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임’발 진보재편, 인물 중심 묻지마 통합은 죽는 길
[분석] 국민모임 구심점으로 시작된 진보 재편… 정동영 합류에 이합집산 계파정치 우려도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수면 위에 올랐던 ‘진보진영 재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구심점은 시민사회단체 원로들 중심으로 구성된 ‘국민모임’이다. 국민모임이 창당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이 탈당 후 국민모임에 합류하면서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국민모임은 14일 오전 운영위원회를 열어 신당추진위원회 구성안에 대해 논의했다. 13일부터는 서울지역을 시작으로 전국토론회에 들어갔다. 정동영 전 고문의 영입 이후 천정배 전 의원까지 영입하고, 4월 재보선에도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국민모임이 세를 늘리면서 여타 진보진영에도 지각변동이 올지 주목된다. 국민모임 측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새정치연합 내 개혁파, 정의당과 노동당 등 진보정당, 재야시민사회 인사들 등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은 함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전 고문의 국민모임 합류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동영 전 고문의 탈당 이후 김성호‧임종인‧최규식 전 민주당 의원 등도 국민모임에 합류하기로 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전 고문을 두고 “안타깝고 참으로 서운하다. 섭섭하다”고 밝혔다.
2.8 전당대회 이후 정동영 전 고문 같은 방식의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잡거나 혁신의 가망이 보이지 않을 경우 더욱 더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천정배 전 의원도 2.8. 전당대회 이후 신당 합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당대회의 당사자인 당대표 후보 3인 모두 정 전 고문의 탈당을 우려하는 이유다. “우리당 내에서 노력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문재인) “내부투쟁으로 극복했어야 했다”(이인영) “집권하기 위해서는 모이는 정당이 되어야지 떠나는 정당이 되어선 안 된다”(박지원)
정의당은 불붙은 진보 재편을 기회로 여기면서도 동시에 국민모임 주도의 진보재편을 견제해야하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이후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이 됐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5명을 지닌 정의당을 중심으로 진보 재편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의당 지도부가 군복을 입고 백령도를 방문하는 등 안보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진보당과 선긋기를 하면서 진보재편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국민모임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주도권을 넘겨줄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의 신년사에는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천호선 대표는 1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이 야권혁신의 중심에 서겠다. 스스로의 혁신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진보정치로 나아가겠다. 더 큰 진보정치를 바라는 분 모두를 적극적으로 만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이 진보 재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국민모임이 우선 당부터 만들고 진보 재편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의당을 두고 ‘공개호명’ ‘합류 요구’ 등을 하시던데 그 전에 당이 됐건 당에 가까운 무엇이 됐건 스스로의 실체를 만들고 그 다음에 다른 당에 대해 호명이건 연대건 거론하시길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당 대표 선거 중인 노동당에서도 진보 재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당장 당 대표 선거 구도가 진보 재편을 중심으로 나뉘어 있다. 노동당 당대표 후보 기호 1번 나경채 후보 측은 ‘진보정치 결집’을 구호로 내걸었다. 나 후보는 “국민모임’이 지향하는 바가 우리가 주장하는 진보정치 결집의 문제의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호2번 윤현식 후보와 기호3번 나도원 후보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보 재편 논의는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것.
국민모임의 등장으로 진보진영의 판이 커지고 논의가 활발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통합과 연대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불협화음이다. 통합진보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2년 초,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인 통합연대가 합쳐 통합진보당을 만들었으나 8개월 만에 내부 갈등이 벌어졌고 결국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으로 분당하고 말았다.
국민모임과 여타 진보정당들이 힘을 합친다고 했을 때도 유사한 문제가 예상된다. 정의당 내 ‘친노’인 국민참여당 계와 2007년 대선 당시 ‘비노무현 노선’을 취했던 정동영 전 고문이 화합할 수 있을까. 또한 국민모임은 기존 진보정당과 달리 시민사회의 명망가와 원로들 중심으로 구성된 당이다. 인물 중심으로 편이 갈려 또 하나의 ‘계파’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진보 재편 논의는 필요하지만 국민모임이 시민사회 원로들과 정동영이라는 인물 중심으로 결집을 하면서 보수정당이 보여줬던 계파정치를 재현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며 “진보재편에는 ‘선거가 다가오니 합치자’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누구랑 언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진보 재편의 관건은 ‘어떤 가치’를 내세울 것인가에 달려있다.
'나의 글 >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이집 CCTV 설치하면 아동학대 ‘땡’이라고? (0) | 2015.01.20 |
---|---|
새누리당, 박 대통령 ‘경제 우선’ 주장 따라 개헌특위 결렬 (0) | 2015.01.17 |
2015년 남북관계 못 풀면 대한민국 ‘낙동강 오리알’ 된다 (0) | 2015.01.17 |
김무성, “내가 문건 유출? 음해 기막혀” (0) | 2015.01.17 |
주간 뉴스 큐레이션: 90년대 추억 ‘토토가’ 그때가 그리운 이유는? (0) | 2015.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