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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김영란법 통과시켜버리겠어, 기자들 당해봐”

이완구 “김영란법 통과시켜버리겠어, 기자들 당해봐”

야당, 녹취록 2차 공개…"너희 선배들하고 형제처럼 산다,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들을 상대로 ‘대학총장도, 교수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김영란법 관련해 언론인들을 겁박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언론외압 발언에 이은 2차 녹취록 공개로 파문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 위원들은 1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말 이완구 후보자가 기자들을 상대로 한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 담긴 녹음파일을 2차 공개했다. 

인사특위 위원들이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이완구 후보자는 “나도 대변인하면서 지금까지 산전수전하면서 살았지만 지금도 너희 선배들하고 진짜 형제처럼 산다. 언론인들 내가 대학총장도 만들어주고”라며 “40년 된 인연으로 지금 이렇게 산다.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 있으니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고 말한다.

음 파일에는 이완구 후보자의 김영란법 관련 발언도 담겨 있다. 이 후보자는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라며 “통과시켜서, 여러분들 한 번도 보지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거든’ ‘내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당해봐. 내가 통과시켜버리겠어”라고 말한다. 이 후보자는 “공개적으로 막아줬는제 이제 안 막아줘”라고 덧붙이다.

이 후보자의 발언은 기자들이 이 후보자의 친척과 지인들 관련 내용들을 보도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과연 이 발언이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한 발언인지, 실질적으로 언론을 회유‧협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지 판단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야당의 폭로는 청문회에서 음성 녹취를 틀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오전부터 특위 위원장과 여당에 음성 파일을 틀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관례에 따라 적절하지 않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라는 이유로 요청을 거부했다.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은 “오늘 여야 간 진행된 상황을 보면 과연 새누리당이 어떻게든 보호해서 청문회를 통과시키겠다는 생각 외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청문회장이 아닌 정론관에서 공개를 하게 되는 점 몹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녹취록 발언에 대해 이완구 후보자는 말을 바꿨다. 김경협 의원은 오늘 오전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게 “언론인들을 교수와 총장으로 만든 적 있나”라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내가 무슨 힘으로 총장을 만들겠나”라고 부인했다. 이후 유성엽 의원이 “녹취록에 들어있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전혀 그런 적 없다”며 “개인적으로 (녹음파일을)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점심식사 이후 재개한 청문회에서 야당의 녹음파일 공개 요구가 빗발치자 이 후보자는 말을 바꿨다. 이 후보자는 “김치찌개 먹으면서 편한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1시간 반 정도 격의 없이 했는데, 일부 언론에 나와 관련된 사실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보도돼 흥분 상태였다”며 “1시간 반을 이야기했으니 내가 일일이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볼 수 없다. 수일 째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라 정신이 혼미하고 기억이 정확하게 안 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또한 “(그러한 발언이) 나온다 해도 다 저의 불찰”이라며 “현재 내 기억상태가 조금 정상적이지 못해 착오나 착각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총장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어떤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