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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다녀왔을 뿐인데, 대통령 지지율 왜 올랐을까

중동 다녀왔을 뿐인데, 대통령 지지율 왜 올랐을까
미국 대사 피습사건 반사이익… 지지층 결집은 했으나, '약발' 제한적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지지율 상승의 단골메뉴다. 떨어졌던 지지율도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다녀오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순방에도 이 법칙이 작용했을까. 효과는 있었으나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1일부터 9일까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을 방문했다. 에너지 건설 인프라 확대 등 ‘세일즈 외교’와 정보통신기술과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 확대가 목표였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총리 임명, 신임 비서실장 지명 등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던 인사 참사를 수습한 직후 해외순방을 떠났다.

수치상으로 보면 분명 순방 효과는 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3월 1주차(2일~6일) 주간집계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주 전 대비 4.0%p 반등한 39.3%를 기록했다. 일간 단위로 보면, 중동 4개국 순방 이틀째인 2일은 37.9%(27일 대비 3%p 상승), 3일 38.7%, 4일 38.8% 등 상승세를 기록했다.

   
▲ 리얼미터 여론조사
 

한국갤럽 여론조사도 비슷했다. 3월 3일~5일 시행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대한 긍정률은 37%로 지난주에 비해 4%p 상승했다. 긍정평가의 이유 중 ‘외교/국제관계’가 20%였는데, 지난 조사에 비해 11%p나 상승한 수치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하면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외교, 국제문제에 있어선 여야가 없다는 정서가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정부가 제공한 대통령 해외순방의 효과를 전달한다. 이번에도 ‘4개국 싹쓸이 수주’ ‘제2 중동붐’ ‘중동대박’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2013년 방미 중 6%p, 6월 방중 후 9%p, 9월 러시아·베트남 방문 기간 2주에 걸쳐 6%p, 11월 유럽 방문 기간에는 5%p가 올랐다. 2014년 1월 인도·스위스 순방 때는 2%p, 3월 네덜란드·독일 순방 때는 3%p, 9월 두 번째 북미 순방 때는 5%p 상승했다.

하지만 해외순방이 항상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중앙아시아 순방 이후에는 지지율이 하락했다. 순방 중 ‘일제식민지는 하나님의 뜻’ 발언을 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국·호주 방문 때도 대선공약 후퇴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정평가가 늘어났다. 즉 해외순방이 있다 해도 지지율은 국내정치적 요인과 결합해서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중동순방 때는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이라는 큰 변수가 있었다. 리얼미터는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언급하며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둘러싼 ‘종북’ 논란의 격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5일 오후(현지시각) 현지 이슬람사원인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해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조사분석센터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리퍼트 대사 효과가 제법 있으리라 본다. 안보 이슈는 보수층에게 예민한 이슈로. 국정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기류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뚜렷한 성과가 부재하더라도 지지율이 다소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윤 센터장은 또한 “문건유출로 인한 여권 내부 갈등, 연말정산 논란은 야권이 존재감 없이 여권 내부의 갈등으로 보수층도 부정적 평가를 내린 사안”이라며 “야권이 강경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보수층 결집의 반작용 효과가 일어난 것도 변수”라고 말했다.

해외순방 약발이 과거만큼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지지율 상승은 ‘지지층 결집’으로 인해 발생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50대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률은 지난 주 대비 18%포인트 상승한 55%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추가 상승은 50대의 변화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71%는 ‘잘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두 달 만에 긍정률이 70% 선을 회복한 것이다.

윤 센터장은 “정권 초기 해외순방은 국제무대 데뷔효과가 크고,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가 강했으나 지금은 해외순방도 정치적으로 평가하는 단계이기에 야권 성향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며 “순방이 이탈한 여권 지지층에게 긍정평가의 근거를 제시해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갤럽 여론조사. 조사방법은 휴대전화 RDD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조사대상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7%.
 

한편 박 대통령의 중동순방 효과가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9일 순방의 주요 성과로 소개된 보건 의료분야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실적이 구체적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중동순방에 맞춰 국내 제약사가 사우디 쪽과 500억원 규모의 의약품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으나 500억원은 구체적 근거도 없이 막연히 꾸며낸 수치라는 것.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9일 현안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과장하기 위해 구체적 근거도 없이 막연한 수치를 부풀리는 정부에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없는 성과를 부풀리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