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압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강신명 경찰청장, 시위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주장, “결과만 갖고 잘못됐다 판단, 이성적이지 못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백남기씨가 사경을 헤매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강신명 경찰청장이 사과해야 하며 나아가 사퇴해야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강신명 경찰청장은 “결과가 중한 것만 가지고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건 이성적이지 못하다”며 사과 요구를 일축했고, “과잉진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23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찰의 대응과정에서 농민 한 분이 중상을 입은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쾌유를 기원드린다”고 밝혔다. 안타깝다는 말만 했을 뿐 책임자로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찰에서 인간적인 차원에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 생각하며 쾌유를 기원한다’는 말은 제3자적 입장”이라며 “사죄라는 표현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과나 유감 표현 정도는 있길 바랬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유대운 의원은 “경찰은 10m 미만거리에서는 1000rpm 미만으로 살수해야 하고 직사해도 하체 쪽을 겨냥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1주일이 지나도록 사과나 입장 표명은 안 한 채 폭력시위에 대한 책임전가에 급급하다”며 “사과할 용의가 없나”라고 물었다.
이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명확한 사실관계와 법률적용 문제가 결정되면 이에 상응하는 사과 책임도 당연히 있어야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유대운 의원이 “이 시점에서 사과할 용의가 없나. (농민이) 뇌사상태로 위기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자 강 청장은 “결과가 중한 것만 가지고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강 청장은 이어 “인간적인 사과와 법률적인 사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인간적으로는 제가 오늘 충분하게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는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백씨에 대한 물 대포 살수가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중구 경찰청 경비국장은 안행위 현안보고에서 “시위대는 차벽을 밧줄로 묶어 틈새가 벌어지기 직전까지 차벽이 끌려 나가는 상황이 됐고 경찰은 더 이상 끌려나가지 않도록 반대쪽으로 당기거나 직사살수하며 대응했다. 19시1분 차벽 밧줄을 잡아당겨 상하 좌우로 직사살수를 했고, 부상당한 농민은 밧줄 당기는 시위대의 앞쪽으로 걸어 나와 밧줄을 당기던 중 물줄기에 맞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또한 “농민이 부상을 입은 후에도 후방에 있던
시위대가 밧줄을 계속 잡아당겨 이를 제지하기 위해 살수하는 과정에서 넘어진 부상 농민과 이를 옮기려는 시위대를 향해 15초 간
살수했다”며 “살수조작요원은 살수차 모니터를 통해 현장을 조망했으나 물보라가 화면을 가린데다 시위대가 주변에 몰려들어 농민이
넘어진 걸 보지 못했고 몰려온 사람들이 줄을 당기는 걸로 알고 살수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 근거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그 날 집회에서 경찰이 과잉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그날 상황을 통칭해서 과잉진압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강 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임 의원은 “2008년 광우병 집회 때 동원된 1만 7천명보다 많은 284개 중대 2만여명을 동원했다. 살수차량도 전체 보유량인 19대를 동원했고, 물대포 살수량은 20만 2천L로 작년 한해의 24배에 달한다”며 “이날만 캡사이신을 651L, PAVA(최루액)를 440L 사용했다. 이래도 과잉진압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민중총궐기에 캡사이신 651L, 한해 사용량 3.4배>
그러자 강 청장은 “단순히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불법폭력집회가 얼마나 심했느냐에 비례해서 (과잉진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청장은 이날 처음 사용된 식용유와 실리콘에 대해서도 “경찰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식용유와 실리콘까지 사서 준비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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