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세입자에 승소했다는 언론보도, 오보다” |
[인터뷰] 가수 싸이와 분쟁 중인 테이크아웃드로잉 운영진…“건물주가 연예인 아니었다면 이런 피해 당했을까” |
추석 연휴가 막 지난 9월 30일, 한 연예매체의 기사가 인터넷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OSEN’의 기사 <싸이, 왜 추석 때 집 나갔나 “다 던지고파” 눈물>이다. 싸이가 법원 판결에도 막무가내로 버티며 소송과 시위를 이어가는 세입자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으며, 추석 날 집 앞에서 시위를 하는 바람에 망연자실해 집을 나갔다는 내용이다.
많은 누리꾼들이 세입자를 비난했다. “세입자가 싸이의 유명세를 역이용한다” “그냥 강제집행해라” “상가주인이 합법적으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지” “을의 횡포다” 등등. 미디어오늘이 ‘을의 횡포’의 주인공이 된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이하 드로잉)의 운영진 최지안씨와 최소연씨를 만났다.
- 싸이가 추석에 세입자들 때문에 집을 나갔다는 기사를 봤나. 어떤 생각이 들었나
최지안(이하 안) : “우리가 싸이 집 앞에 간 이유는 중재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나지 않은 채 이 사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싸이에게 사태를 알리기 위해 간 것이다. 그런데 그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언론을 통해 괴롭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사태에 대해
알고 있구나’라는 확인을 한 셈이다”
최소연(이하 연) : “기사를 보기 전에는 대면 없는 기계와의 싸움에 대한 공포감이 컸다. 정체도 모르는 사람하고 싸우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소장만 오고갔는데, 드디어 실체를 만난 기분이었다. ‘싸이가 이 사태를 모르고 있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카페이자 일종의 동네미술관인 테이크아웃드로잉은 2010년 4월 한남동에 자리를 잡았다. 건물주가 월세를 크게 올리거나 임대차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아 여러 지역을 떠돌던 상황이었다. 2010년 일본인 건물주는 “임차인이 원하는 경우 해마다 계약을 연장한다”는 특약을 해줬고, 드로잉은 이전 세입자에게 권리금 6천만 원을 주고, 4억 원의 비용을 들여 한남점을 열었다.
하지만 6개월 뒤 문제가 터졌다. 건물주가 한 주류수입회사에 건물을 판 것이다. 당시의 법에 따라 건물주가 바뀌어도 기존 계약을 보호받을 수 없었다. 새로운 주인은 재건축을 이유로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12월 법원은 드로잉에 보증금을 받고 2013년 12월 말까지 건물을 비우라고 조정한다.
하지만 2013년 12월까지 남아 있기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재건축을 하겠다던 건물주는 법원의 조정 결정이 나온 지 두 달 만에 싸이에게 건물을 팔았고 싸이는 건물을 78억 원에 매입했다. 싸이 측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입점시키려 하니 이전의 법원 조정 결과를 따르라고 했고, 드로잉은 재건축을 전제로 한 조정이므로 무효라고 맞섰다. 이후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정지, 명예훼손 소송 등이 반복되며 싸움은 길어졌다. 싸이의 소속사인 YG의 양현석 대표이사 까지 나섰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 OSEN 기사는 “법원 판결에도 막무가내로 버티며 소송과 시위를 이어간다”고 나온다. 소송에서 졌는데 왜 안 나가고 있나.
안 : “소송에서 진 게 아니다. 운영진 3명 중 2명은 소송에서 이겼고 나머지 한 명은 부분 패소했다. 그래서 항소 중이다.
항소를 진행하는 와중에 싸이 측이 패소한 한 명의 통장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했고, 이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해 일주일 만에 압류
걸렸던 것도 풀렸다”
실제 8월 13일 법원은 건물주 싸이가 드로잉 대표 최소연, 최지안, 송현애 3인을 대상으로 낸 ‘건물 명도 및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최소연, 최지안 두 명에 대한 소송을 각하했다. 소송비용도 싸이 측이 물어야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이전 건물주와의 조정 결정대로(‘보증금을 받고 2013년 12월 31일까지 나가라’) 집행을 해야 하며 별도의 명도소송은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전의 조정에 따른다 해도 싸이 측이 보증금을 지급했다는 증거가 없기에 드로잉 측이 불법점유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3인 중 1명인 송현애씨는 카페를 소유, 운영했다는 법적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부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당시에 “싸이가 승소했고, 갑질 논란이 종결됐다”고 썼다. 이런 기사를 본 사람들은 ‘법원에서 싸이가 이겼다고 결정했는데 왜 저 사람들은 안 가나고 버티냐’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안 : “법원 결정대로 나가라는데 나갈 이유가 없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건 합법적이다. 근데 싸이가 승소했다고 오보가 나갔다. 승소했다는 건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다. 이미 싸이 측이 2013년 12월 31일 조정한 내용과 완전히 다른 내용의 합의문도 만들었다. 기존 조정의 집행 권한도 상실된 상황이다”
연 : “싸이가 이겼다는 식의 보도들, 찌라시다. 찌라시에는 목적이 있고, 이익 보는 사람도 있다. 일반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거짓정보를 흘릴 땐 분명 이득 보는 사람이 있지 않겠나”
▲ 싸이가 세입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들. | ||
- 사람들은 이 사건을 ‘을의 횡포’라 부른다.
