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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기타 칼럼 기고

2005년 학생 두발자유화운동을 논한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기자 활동 당시 애들 선동하려고 쓴 글

꽤 많이 싸웠는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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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학생 두발자유화운동을 논한다
[여론광장] 학생 스스로가 참여하는 두발자유화 운동만이 해결책
조윤호 기자 qdbu2@hanmail.net

1929년 11월 3일을 알고 있는가? 그 날은 바로 광주학생항일운동이 일어난 날이며 학생의 날의 시초가 되는 날이다. 5만 4천여명의 학생들이 일제 탄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목표 하나로 일어섰던 그 날이었다. 자유를 얻기 위해 스스로가 일어선 것이다. 그리고 76년 뒤인 2005년, 우리들의 모습 또한 그와 같았다.

2005년 청소년은 스스로 나섰다. 그 주된 주제는 바로 ‘두발자유’였다. 토론회가 열리고, 두발자유를 위한 학생운동본부가 설립되는 등 청소년은 두발규제에 맞섰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학교는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인권 무시하는 두발 규정 당장 철폐하라!” “공부 잘하는 거랑 머리 긴 거랑 무슨 상관이죠!?” “세종대왕은 머리 길었는 데 한글도 만들었다!” 두발자유를 외치는 청소년들의 요구가 쏟아져나왔고, 지난 5월 14일 두발자유를 외치는 집회까지 열렸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

전경들까지 출동했지만 학생들은 교육부를 향해 외쳤고, 치면 뭔가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인권 침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얻기 위해 싸워야합니다!” 그날은 정말 후세에 기록될 만한 위대한 사건이었다.

교육의 대상이기만 했던, 그래서 수동적 존재였던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요구를 당당히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 두발자유라는 목표는 곧 성사될 것만 같은 기세였다. 집회 역시 어른들의 우려를 비웃듯 보란듯이 아무 탈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규정이 바뀐 학교도 있었으나 규정이 바뀌지 않은 학교의 학생들은 크게 낙담할 수 밖에 없었다. 강제로 두발을 단속하는 일은 그 뒤에도 그치지 않았다. 경기도, 서울시 교육청의 각 학교별로 학생회와 협의하여 규정을 재개정하라는 방침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도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ㅍ고교는 교육청 공문에 대해서 학생들이 들어본 적이 없으며, 개정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다. 주별로 두발검사를 하고 미용견습생이 스포츠로 머리를 잘랐다고 한다. 우리학교에서도 설문조사를 하고 학생의견을 반영하는 듯 싶었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모든 것은 학운위가 결정했다. 많은 학교가 그야말로 학교 재량 , 아니 교사와 학운위 재량껏 두발문제에 대응했다. 그리고 지금, 두발문제는 학생들 사이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아."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왜 두발규제 완화, 두발자유를 외치는 것이 뒤에서 욕하고 인터넷에서 쑥덕거리는 걸로 끝나는가. 왜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현실이 바뀌기를 기다리는가.

나 또한 그러했다. 두발자유 토론회에 참석하고, 집회에도 가면서, 나서는 듯 했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입으로는 두발자유를 외치면서도 ‘그냥 머리깍고 말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학생주임의 지적에 미용실로 향하는 비겁한 짓을 저질렀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두발자유는 오바인 것 같애. 그리고 그런 건 우리가 아무리 나서도 그냥 그대로야.”라고 하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올랐다.

몇 몇 학생들만의 노력으로는 이 현실을 바꿀 수가 없다. 몇 명의 학생들이 아무리 뛰어나다고해도, 오만과 편견, 온갖 권위로 가득찬 ‘그들’의 힘을 꺽기엔 역부족이다. 나서봤자 바뀌는 게 없다고? 우리들은 제대로 나서본 적이나 있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의 두발자유화 요구는 당연한 것이야."

