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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한겨레 hook

SNS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아랍의 민주화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열풍은 이집트를 거쳐 바레인, 요르단, 리비아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서구 언론들이 ‘민주주의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아랍에서 민주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은 이번 민주화 운동의 동력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많은 이들은 이번 아랍 민주화 운동의 공로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돌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를 보도하면서 영국 <BBC>방송은 “그간 튀니지에서는 정부에 항의하는 비디오와 트위터 메시지, 정치적 선언을 담은 인터넷 게시물들이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꾸준히 올라왔다”며 “이번 시위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의 역할이 컸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튀니지 여성은 <BBC>에 출연해 “트위터 이용자들이나 블로거들은 단지 시위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며 퍼뜨리는 수준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사진과 비디오로 시위를 생중계하는 데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미국 <CNN> 방송도 ‘튀니지의 시위는 SNS에서 동력을 공급받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중심이 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시위가 조직되고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특이한(unusual) 점”이라고 전했다. 무바라크가 물러난 뒤 이집트 언론 <알-아흐람>도 1면 머리기사에서 “이번 혁명은 페이스북이 이끌었다.”면서 젊은이들의 참여를 확대시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찬양했다.

실제로 SNS는 민주화 시위대의 주장을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시위를 대규모로 조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자는 주장이 처음 제기된 곳도 구글 임원 와엘 그호님이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다’(칼레드 사이드는 지난해 이집트 경찰에 의해 구타당해 숨진 이집트 젊은이이다.)였다. 어디서 시위가 벌어질 것이며,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시위대의 누가 어디서 부상을 당했는지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투부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왔는데, 이러한 빠른 정보의 확산과 시위의 조직은 SNS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이처럼 SNS는 아랍 독재정부들의 정보 통제를 무색하게 하며 혁명을 이끌어냈다. 그래서 혹자들은 이번 아랍 민주화 혁명을 ‘트위터 혁명’ 또는 ‘페이스북 혁명’으로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SNS에 대한 예찬은 서구 NGO 활동가들이나 미국, 영국의 정치인들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지역’에서의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는 데 있어 뉴미디어와 인터넷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벨로루시 출신의 언론인 에브게니 모로조프가 ‘사이버 유토피아론자’혹은 ‘아이팟 자유주의자’라고 칭하는 이들은 뉴미디어가 “미사일로도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냈다”며, “폭탄 대신 아이팟을 뿌리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자면 80년대의 팩스와 복사기가 그랬던 것처럼 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들은 시위의 경제성을 극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올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즉 이들의 주장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연결성을 부여해주고 충분한 도구를 공급해주면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기술은 그 자체로 실천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하느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아랍 민주화 혁명에서 SNS라는 기술을 활용한 것은 민중들이었다. 그러나 많은 독재정권은 이미 SNS를 활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민중들이 아니라 독재정권이 SNS를 활용하고 통제하게 되는 순간, SNS는 오히려 독재정권의 힘을 더욱 강화시키고, 그들이 더욱 억압적으로 통치할 수 있게 해준다. SNS는 민주주의를 강화하기는커녕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SNS가 독재정권의 힘을 강화해주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째, 많은 독재정권들은 이미 ‘선동을 위해’ 사이버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다. 이를 일컬어 이슈를 조작한다는 의미의 단어 스핀(spin)과 인터넷(internet)의 합성어인 스핀터넷(spinternet)이라 부른다. 실제로 러시아, 중국, 이란 정권은 블로거들을 고용하고 훈련시키고 돈을 지불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친 정권적인 댓글을 남기고 블로그에 친 정권적인 글을 올리도록 한다. 정부는 자신들의 실제 권력을 이용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지지자로 가득 차도록 만들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정보의 급속한 확산력과 파급력은 반정부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정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정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독재정권들이 이런 정보의 조작을 택하는 이유는 SNS를 ‘검열’하는 것이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비판적 내용을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 이 글을 차단한다 해도 그 내용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차단을 하면 할수록 더 퍼져 나간다. 그래서 독재정권들은 오히려 이 ‘열린 공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 공간을 자신들의 공간으로 만든다.

두 번째, 독재정권들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자신들의 지배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다. 예컨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정책 마련을 위한 공공 포럼을 여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가리키며 독재정권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야, 포럼도 열잖아.” 실제로 러시아의 어느 지역에서는 2020년도까지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시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온라인 공간에 접속하여 아이디어를 나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실제 정책 수립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재정권은 온라인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는 ‘형식의 변화’를 통해 스스로를 민주주의적이라고 자부한다. 그들은 SNS를 차단하지 않고 ‘열어’둠으로써 독재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이용한다.

세 번째, 독재정권은 누구나 접속하고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SNS라는 열린 공간은 독재정권에게도 열려 있다. 과거에 이란의 민주화 활동가들이 서로 접촉하는 방식을 알아내기 위해, 이란 정부는 수주, 수개월에 걸쳐 이들을 뒷조사해야만 했다. 그리고 소련의 KGB는 반정부 인사들의 계보도를 그리기 위해, 조직원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잡혀 온 반정부 인사들을 계속 고문해야만 했다. 그러나 SNS가 발달한 지금 각 국의 독재정권들은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트위터 팔로어를 보면 반정부 인사들이 연계되어 있는 방식을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정부 인사가 쓴 글 밑에 ‘좋아요’를 누른 페이스북 유저를 잡아가면 되고, 반정부 인사들의 글을 리트윗한 ‘트친’들을 잡아가면 된다. 인터넷 창에 그 사람 트위터 아이디를 치면 그 사람이 올린 트윗이 죄다 검색된다. 독재정권은 프락치를 심어서 누가 반정부 인사인지를 알아낼 필요 없이 검색 한 번으로 누가 반정부 인사인지 알아낼 수 있다. 그들의 입장에선 SNS를 차단하고 검열할 이유가 없다. 고급정보들이 그들 눈앞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SNS라는 그 기술 자체만으로는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아니, 그것을 누가 통제하고 활용하는 가에 따라 SNS는 오히려 ‘세상이 바뀌지 않는 데’ 크게 기여한다. SNS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민중들의 의지를 담는 ‘그릇’이자 ‘도구’일 뿐이다.

*이 글은 에브게니 모로조프의 TED 강연 “인터넷은 오웰이 우려했던 바로 그것인가?”를 많이 참조했습니다.(링크 : http://www.ted.com/talks/view/id/641)

 

<한겨레 훅>에 기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