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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논란, 흡수통일 준비팀? 있나 없나

아마추어 논란, 흡수통일 준비팀? 있나 없나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잘못된 보도 해명"… "남북관계 경색, 북한 책임 크다"

‘통일대박’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 3년차 남북관계는 변화할 수 있을까.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홍용표 전 대통령 비서실 통일비서관이 3년차 남북관계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그러나 홍용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을 보면,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북한을 견인하고 한반도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려는 구상”이라며 “이러한 진의에 북한이 호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 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통일 대박’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같은 화려한 구호를 내세웠으나 정작 진전은 없었다. 신뢰프로세스가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5.24 조치 해제 같은 한국정부의 전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 후보자는 5.24 조치 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 후보자는 “북한은 천안함 폭침이라는 잘못된 행동, 그로 인해 장병 46명이 희생당한 비극적 도발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입장”며 “국민들이 북한 행위에 대해 아직도 여전히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사과나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남북관계는 막혀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가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한다고 (남북관계가) 풀리냐’고 묻자 홍 후보자는 “5.24 조치는 남북이 만나서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책임있는 조치를 반드시 받아낼 필요”가 있다는 기본 입장만 반복했다.

윤상현 의원은 “5.24 조치나 금강산 재개는 이런 식의 남북대화로는 절대로 풀 수 없다”며 “비공개 접촉이 필요하다. (북한은) 공개적으로 사과 못한다. 채널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후보자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청와대 통일비서관이던 홍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 비서관이 장관이 되려면 그만한 역량을 보여줬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 됐나”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진전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일반적 평가와 다르다. 개선됐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다”며 “통일비서관 하던 분이 맡은 일에 성과가 없는데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을 납득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가 발전된 게 있나”고 지적했다.

홍 후보자는 ‘북한이 바뀌어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고수했다. 김한길 의원이 “남북 간 신뢰 쌓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아무것도 안 했다”며 “우리가 먼저 신뢰를 보여줬나”라고 비판하자, 홍 후보자는 “신뢰라는 게 먼저 보여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래서 신뢰를 안 보여줬나”라고 반박했다.

홍 후보자는 또한 “(남북관계 경색) 원인을 우리가 제공한 측면이 있나”는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북한의 원인제공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는 원인으로 존재감 없는 통일부를 꼽는 분석이 많다. 실제 류길재 장관은 한 사석에서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보다 대통령의 의지, 나아가 국정원이나 군에 끌려다닌다는 것.

김한길 의원은 “통일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하는 것이 통일부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 통일부는 남북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전임 장관 이야기를 들으니 국방부와 통일부가 의견이 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하더라. 북한 비판하는 건 다른 부처가 해도 된다. 통일부는 대화를 이끌어내고 통일로 가는 길의 진전을 이뤄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 후보자는 “여러 가지 우려를 제기한 이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남북관계 상황이 경색 되어 있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11일 오전 중앙일보를 통해 통일준비위원회가 흡수통일 준비팀을 가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한 조찬 포럼에서 “통일과정에는 여러 로드맵이 있으며 비합의 통일이나 체제 통일에 대한 팀이 우리 조직에 있다”며 “체제‧흡수통일은 하기 싫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

‘흡수통일 준비팀’은 홍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홍 후보자는 “(흡수통일 준비팀은) 없다”며 “잘못된 보도이고 정정 설명이 나간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질타를 쏟아냈다. 이재오 의원은 “이 정부가 통일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것보면 아마추어다. 한쪽에서는 신뢰 프로세스 내놓고 한 쪽에서는 흡수통일준비팀이라니 이런 아마추어가 어디 있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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