광주에서 수 만 명의 선배들은 일제의 탄압에 맞써 죽음을 각오하고 일어났으며, 4.19 혁명의 주체인 수 많은 학생들 역시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더군다나 우리가 지금 상대하고자 하는 것은 외세도 아니고, 독재권력도 아니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우리는 우리가 누릴 최소한의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인가.

우리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우리의 머리조차도 마음대로 기르지 못하고, 우리가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고 있어야하며, 매를 맞고, 수행평가에 밤을 새야만 하는가? 우리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행동하는 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누군가가 떠먹여주는 밥이 썩은 줄도 모르고 배가 아픈 걸 참기만 하고 있었다. 이제 많이 참았다. 떠먹여주는 손을 뿌리치고, 새로운 밥을 찾아야한다. 설사 며칠 굶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계속 배가 아픈 것을 참고 있는 것보단 낳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두발자유를 주장하며
학생이라는 잣대가 아닌 인간이라는 잣대로
조윤호 기자 qdbu2@hanmail.net

지난 2005년은 뜻깊은 한해였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학생들의 주도로 일어난 두발자유화 운동이 가장 큰 사건들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두발자유화 운동의 큰 의미는 바로 학생들의 자신의 “권리”를 찾아 스스로 행동하고 참여했다는 데 있습니다. 권위로 가득 뭉친 “그들” 앞에선 한 발 주저앉았지만, 아직 다른 한 발은 남아있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준비는 되어있는 거죠.

사람들은 저보고 “진보적”이라고 말합니다. 기존체제를 가만히 보아넘기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전 제가 진보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보수적”이라는 말은 근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유럽의 전통주의자들에서부터 시작된 말입니다. 그들이 주장한 건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자유주의”였습니다. 자유주의는 보수주의자들의 가장 일관된 이념이었습니다. 보수가 무언가 지키려고 한다면, 그들이 지키려고 하는 건 개인의 자유였습니다.

두발자유화를 주장한다면 진보적인 걸까요? 저는 개인의 자유를 위해 두발자유화를 주장합니다. 그 어떤 것도 본질적으로는 침해할 수 없는 권리인 자유. 청소년들은 그것을 지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진보적인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당연한” 것입니다.

공부하는 것 이전에 개인에게는 자유가 있습니다. 공부와 머리가 무슨 관련성 있느냐에 대해 두발자유 찬반논쟁이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그런데 저는 공부와 머리가 관련이 있느냐에 대한 논쟁은 두발자유화 논쟁에 있어서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모른다”이거든요.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거든요. 흔히 이런 말들 하죠.

“머리와 공부는 상관이 있다. 두발자유화 한 학교들은 개판 되거든.”

그렇다면 전 이렇게 한 마디 해주고 싶더군요.

“그런데요?”

두발과 공부가 상관있건 없건 간에 신체의 자유는 지켜져야 되는 것 아닙니까? 설사 머리가 길다고 공부를 안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규제해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이건 당연한 문제 아닌가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신체의 자유를 지켜줘야 하는 게 현 정치체제의 기본이고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시작된 근대 사회로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존엄성 문제입니다.

자유는 가져본 자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학교에는 물론 공부하는 면학 분위기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학교가 개판된다 라는 것은 자유라는 것을 아예 빼앗겼던 채 살아오던 청소년들이 자유를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합니다. 자유를 줬더니 너네들 똑같은 옷만 입는다. 라고 하지만 언제 다른 옷을 입고 다른 개성을 추구할 기회를 줘봤습니까? 자신의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개성을 찾기 위해 일시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일 뿐입니다.

규칙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고 법을 없애고 인간을 자유롭게 살도록 “방종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럼 무엇을 학교 규칙을 정해야하는가. 당연히 일반적인 사회에서도 “이 정도는 지켜야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이죠. “인간”의 잣대로, “평범한 인간”의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해주셨으면 합니다. “미성숙한 존재”니, “학생다워야한다”느니 하는 특별한 잣대가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잣대로 말입니다.

제가 보기엔 일부 어른들도 상당히 미성숙해보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