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태양절 맞은 북한, ‘대화 거부’는 진심일까 아닐까

태양절 맞은 북한, ‘대화 거부’는 진심일까 아닐까

[이슈 분석]한국 정부의 대화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 ‘낙관’ ‘비관’ ‘관망’ 엇갈리는 전망 비교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이 나왔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하루 앞둔 14일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대화제의라는 것을 들여다보아도 아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대화가 이뤄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교만한 술책 vs 남측에 달려 있어
 
북한의 “교만한 술책” 발언을 청와대가 “대화 제의 거부에 유감”으로 맞받아쳤다. 청와대는 처음에 북한이 ‘대화를 거부한 게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가, ‘거부에 유감’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어렵게 마련한 대화 무드가 사라지고 다시 긴장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언론은 북한의 “교만한 술책” 발언을 전하며 각기 다른 대목에 주목했다. 북한이 한국 정부를 비난한 측면에 주목한 언론들이 많았다. 서울신문은 <북, “남 교활한 술책” 청 “대화 거부 참으로 유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세계일보는 <北 “南 대화제의 교활한 술책” 朴 대통령 “거부 참으로 유감”>, 동아일보는 <북 “대화제의는 술책…남 태도에 달렸다” 청 “대화 제의 거부는 유감…개성공단 정상화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 역시 <북 대화 운운은 술책, 남 태도 보고 결정”…박 대통령 “참으로 유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북한이 한국 정부를 비난한 점을 강조하고, 한국 정부가 이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제목이다.
 
   
서울신문 1면
 
 
반면 몇몇 언론은 북한이 “대화 여부가 남한 태도에 달려 있다”라고 말한 점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기사 제목을 <북 “대화 여부 남한태도에 달려” 청와대 “대화 제의 거부해 유감”>이라고 달았고, 경향 역시 <북 “대화 재개는 남측에 달려” 청 “제의 거부에 참으로 유감”>이라고 달았다. 한국일보도 <북, 대화 일단 거부 “남측 태도에 달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긴 했지만 한국 정부의 태도에 따라 앞으로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는 제목이다.
 
   
한국일보 1면
 
 
북한의 의도는?
 
그렇다면 북한은 왜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를 비난한 것일까. 언론은 한국이 대화 제의만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북한의 비난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데에 대한 비난”이라며 비난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역시 “의제가 구체적이지 않은 데에 따른 파이 키우기 차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비난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선물 들고 오라는 뜻”
 
북한이 너무 강경 모드로 일관했기 때문에 쉽게 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태양절을 앞두고 명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김일성의 생일을 앞두고 강경모드로 일관해 왔는데, 갑자기 돌아서기엔 아직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역시 “워낙 많이 나아가버렸기 때문에 쉽게 돌아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김정은의 권력이 아직 확고하지 못한 점이 북한이 쉽게 대화에 돌아서지 못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젊은 나이와 일천한 경험에서 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취약한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를 결속하는 통치술을 구사했는데 아직 기대만큼 효력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의 대화 거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과 만나 대화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북·중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시도”, 즉 “아버지보다 중국에 덜 의존한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3면 
 
 
한국의 의도는?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왜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의 비난을 ‘대화 거부’로 규정한 것일까. 세계일보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더 강력한 대화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북한에 더 밀릴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며 “더 이상 고통을 주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정부가 북측의 구체적인 도발 움직임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3면
 
 
청와대, 일희일비 하지 마라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청와대가 북한의 발언 하나하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은 <북 대남기구 한마디에 청와대 일희일비 남북 다시 맞서나>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경향은 “청와대가 성급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며 청와대가 감정적 대응과 전략부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북한 대남기구의 한 마디에 지나치게 일희일비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역시 정부가 북한의 메시지를 잘못 읽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비난은 “더 구체적이고 성의 있는 안을 내놓으라는 역제안”이었는데 청와대가 대화의 불씨를 꺼버렸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청와대가 이날 밤 갑자기 대화 제의 거부라며 유감을 표명해 겨우 살아난 대화의 불씨가 그대로 꺼져버리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향 3면
 
 
한국 정부가 ‘대화 거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했다가 갑자기 ‘대화 거부’로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향은 “북한 입장에 대한 해석이 반나절 만에 달라졌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대북 메시지가 오락가락”한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역시 “대북 정책의 일관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고, 서울신문은 “대북 컨트롤타워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했다. 
 
향후 전망은?
 
향후 대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언론의 전망은 크게 세 가지였다. 몇몇 언론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경향은 “대화가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입장 발표가 곧 대화의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한국일보는 북한이 발표 형식과 내용의 수위를 이전보다 낮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향후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여지가 남아 있다”며 북한의 반응은 1차적인 반응일 뿐이며, 한국 정부의 태도에 따라 북한이 대화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북한이 대화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전하며 바로 밑에 <고민에 빠진 북, 미사일 ‘기만전술’도 멈췄다>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북한이 대화를 고민하고 있으며, 미사일 발사 위협도 중단했다는 내용이다. 한겨레 역시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는 기사 아래에 <북 태양절 준비 분주… 미사일 조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북한의 위협이 일단 멈췄으므로 앞으로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국일보 3면
 
 
반면 비관적인 관측을 전한 언론도 많았다. 세계일보는 1면에 안개로 가려진 북한 사진을 실었다. 북한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2면에서 “남북한의 힘겨루기가 감정싸움 차원으로 비화되고 있어 북한이 대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한층 희박해졌다는 관측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1면
 
 
케리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북한 문제 해결을 요청함에 따라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 국면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전망한 언론이 많았다.
 
세계일보는 “중국이 압박 수위를 상향 조정하겠지만 조정 폭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의 대북 강경책도 강하게 비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일보 역시 “케리 장관의 중국 움직이기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라며 “오히려 중국 지도부의 발언을 보면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 외에는 양측 간에 이견이 상당하다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의 장은 열어두면서 북한을 압박하자는 입장이지만 중국 정부는 대화로 해결하자는 입장으로 서로 간의 견해가 다르다는 것이다.  
 
반면 아직 낙관적인 혹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17일’에 주목했다. 17일은 개성공단 기업협회가 방북을 신청하기로 한 날이다. 서울신문은 “개성공단 기업협회 임원진의 방북을 허용하느냐가 북한의 대화 의지를 가늠하고 향후 남북관계를 진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조선일보는 “이르면 17일 기업인들의 방북을 받아 들이냐”에 따라 긴장이 완화될 수도 있고, “긴장국면이 더 오래갈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이 한국을 비방했지만 미국은 비방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미국과 양자회담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전했다. 
 
   
조선일보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