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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녀온 대통령, “교과서는 어떻게 돼 가나”

미국 다녀온 대통령, “교과서는 어떻게 돼 가나”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미정상회담, 미국이 내준 숙제는 “우리 편 들어라”

18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의 편을 들 것을 강요받게 됐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도 외교성과를 냉정히 평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은 “교과서는 어떻게 돼 가냐”고 물었다고 한다.

중국 경사론 해소? 오바마 “한·미, 한·중 관계가 양립 가능”

박 대통령의 취임 후 네 번째로 이뤄진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언론은 한미동맹과 북핵 대응 공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8일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통일 문제를 주요 의제로 거론했다”며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을 넘어 구체적 준비가 중요하다는 한·미 정상의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평화통일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한 한·미 고위급 전략협의 강화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주목받은 점은 ‘중국 경사론’ 해소다.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 이후 미국 외교가에서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중국 경사론’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됐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이러한 우려를 씻어냈다는 평가다.

   
▲ 서울신문 4면
 

서울신문은 ‘한미 동맹의 진화 ’박근혜의 신외교‘라는 표현을 써가며 칭찬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한·중·일, 한·일 간의 외교전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올 하반기에 우리가 중심을 잃고 외교적으로 휘둘릴 가능성이 컸는데 중심을 잘 잡고 우리의 외교적 자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 점이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고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미국 조야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켰고 북한 핵 문제 등을 공동 성명 형식으로 남겼으며 포괄적 동맹으로 한·미 동맹을 진화시킨 것, 3가지가 이번 방미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꼽았다.

서울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일부 미국 조야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된 ‘중국 경사론’을 해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중국 경사론을 일축하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과시한 것은 향후 우리 외교의 입지를 넓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면 그것이 미국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을 미국은 원하며 한국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갖는다고 해서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역시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한·중 관계가 양립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 대중정책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18일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이 한·미 동맹의 심화와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들은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미국이 한중관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미국으로부터 우리의 중국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것도 큰 소득”이라며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북한·북핵 문제에 대해 기존 한·미·일에 이어 새로운 한·미·중 협력체제가 구축돼 ‘투트랙 공조’가 진행된다”고 내다봤다.

세계일보는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역대 가장 굳건한 한·미 관계’라고 평가하고,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한국이 미국 동맹 관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이 결코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의 중국 경사론에 쐐기를 박았다는 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와 주요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한중관계를 사실상 보증받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가 양립 가능하다’는 식으로 우리 정부의 대중국 관계를 지지하면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국제사회 일각의 이른바 ‘중국 경사론’을 일소했고 국내외의 한미동맹 균열 우려도 말끔히 씻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편 들어라” 숙제 가져온 박 대통령

긍정적인 평가만 할 수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 뼈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한테 요청한 유일한 한가지는,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국제)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국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기자회견에서 “한국 바로 옆의 중국의 (영토 등의) 크기를 고려할 때, 중국이 제멋대로 행동하며 (국제)법을 무시한다면 한국에도 좋지 않다. 그게 경제든 군사 이슈든”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오바마 대통령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이 대립·갈등할 때 한국이 미국 쪽으로 ‘확실하게 줄을 서라’는 뜻”이라며 “(오바마의 말은)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국이 아니라 미국 쪽에 줄을 서야 한다는 ‘조언’ 형식을 빌린 ‘경고’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또한 “박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경사론’ 불식이라는 외교 성과를 거뒀다기보다, 오히려 ‘확실하게 미국 쪽에 서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난해한 외교적 숙제를 떠안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남중국해’ 갈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가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한 섬을 인공적으로 넓히고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미-중 양국이 대립·갈등하고 있는데,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중국 압박에 동참해야 한다는 공개 요구”라는 것.

