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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상파가 밉지만 무료 보편적 서비스 지켜야”

“나도 지상파가 밉지만 무료 보편적 서비스 지켜야”
[인터뷰]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통신용 주파수 급하지 않고, 있는 것도 남아돌아”

주파수심의위원회가 지난 14일 미래부 방안대로 700MHz 중 20MHz를 재난망에 할당하기로 하면서 700MHz를 둘러싼 쟁탈전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 쟁탈전에는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사는 물론 국회와 미래부, 언론까지 가세했다.

국회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주파수를 지상파 UHD 방송에 우선 할당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IT·경제지, 종편 등은 의원들이 지상파 편을 든다며 비판하는 보도를 쏟아낸다. 국회는 왜 지상파 손을 들어주고 있는 걸까? 미디어오늘은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야당 간사인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만나 700MHz, 단통법, 방송법 개정안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우상호 의원은 지상파에 우선 할당해야하는 이유로 공공성을 꼽았다. 우 의원은 “야당은 KBS, MBC의 편파 보도로 피해를 봤다. 지상파 편을 들 이유가 없다”며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700MHz는 아날로그 TV가 디지털화되면서 생긴 여유대역이다. 원래 방송용이었기에 방송의 질적 전환을 위해 쓰는 게 맞다”며 “주파수를 재난망에 우선 할당하는 이유는 공공성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그 다음은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고, 남는 게 있으면 통신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방위 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지난 11일 공청회에서 “UHD 전국방송을 위한 주파수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여야 공감대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우 의원도 이 말에 동의했다. 우 의원은 “미방위 의원 중 UHD 안 해도 좋으니 통신에 주자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여야의 의견은 모아졌으나 지상파의 공공성을 둘러싼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 7%에 불과하며(10~13%라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5700만 가입자가 쓰는 통신이 더 공공적인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우 의원은 “단편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국민들이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보고 있다”며 “직접 수신도 있지만 간접 수신도 고려해야 한다. 직접수신율은 10%지만 지상파 시청점유율은 70%가 넘는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어 “일부 방송은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낮으니 주파수를 지상파에 줄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 방송이 맞나 싶었다”며 “방송의 질을 높이는 데 동참해야지 작은 이익을 위해 통신에 주파수 주자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통신사에 700MHz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우 의원은 “트래픽 때문에 통신사에 주파수가 필요하다는데 통신사가 이미 확보한 주파수 대역도 안 쓰고 있다”며 “통신사에 알아보니 당장 급하지 않다고 하고, 실제 로비도 많이 안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지적대로 미래부는 통신사 편에 기울어져 있다. 의원들이 국감과 공청회에서 지상파 할당을 강조했지만 미래부는 ‘협의해보겠다’며 소극적인 방어를 펼쳤다. 

우 의원은 “미래부가 주파수를 빨리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정통부 후신이라 통신 쪽을 도와주고 싶은 것 같다. 정책적 관성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또한 “미래부가 방송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다”며 “방송통신 융합시대인데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상파가 이미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 의원은 “나도 지상파가 하는 행동을 보면 밉다. 하지만 지상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과 UHD는 다른 문제”라며 “독려하고 감시하되 보편적 서비스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우 의원의 주장은 “지상파에 할당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국익에는 공공성은 물론 산업적인 측면도 포함된다. 우 의원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삼성이 소니를 제치고 올라가지 않았나. 통신에 주면 국내용이지만 방송에 주면 국제용”이라며 “콘텐츠는 물론 TV도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700㎒ 외에도 미방위 위원들이 국감에서 의견을 모은 사안이 있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에서 하나같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법을 통과시켜놓고 왜 미래부한테 따지냐는 비판이 나왔다.

우 의원은 “단통법에는 시장 정상화와 통신비 인하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정부부처는 이 법으로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며 “보조금 대란은 막았으나 통신비 인하효과가 없었다. 그 점을 질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점을 근거로 우 의원은 단통법이 “절반의 성과 밖에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우 의원은 미래부의 감독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 의원은 “미래부가 감독권 행사하면 된다. 요금인가제로 인해 미래부가 요금에 대해 다 안다. ‘왜 폭리를 취하나, 내려’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그렇게 안 한다. 퇴임하고 그 회사 가려고 그러는지, 통신사 눈치를 본다”고 지적했다.

  
▲ SBS 8뉴스 갈무리. 
 

우 의원은 시장원리 강화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제4 이통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담합을 해놓고 공정위가 과징금 매기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한다. 독과점이 버티고 있는 한 요금인하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제조사는 삼성, LG 밖에 없고 둘이 담합해서 버티면 답이 없다. 제조사가 6곳만 되도 싸게 파는 데가 나타날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통사”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제조사가 가격을 내릴 생각이 있어도 이통사가 허락해야 한다. 보조금만큼 가격을 낮추면 되는데 내리지 않는다”며 “이통사들이 고가폰에 고가요금제를 연동시켰기에 단말기 가격을 내리면 손해가 크다.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요금인하의 대안으로 보조금 상한제 폐지, 요금인가제 폐지 주장도 나온다. 우 의원은 이에 대해 “보조금 대란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며 “미래부 권한을 충분히 활용하고, 공정위가 담합을 조정하면 지금보다는 상당한 폭으로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업계의 또 다른 핫 이슈는 방송법 개정이다. 방통위는 재송신 분쟁 등의 조정을 위해 직권 조정과 재정제도, 재개 명령권 등의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국방송협회 등은 방통위의 월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방통위 회의에서 안이 의결됨에 따라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우상호 의원은 “세부적인 내용을 봐야하지만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규제기관으로서 방통위 권한을 강화해야한다. 지상파도 방통위 결정을 우습게 생각하고, 종편도 허가조건 하나도 지키지 않는다”며 “방송 생태계가 정글인데, 심판 말을 듣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