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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시사인 공갈뉴스

‘전쟁 불사’ 외치던 보수 언론이 꼬리 내린 이유

포격 사태와 이어진 남북 고위급 정상회담 등 최근 남북 대치 상황(사진)은 시사점을 여럿 남겼다. 그중 하나가 보수 언론이 주장하는 대북강경론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전쟁 불사를 외치던 보수 언론이 금세 꼬리를 내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이)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국민 모두가 피해나 불편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연하게 맞선다면 안보 위기도 넘을 수 있다.” 전쟁 불사를 연상케 하는 8월21일·22일자 <조선일보> 사설이다.

보수 언론이 강경론을 외치는 사이 남북은 깜짝 고위급 회담을 성사시켰다. 종전 견해를 고수했다면 <조선일보>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어야 한다. 북한은 재발 방지도 약속하지 않았고 사과도 아닌 ‘유감’ 표명에 그쳤다. 그럼에도 회담 타결 직후인 8월25일 이 신문은 “북한이 처음으로 의미 있는 사과 표명을 수용함으로써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에 대해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우리가 전쟁도 불사해야 협상에 유리하다”라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8월25일 각각 “원칙 고수 승부수 통했다” “단호한 의지 통했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동아일보>의 톱기사 제목 역시 “대북 원칙론 통했다”였다.

<조선일보>는 2002년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자 “한심한 일”이라며 김대중 정부를 비난했다. 이러한 이중성은 대북강경론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안티테제 이상의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답은 대화다. 전쟁 불사 운운은 공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