   
▲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 역시 “남중국해 문제 등 미·중 갈등 사안에서 미국을 지지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며 “내년 미국의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미·중 분쟁이 심화된다면 양국 사이에서 실리·균형외교를 추구해온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또 다른 사례로 한일 관계 개선을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를 보면서 여러 가지 역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동북아 국가들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갖는 게 우리 자녀, 후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과거사를 덮고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서라’는 압박에 가깝다는 것. 경향은 “가뜩이나 관계 개선 명분 찾기가 쉽지 않은 터에 또 하나의 짐이 정부에 얹혀진 셈”이라고 해석했다.

경향은 나아가 “미국이 사드 한반도 배치의 ‘떡밥’을 뿌렸다”고 풀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술이라든지 미사일방어를 통해서 우리가 함께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방어에 필요한 능력” “한국이 필요한 능력의 강화” 등을 언급했다. 경향은 “사실상 ‘미사일방어 체계’, 즉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시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도 하나같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낀 신세가 될 것이라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사실상 '미국·중국의 이해가 충돌할 때는 미국 편을 들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향후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우리 외교의 난제(難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한 "국제 규범과 법"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현 세계 질서'를 의미한다. 이 질서를 거스르는 중국의 부상(浮上)은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협력이나 북한 압박 등에서 한국이 중국과 같은 팀이 되는 걸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미·중의 규범이 부딪힐 때까지 그래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박 대통령 앞에서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서도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 외교의 숙제로 남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청와대는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가 "'대중(對中) 경사론'을 불식하고 우리 입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랑했지만, 단순히 '한·중 밀착' 우려를 씻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미·중 간 갈등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우리가 어떤 논리를 갖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밑바닥부터 다시 검토하고 국가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또렷이 일깨워주었다”(조선일보)

“한국의 ‘중국 경사’는 기우일 뿐”이라고 해명한 박 대통령에게 오바마가 “행동으로 입증하라”고 받아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언제 어떻게 격변할지 모를 미·중 관계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며 치밀한 전략적 계산 아래 우리의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가야 할 것이다“(중앙일보)

반면 동아일보는 “실리를 챙기면서도 미중 양쪽에서 배척받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규범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외교정책이 중요하다”면서도 “박 대통령의 친중(親中) 행보는 경제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이 때문에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오히려 국익에 역행할 수 있다”며 대미 관계를 좀 더 강조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더 큰 문제는 균형이 아니라 널뛰기식 외교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질의응답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며 “통일한국은 평화의 산파가 될 것이다. 한·미 동맹의 기적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때”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한겨레는 “한-미 동맹의 확장을 통한 통일전략이다. 비유하자면 주한미군이 북-중 국경지대인 압록강·두만강변까지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인데, 중국이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상황 전개”라며 ‘널뛰기 외교’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우왕좌왕하다 양쪽 모두에서 갈등만 쌓고 어려운 상황을 자초하는 꼴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난맥상”이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1면
 

북한 유인책도 KFX 기술이전도 없었던 ‘외환내빈’

세부내용을 들여다봐도 실리를 챙겼다고 보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대북 공조에는 동의했으나 북한을 6자 회담 등 대화로 이끌 유인책은 보이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을 대화로 유도할 인센티브는 제시하지 않았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구체적인 로드맵도 찾을 수 없다”며 “미국이 북핵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다짐하고 한·미·중 공조를 약속했지만 잔여 임기 1년인 오바마 행정부가 정말 행동으로 옮길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외화내빈’ 방미였다며 “북한을 북핵 대화로 끌어낼 현실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대목이나 한일 정상회담ㆍ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에 등 떠밀리듯 카드를 내준 부분,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기술 이전 문전박대 등 한계도 뚜렷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 미국은 ‘립 서비스’만 내놓고 한국은 실리를 내주는 패턴을 되풀이했다. ‘한미동맹을 중요한 새로운 방향으로 진전시켜 나가고 있다’ 등의 미사여구가 넘쳤다”며 “그러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까지 미국을 직접 방문, KF-X 핵심 기술 이전을 요청했음에도 미국은 ‘어렵다’며 냉정하게 거절했다. ‘빛 샐 틈 없다’는 한미동맹의 한계를 드러낸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일보 4면
 

현안 집어삼킬 블랙홀 ‘국정교과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밝힌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국정교과서는 여전히 블랙홀이자 뇌관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여권의 향후 국정운영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일보는 기사 제목을 <교과서 國定(국정), 朴정부 國政(국정) 발목잡나>라고 뽑았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역사 전쟁’에 대한 회의론이 여권 내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전쟁에 깊이 관여한 만큼 결과에 따라 후반기 국정 운영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것.

