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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우리말 겨루기가 된 보궐선거 보궐선거가 '우리말겨루기'가 된 것 같다. 누구는 누구의 단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누구는 누구의 단어가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으니 잘못된 언어 습관을 지적하는 일은 분명히 필요하다. 시대가 변하면 인식도 변하고, 따라서 언어가 변하는 것도 당연하다. 새로운 언어를 통해 우리의 인식과 상상력을 더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말버릇을 지적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함이다. 아니, 오히려 그 무능함을 감추려 빨간펜 선생 노릇으로 정치를 대체 하려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주의자들의 단점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요구하지 않으면서, 언어와 생각을 감시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 성향의 백인 대학생들은 ‘안전한 공간’, ‘공격적인 단.. 더보기
치트키 쓰지 말자 대학생 때 시험기간이 되면 핫식스를 들이키고 30시간씩 잠을 안 잔 채 공부하고 시험을 보곤 했다. 그런데 핫식스는 마법의 약이 아니었다. 내일의 체력을 담보삼아 멀쩡한 정신력을 대출해주는 대부업자였다. 그 결과 시험이 끝나면 죽은 듯이 잠들었다. 혹시 며칠씩 연달아 미래의 체력을 빌리고나면, 한 이틀은 정신을 못 차리곤 했다. 빌려 쓰는 체력의 규모가 커질수록 다시 몸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삶에서 치트키를 쓰는 것에는 다 대가가 있다. 내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자리나 역할을 내 능력 외의 도움을 받아서 맡게 되면, 당장은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언젠가 엄청난 부채로 돌아온다. 문제는 핫식스를 들이킨 결과는 내가 쓰러져 잠자는 것 정도로 끝나지만, 치트키를 써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오른.. 더보기
검찰개혁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검찰개혁이 지금 마치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권력 투쟁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사실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검찰이 전례없는 그 강력한 권한을 통해 우리사회 공정성을 해치고 불평등을 심화시켜왔기 때문이다. 조국 장관 털듯이 중대재해가 벌어진 기업들을 조사했다면 1년에 2000명 넘게 죽어나가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을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되길 바라고 통과될 수 있다고 믿지만 법을 집행할 권한을 지닌 검찰이 저 모양이라면 좋은 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점에 초점을 맞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검찰개혁을 지지하지 않을까 한다. 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343&fbclid=IwAR3kEqKdYHsia17Fy4.. 더보기
혜민스님과 멘토시대의 종말 혜민 스님이 사과까지 한 걸 보니 참 길지 않은 시간동안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9년 전 혜민 스님 못지 않은 청춘들의 멘토였던 김난도 선생님을 인터뷰했던 기억이 났다. 지금 보면 왜 인기가 많았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 한 때 저런 힐링 담론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9년 전에도 난 힐링 담론에 불만이 많았는지 란도쌤을 만나서 이런 저런 질문들을 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두 가지 질문이었다. 1) 교수님도 청춘을 책에 나온 대로 사셨는지 궁금해요. 2) 청년들이 도전을 망설이는 이유가 우리 사회에서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인 측면도 있잖아요. 개인의 노력 외에도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에도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힐링 담론이 헬조선 담론으로 변화한 건 2번의 질문이 대세를 이.. 더보기
전태일, 다수의 연대를 형성할 줄 알았던 사람 어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발언이 꽤 논란이 됐다. 주52시간 근로제를 유예하자는 주장을 하기 위해 청년 전태일의 죽음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윤희숙 의원은 1970년대의 근로기준법을 일컬어 “조금의 일거리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절박했던 시절에 현실과 철저히 괴리된 법을 만듦으로써 아예 실효성이 배제”됐다고 말한다. 이 말대로라면 전태일은 지키지도 못할 근로기준법에 헛된 희망을 품고 아까운 목숨을 버린 사람이 된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보수파들이 종종 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나라’라는, 대한민국의 수식어는 비현실적이고 헛된 희망으로 결론 날지도 몰랐던 전태일 같은 사람들의 도전과 외침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윤 의원의 말.. 더보기
