 공공서비스 영역마저 경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내부의 갈등만 심화시키고 공공성은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