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소각 청년 구속영장 신청, “증거인멸할 게 뭐 있나?”

태극기 소각 청년 구속영장 신청, “증거인멸할 게 뭐 있나?”

오늘 오후 영장실질심사… 변호인, “구속수사 필요성 의문, 파렴치범 만드는 게 목적인 듯” 지난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20대 청년 A씨에 대해 경찰이 3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언론에 오늘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고 밝혔다 . 경찰이 ‘국기모독죄’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례는 있지만 구속영장 신청은 처음이다. 경찰은 앞서 29일 A씨를 체포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29일 오후 10시 경 A씨를 경기도 안양에서 체포해 조사했다. A씨가 태극기를 태우는 사진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고, 여당 의원들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지 한 달 반만의 일이다.  경찰은 채증 사진과 CCTV 등을 분석한 끝에 어머니 집 근처에 있던 A씨를 체포하고 A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체포부터 압수수색, 구속영장 신청까지 속전속결이었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정민영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굳이 구속해서 수사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다음은 변호인과의 일문일답. - A씨는 지금 감옥에 갇혀 있나 “피의자 신분으로 종로서에 있다. 오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 혐의는 무엇인가.  “국기모독죄에, 해산명령 불응죄, 일반교통방해, 공용물건손상죄 등 집회 참가들에게 부여되는 혐의도 포함돼 있다” - 공용물건손상죄에서 공용물건이란 태극기를 뜻하나 “그 날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전경 버스를 밧줄로 끄는 등의 행동을 했는데, 이를 뜻하는 것이다” - 국기를 모독하기 위해 태극기를 불태웠다는 것에 대한 A씨의 입장은 무엇인가 “애초에 태극기를 태우려는 목적이 있었다면 준비를 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하던 사람들 간의 상당히 격한 충돌이 있었고 물대포도 쏘고 이런 상황이었다. (A씨가) 감정적으로 격해졌고 경찰들에게 항의의 의사 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태극기를 불태우는 것으로 경찰들에게 항의한 것이다” 슬로우뉴스의 A씨 인터뷰 : <그날 태극기는 왜, 어떻게 불탔는가> - 국기모독죄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을 전제한다. 목적성이 없었다는 것인가 “목적성이 인정 안 된다고 본다. 이 법 조항 자체도 문제가 있는 조항이긴 하지만, 일반 국기를 준비해서 광화문 광장에서 태웠으면 혹시 (처벌대상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태극기가 그려진) A4 용지를 우발적으로 태운 것에 대해 이런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입장은 “A씨가 집회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경찰이 교통흐름을 다 차단한 상황이었는데 일반교통방해를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 외의 혐의들에 대해서도 재판과정에서 대응할 것이다”     ▲ 4월 20일자 조선일보 1면   - 체포 이후에 접견을 했을 텐데, 피의자 상태는 어떤가 “그냥 담담하다. 태극기를 불태운 부분에 대해 어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냥 담담하더라” - 경찰의 긴급체포가 정당했다고 보나 “A씨는 소환요구가 있으면 당연히 나갈 생각이었다. 굳이 잠복하고 뒤를 쫓다가 어머니를 만나는 곳에서 체포했는데, 굳이 체포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소환해서 조사하면 될 문제 아닌가” -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구속요건이 되나 “수사기관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대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A씨가 다 인정하고 있다. 국기를 안 태웠다는 게 아니라 태웠는데 법리적으로 처벌 대상인지 따져보자는 것이고, 집회 현장에 있었던 것도 본인이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거인멸 하려고 해봐야 특별히 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굳이 구속해서 수사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 압수수색도 했다던데 무엇을 가져갔나 “살던 집을 압수수색하긴 했는데 특별히 가져간 건 없다. 핸드폰이나 노트북 정도. 노트북도 거기서 가져간 건지는 잘 모르겠다” - 태극기 소각이 알려지자 정부와 여당은 물론 몇몇 언론까지 나서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보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경찰이 포토라인에 A씨를 세워두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몇 시에 이 사람이 광역수사대에 수사 받으러 온다, 몇 시에 오면 사진 찍을 수 있다고 문자를 보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모자 쓰고 마스크 쓴 얼굴이 보도됐다. 과연 이게 그럴만한 사안인지 의문이 든다. 경찰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이 사람을 마치 파렴치범처럼 비춰지게 만드는 것이 상당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련 기사 : <세월호 물타기, “대한민국 태웠다” 난리법석> 관련 기사 : <태극기 소각 청년 인터뷰와 ‘일등신문’의 경찰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