힙통령 장문복에게 배우는 진보정치의 길 며칠 전이 노회찬 대표 서거 1주기이다 보니 노회찬이 꿈꾼 진보정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노회찬이 훌륭한 진보정치인이었던 이유에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주요한 요인은 대중의 평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난 진보정치가 대중화되는 데 있어서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힙통령 장문복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2010년 8월 6일 방영된 대구 오디션. 예선에서 탈락한 한 참가자가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는데, 그가 바로 ‘힙통령’이라 불리는 장문복이었다. 당시 16세의 중학생 장문복은 “한국 힙합, 제가 생각할 때는 좀 어중간한 것 같아요. 길을 못 찾고 있는 거 같아요. 대중성으로나 아니면 음악성으로나 (길을) 못 찾는 거 같아요”라며 ‘힙합 절대.. 더보기
진보정치의 영원한 레퍼런스, 노회찬을 추모하며 나에게 노회찬은 청년이다. 정의당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청년정치학교 강연의 한 꼭지를 노회찬 대표가 맡았고, 나는 당시 당의 청년조직 담당자였다. 강연에 온 노 대표에게 약간 쭈뼛쭈뼛하며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조윤호입니다. 당 청년담당하고 있습니다.” 노 대표가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오, 그래요. 저도 유엔 기준으로는 아직 청년입니다.” 살짝 긴장하고 있던 나는 긴장이 풀리며 웃었다. 3~4초 밖에 되지 않을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늘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대를 고려하며 말하고 행동하는 정치인이었다.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노회찬을 사랑한 이유였다. 6411번 버스와 다수의 삶을 바꾸는 진보정치 노회찬 대표가 서거한 후 20.. 더보기
여가부 '성평등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담긴 잘못된 3가지 전제.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여가부 가이드라인의 효용성과 강제성, 실제 방송제작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판단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저 가이드라인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래 세 가지 전제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1. 음악방송 등 대중문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이돌의 외모가 획일화 되었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나로선 아이돌 외모가 획일화 되었다는 것이 전혀 납득이 안 간다. 아이린이 다르고 하니가 다르고 쯔위가 다르다. 옹성우가 다르고 차은우가 다르고 유노윤호가 다르다. 춤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고 매력도 다르고 캐릭터도 다르고 의상도 다르고 심지어.. 더보기
인간은 누구나 모순적이다. 요즘 들어, 별로 신뢰안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대중(혹은 국민 혹은 나를 뺀 일반사람들)의 모순된 점을 지적하면서 지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은 부류다.당연하게도 모든 인간은 원래 완전하지 않고 모순적이다.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고 내로남불이다. 그게 인간이다.따지고보면 나도 그렇다. 국민연금이 사보험에 비해 보장성도 좋고 필요한거 다 안다. 하지만 내 월급에서 국민연금 빠져나가면 너무 아깝다. 세금도 높여서 복지국가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세금 더 낼 생각하면 아찔하다.누구에게나 이런 모순들이 있다.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동성애 차별은 반대한다. 난민을 도와줘야한다고 여기면서도 내 주변에 난민이 많이 들어오는 건 싫다고 한다. 모순이다. 하지만 그게 인간의 일부다. 인간의 인식.. 더보기
‘그알’의 ‘이재명 조폭연루설’ 편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그알’의 ‘이재명 조폭연루설’ 편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논란이 되고 있는 SBS 의 ‘파타야 살인사건 편’을 보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심층 취재한 바로 그 편이다. 논란이 한참 확장되고 나서야 뒤늦게 보았는데 보는 내내 한 가지 커다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대체 이번 편의 제목인 ‘파타야 살인사건’과 이재명이 무슨 상관이라는 걸까?‘파타야 살인사건’은 가 약 1년 전에 취재했던 사건이다.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의 고급 리조트 주차장에서 25세의 임모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김형진은 지난 4월 검거되었다. ‘그알’은 김형진의 검거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포착해낸다. 김형진이 쫓기면서도 버젓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고 다니고, 심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