연 : “세상을 많이 배웠다. 사람들은 갑에게 익숙한 것 같다. 을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명도소송을 당했지만 그동안 임차상인의 권리가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 명도소송 당하면 그냥 쫓겨났고, 다른 데로 옮겨 다녔다.
명도소송 당할까봐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그냥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 영세상인들 상점의 평균 수명이 1.7년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오래된 맛 집, ‘30년 맛 집’을 찾아다닌다. 그 가게들을 존중해주고 아끼는 마음도 시민권의 하나가 아닐까”
“우리와 같이 싸우는 예술가, 디렉터, 작가들이 죄다 압류딱지 붙고 통장 압류되고, 명도소송과 무관하게 명예훼손 소송까지 당하고 있다. 상대는 너무 거대하고 가진 자본도 많다. 용역을 동원해 물리력도 행사한다. 여기는 골골대며 늙어가는 여성 운영진 세 명 뿐이다. 법원이 강제집행정지 결정을 반복하는데도 네 차례나 강제집행이 들어왔다. 이게 을의 횡포인가”
싸이 측은 그간 여러 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고 이에 드로잉 측은 법원에 ‘강제집행정지를’ 요구하며 맞섰다. 지난 3월 13일에는 싸이 측이 직접 드로잉 측을 내보내기 위해 카페 집기를 철거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드로잉 공동대표 송현애씨가 부상을 당해 입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어 지난 9월에도 강제집행 시도가 있었고, 법원은 강제집행정지의 조건으로 6천만 원의 공탁금을 요구했다. 드로잉이 공탁금을 구하는 사이 싸이 측은 강제집행을 실시했다. 집행 중 드로잉 측이 공탁금 전액을 마련해 오후 1시 반 법원에 가 공탁절차를 마쳤고 강제집행은 정지됐다. 공탁금을 내서 집행이 정지됐지만 많은 언론이 드로잉 측의 물리력 행사로 집행이 정지됐다고 썼다. 최지안씨는 “공탁금을 내는 시간조차 아까웠던 모양이다. 시간차 공격을 했다. 이런 데도 ‘을의 횡포’인가”라고 반문했다.
OSEN의 기사에는 ‘을의 횡포’를 연상시키는 몇 가지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영세상인 보호를 외치는 시위를 하면서 고급 외제 SUV를 몰고 왔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누리꾼들은 “고급 외제차 몰고 다니는 거 보니 영세상인도 아니구만”이라고 조롱했다.
안 : “우리가 영세상인이라고 주장한 적 한 번도 없다. 월세로 700만 원 내는데 당연히 영세상인 아니다. 싸이가 사준 차도 아닌데, 그럼 외제차를 타면 말도 못하고 법적으로 보호도 못 받는 존재인가”
연 : “인신공격이다. 영세상인이 아니면 내몰려도 된다는 뜻인가”
- 상대가 유명연예인이라서 더 물고 늘어지는 건 아닌가.
연 : “싸이라는 사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싸이가 건물주가 된 건 2012년이고 2015년 3월에 강제집행 과정에서
폭행사건이 벌어져 건물주가 싸이라는 점이 화제가 된 것이다. 그 이전에 우리가 그의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다. 현재도 싸이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냥 건물주일 뿐이고, 우리 권리를 존중해달라는 것뿐이다”
안 : “거꾸로 생각해보면 건물주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런 피해를 당했을까. 명도소송해서 법률적 대응만 했으면 끝났을 거다. 어떤 가게도 이런 식으로 인민재판 당하지 않는다. 돈 더 받으려고 연예인 명성 깎아먹는 미친X 취급 받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언론 플레이에 당하지 않는다. 싸이가 명도소송을 제기했을 때 몇몇 기자들이 찾아왔다. 죄송하지만 다루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싫었다. 그렇게 1년 동안 싸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연 : “성북동이나 대학로에서 명도소송 당했을 때도 법적인 대응 외에 시위를 하는 식으로 목소리를 내본 적이 없다. 강제집행과 폭행사건이 없었으면 언론에 알릴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무서워서 목소리를 내게 된 거다”
- 사정은 이해하지만 싸이한테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할까. 싸이 입장에선 돈 벌어서 건물 하나 샀을 뿐인데 날벼락을 맞았다는 거다.