국민일보는 “여권의 더 큰 고민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속도전이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점”이라며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싸움에서 결과가 나쁠 경우 노동개혁 등 민생 이슈 또한 힘을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정교과서는 실제로 각종 현안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울신문은 “당장 이번 주 시작되는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법률안의 심의·의결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며 “그동안 박 대통령이 임기 시작부터 공을 들였던 여러 정책이 올해 내에도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가 “청와대는 ‘국정교과서 블랙홀’ 빠져나올 복안 있는가”고 묻는 이유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노동개혁 관련 입법은 물론 장기간 국회에 묶여 있는 경제 활성화 및 민생 관련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이 모두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며 “결국 교과서 국정화를 사실상 주도한 박 대통령이 왜 그럴수밖에 없는지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31면
 

국사편찬위도 알고 있다. 국사교과서가 ‘편향적’이라는 것을…

역사학계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과서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제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단독보도를 통해 교육부 소속기관으로 국정교과서 제작을 주도하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역시 역대 국정 국사 교과서의 주요 현대사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평가, 기술돼온 문제점과 비판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가 이날 국편이 운영하는 국사 교과서 원문 서비스 사이트인 ‘우리역사넷’이 역대 국사 교과서 원문과 함께 올린 해제를 확인한 결과 역대 국정 국사 교과서의 ‘정권 편향성’ 문제점에 대한 국편의 사전 인지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

국편은 이 해제에서 제3차 교육과정(1974·79년) 국사 교과서에 대해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본질적 목적보다는 정부 시책을 교육에 효율적으로 반영하려는 목적이며, 교과서 체제의 통일 및 중·고등학교 교과서 내용 사이의 체계화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4차 교과과정(1982년판) 국사 교과서에 대해선 “외세의 침략으로 인한 시련과 지배층이 중심이 된 극복을 강조함으로써 반공 및 독재체제의 정당성을 강화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썼다.

세계일보는 나아가 1974년부터 2006년까지 편찬된 국정 국사 교과서 7종(고교)과 관련 논문 등을 분석해 1980년대 이후 12·12, 5·18, 6월항쟁 등에 대해서도 정권의 성격과 의도에 따라 평가 및 기술은 극적으로 뒤바뀌었다는 점을 짚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 교과서는 5.18을 서술하며 혼란상을 부각하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김영삼 정권 이후부터는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했다. 12.12 사태에 대해 전두환 정권 때 교과서는 “북한 공산군의 남침 위기에서 벗어나고 국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각 부문에 걸쳐 과감한 개혁을 추진했다”고 적었고, 노태우 정권 때 교과서는 “10·26 사태 이후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12·12사태가 일어났다”고 썼다. 반면 김영삼 정권 시절부터 “1979년 12월12일 이른바 신군부 세력이 일부 병력을 동원해 군권을 장악하고 나아가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다”며 ‘신군부의 쿠데타’로 규정했다.

   
▲ 세계일보 1면
 

한겨레와 인터뷰한 국정교과서 집필 교수들은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 첫 국정교과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집필진의 반대를 꺾고 ‘유신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을 멋대로 집어넣었다”고 증언했다.

한영우(77) 서울대 명예교수는 1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제 식민사관을 답습한 기존의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바로잡기 위한 교과서 개편(3차 교육과정) 작업이 이뤄지던 와중에 유신체제가 선포됐다”며 “교과서 국정화가 발표된 이후 당시 문교부가 집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신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근현대사 단원을 집필한 윤병석(85) 인하대 명예교수 역시 “새마을운동과 유신에 관한 (긍정적인) 내용을 포함하라는 문교부의 요구를 거부하자, 누군가 내 교과서 원고에 관련 내용을 써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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