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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많은 프레시안 비웃으면 답이 나옵니까?

광고 많은 프레시안 비웃으면 답이 나옵니까?

[기자수첩] ‘클린’ 한국일보, ‘광고 갑’ 프레시안 비교한 미스핏츠 영상을 본 소감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 기사에 붙어있는 광고들은 ‘노답’입니다. 기사를 읽으려고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따라다니는 광고들, 지우려 해도 잘 지워지지 않은 광고들, 짜증내며 기사를 꺼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미디어오늘도 모바일 버전에 가독성을 해치는 광고가 여러 개 붙어있고, 이로 인해 독자들의 짜증 섞인 항의를 종종 받곤 합니다.

20대 매체 <미스핏츠>가 기사에 딸린 광고를 비꼬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일보 프레시안 전격비교’입니다. 한국일보에는 ‘광고 없이 클린’이라는 호칭을, 프레시안에는 ‘배너 광고 갑’이라는 호칭을 붙였습니다. 모바일로 한국일보 기사와 프레시안 기사를 보면서 각각 광고가 몇 개나 나오는지 보여줍니다. 

프레시안 기사를 읽으며 광고가 계속 뜨자 자막에는 ‘깊은 한숨’ ‘프레시안 기사는 이제 잘 읽히지도 않는다’ ‘너 또 나왔니?’ ‘기사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광고 파티!’ ‘기사인지 광고인지 알 수 없는 광고 포함 5개추가’ 등의 문구가 뜹니다. 미스핏츠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한국일보 기사에 광고는 2개, 프레시안은 11개. 영상은 “프레시안 광고왕 최소 200% 인정”이라는 내용으로 끝납니다.

   
▲ 미스핏츠 영상 갈무리
 

아쉬움이 남는 영상입니다. 프레시안에 광고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한국일보의 광고 없는 클린 홈페이지가 높게 평가 받아야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조롱 섞인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사에 광고가 적은 것은 뉴스소비자에게 좋은 요인이지만 그것이 언론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언론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모바일에 광고가 없다는 것은 그 언론사가 돈이 많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모바일 광고는 안 받지만 뒤에서 주고받는 각종 협찬으로 돈을 버는 언론사도 많습니다. 

종이신문들이 지면에 광고를 받고 기사인지 광고인지 헷갈리는 기사를 싣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면 한 면에 실리는 전면광고는 온라인 기사 안의 각종 조잡한 광고보다 훨씬 깔끔해 보이지만 어떤 광고가 언론사에 더 큰 지배력을 행사하고, 어떤 광고가 자본과 언론의 더 큰 결탁을 불러올까요? 한국일보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바일에 광고가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좋은 언론인지 나쁜 언론인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한국일보의 클린닷컴 모델을 다른 언론사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그깟 배너광고 얼마나 한다고”라는 독자들도 있지만, 얼마 하지도 않는 배너광고를 버릴 수 없을 정도로 상당수 언론사들의 사정이 열악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전에 한국일보 고재학 편집국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일보가 장재구 전 회장 측이 소유한 ‘한국아이닷컴’에서 독립해 새로운 ‘한국일보닷컴’을 만들었고, 광고와 어뷰징 없는 페이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때였습니다. 클린 홈페이지를 만들면 수익이 줄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고재학 국장은 이에 “원래 한국아이닷컴과 한국일보가 계약을 맺을 때 우리 컨텐츠를 1억 원에 가져가고 한국아이닷컴이 서버를 이용해 가공, 포털에 쏴주는 등등 기타 용역비로 6천만원을 책정했다. 즉 우리에게 4천만원을 줬다”며 “하지만 한국아이닷컴이 용역비를 1억원으로 올리면서 한국일보의 수입은 0원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온라인과 모바일 수익이 온전히 우리 수입이 된다.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모범적인 닷컴을 만들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관련 기사 : <“서청원이 한국일보 논조에 영향력 행사할 가능성, 제로”>

즉 한국일보에게는 클린닷컴을 만들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이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진짜 광고를 없애자고 결단한 것은 평가받아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뒤집어 이야기하면 광고로 얻는 수천만원에서 억단위 매출을 언론사들이 포기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 영상을 본 한 프레시안 기자는 “비교할 거면 차라리 한국일보와 (한국아이닷컴에 속해 있는) 서울경제를 비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프레시안이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인터넷 신문이라 더욱 주목받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기업 사주를 갖고 있지 않은 프레시안은 2013년부터 협동조합의 길을 택했습니다. 조합원에 가입하면 광고 없는 페이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배너광고가 많은’ 미디어오늘도 2013년부터 유료회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료회원에 가입하면 광고 없이 기사를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 미스핏츠 영상 갈무리
 

그러나 유료회원제는 배너광고를 없앨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뉴스는 공짜로 읽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뉴스소비자들 앞에서 돈 없는 언론사들은 광고 말고 무얼 가지고 돈을 벌어야할까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프레시안과 미디어오늘은 광고를 많이 클릭하라고 어뷰징(검색어 장사)를 하지도 않고 뉴스스탠드에 자극적인 수영복 사진을 걸지도 않습니다. 

광고 없는 한국일보와 광고 있는 프레시안을 ‘클린하다’ ‘배너광고 갑’이라고 단순 비교할 게 아니라 프레시안이 왜 광고를 덕지덕지 붙일 수밖에 없는지 고민해야 한국 언론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집니다. 뉴스와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비용 지불이 이루어져야 덕지덕지 붙은 광고를 떼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미스핏츠 영상 말미에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공지라도 한줄 넣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광고 많은’ 미디어오늘 기자의 넋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