안 : “싸이 측도 건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샀다. 중개한 부동산 말에 의하면 우리가 안 나갈 수도 있고 문제도 생길 수 있으니 건물 값을 좀 깎자고 했다더라. 상황을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 그래도 추석 날 집 앞까지 가서 시위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안 : “그 전에 한 번도 시위를 간 적이 없다. 싸이 측이 형사 민사소송을 하도 많이 제기해서 보호하는 장치로 집회라는 도구를
활용했다. 편지 한 장을 5분 정도 낭독하고 왔다. 경비아저씨가 추석 날 건물 전체가 다 비어있어서 말해도 들을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 이웃에게 피해가 갈 수는 있지만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연 : “이웃들에게 방해가 됐다면 송구하고 죄송스럽지만, 명절에 오죽하면 거리로 나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헤아려주셨으면 한다. 강제집행으로 전시기간 중인 작품이 도난당하고 용달차에 실려서 창고에 처박혔다. 전시한 작가는 은행 통장이 압류됐다. 많은 기자들이 취재하고도 ‘데스크에서 막혔다. 다루지 말라고 한다’고 전한다. 우리가 어디에 호소할 수 있을까”
합의의 기회는 있었다. 지난 5월 양측은 양현석 YG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중재로 드로잉이 합의금 3억 5천만 원을 받고 드로잉과 계약을 맺은 작가들의 전시기간인 11월 30일까지 가게를 비우기로 합의했다. 재건축 후 입점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합의 이행은 불투명하다. 언론에는 드로잉 측이 10억 원을 달라고 해서 합의가 깨졌다는 싸이 측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보도됐다. 많은 누리꾼들은 “결국 돈 더 받으려고 떼 쓴다”는 반응을 보였다.
- 합의가 깨진 이유가 뭔가
안 : “언론에는 우리가 합의를 깼다고 나오지만 합의를 깬 적도 없고 합의를 깨자고 통보한 적도 없다. 합의안이 변경되는 와중에도
법원에 모든 걸 수용하겠다고 했다. 변호사가 우리한테 싸이를 폭력교사로 검찰에 고소한 것을 취하하라고 하더라. 우리는 양현석씨를
처음 만났을 때 합의 테이블에서 제일 먼저 합의가 어려울 것 같다며 폭행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양현석씨가
‘벌 받아야죠’라며 본인이 먼저 사과하겠다고 했다. 형사는 형사대로 하고 민사는 결론을 내리자고 했다. 그런데 합의하고 나니
변호사가 고소 취하하라며 언론에 대고 ‘공식적으로 사과해라’, ‘폭행은 없었다’고 말하고 다니는 상황이다”
“합의를 먼저 제안한 것도, 막판에 깬 것도 그들이다. 양현석씨는 중재인으로 나섰으면 끝까지 마침표를 찍던지, 변호사와 본인 의견이 다르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고 합의가 힘들다고 우리에게 통보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합의가 잘 됐으니 원만하게 하고 좋은 데서 다시 만나자’라고 말하고는 변호사는 합의를 부정했다”
- 언론에는 드로잉이 10억 원을 요구해서 합의가 깨졌다고 나오던데
연 : “10억이 아니라 20억이라는 보도도 나오더라. 증거가 있다고 하니 제시했으면 한다”
안 : “양현석씨랑 한 달에 10여차례 주고 받은 메시지를 다 갖고 있다. 법원에 증거로도 제출했다. 그렇기에 함부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저쪽에서 입으로만 공격하는 거다. 우리는 보상금 받고 나가기 위해 한남동에 들어온 사람이 아니다. 보상금도 저쪽에서 먼저 제안했다. 우리는 ‘보상금이 왜 필요하냐. 오래 있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 다른 세계의 언어로 자꾸 접촉했다. 그건 안 되고, 돈으로만 보상할 수 있다는 거다”
'나의 글 >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들 보기에 ‘올바른 교과서’, 황우여 해임 논의 촉발 (0) | 2015.10.16 |
---|---|
박근혜가 던진 이념전쟁, 정권 말 발목 잡을 수도 (0) | 2015.10.16 |
국정교과서가 제2의 ‘교학사 교과서’인 3가지 이유 (0) | 2015.10.16 |
"잘 모르겠다" "드릴 말씀 없다" 청와대 대변인 스타일 (0) | 2015.10.16 |
“경찰이 기사 실어달라며 밥사고 술사며 구걸” (0) | 2015.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