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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간담회는 5인 이상 언론사만?

국회의장 간담회는 5인 이상 언론사만?

‘5인 미만’은 언론으로 안 보는 정부, 국회도 마찬가지? 상시출입 기준 풀단 구성 논란

지난 16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지와 인터넷매체 기자들의 취재는 사실상 제한됐다. 국회 상시 출입기자가 ‘5인 이상’인 매체의 기자들만 들어올 수 있다는 기준 때문이다. 국회에서 이런 식의 취재 제한이 발생한 것이 처음이 아니다.

국회 의장실은 16일 오전 10시 25분에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정의화 국회의장 기자간담회가 11시 30분 의장접견실에서 열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의 주요법안 직권상정에 대한 정 의장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이었다.

국회 대변인실은 풀(pool)단 구성을 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함께 알려왔다. 문제는 풀단 구성의 기준이었다. 풀단이란 장소나 여러 제약조건으로 기자들 중 일부만 취재를 허용하되 취재의 결과물을 전체 기자단이 공유하는 취재방식을 뜻한다. 하지만 국회 미디어담당관실은 선착순으로 풀단 신청을 받으며 신청기준을 ‘국회 상시출입기자 5명 이상 매체’로 제한했다.

국회에 상시출입을 하는 기자가 5명 이상인 매체만 정 의장의 기자간담회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상시 출입기자는 국회가 자체적인 심사에 따라 언론사별로 TO를 조정한다. 신청한다고 다 받아주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풀단 구성 기준을 ‘5인 이상 매체’로 규정하면 지방지나 인터넷매체 등 군소 매체들의 취재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방지, 인터넷 매체 중 상시출입 기자가 5인 이상인 매체는 ‘오마이뉴스’ 한 곳 뿐이다. 이런 이유로 몇몇 인터넷 매체 기자들은 16일 풀단 구성 기준에 대해 국회 대변인실과 의장실, 미디어담당관실 등에 항의했다.

한 인터넷매체 기자는 “상시출입이 적으면 취재가 안 되는 언론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으로 상당히 차별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5인 미만의 인터넷언론을 언론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터넷매체 기자는 “매우 촉박하게 5인 이상으로 제한하겠다고 해서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상 군소매체와 인터넷매체들은 배제되는 기준이라 반발이 있었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취재할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부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 대변인실과 미디어담당관실 등은 장소가 협소하고 급하게 기자회견을 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회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회견 자체가 급하게 정해졌다. 9시~10시에 회의하는 중에 11시 기자간담회가 정해졌다”며 “굳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정의화 의장이 국회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의장이 직권상정을 일부러 안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설명해주고 싶다고 해 기자회견이 급하게 잡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자들이 많다. 한 인터넷매체 기자는 “국회에는 정론관이라는 모든 기자들에게 공개된 기자회견 장소가 있고 국회의장도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취재를 제한하면서까지 의장실을 고집해야할 이유가 있나”라며 “장소가 좁아서 풀단을 구성할 거라면 인터넷 기자단, 방송, 일간지 등 각 기자단에 요청해 풀을 구성하게 하면 되는데 굳이 5인 이상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자회견 장소인 접견실이 방송 카메라를 포함해 20명밖에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라고 미디어담당관실에 업무를 요청했더니 미디어담당관실에서는 기존에 해왔던 일종의 가이드라인대로 한 모양”이라며 “갑자기 기자회견이 잡혀 준비가 부족했고 인원이 제한돼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의 취재제한은 예전에도 벌어졌던 일이다. 2016년도 예산안 심의 당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예산조정소위를 취재하는 풀 기자단을 구성했는데, 기준은 ‘상시 출입 7인 이상’이었다.

지난해 11월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예결특위 계수조정 소위가 시작되면서 국회는 예결특위 요청에 따라 국회 출입 언론사 중 30곳을 대상으로 풀 기자단을 구성했다. 당시 미디어담당관실은 “계수조정소위 회의실이 좁아 모든 언론에게 회의 내용을 공개할 상황이 아니다. 때문에 책임감 있는 언론사를 상대로 풀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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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7인 이상’이라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막상 상시출입을 늘려달라는 군소매체들의 요청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시출입 재조정으로 출입기자 수가 깎이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매체의 경우 상시 출입 기자를 재조정하는 기준이 온라인 홈페이지 조회 수, 방문자 수다.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지적하신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인터넷 매체들의 목소리도 듣고 있다”며 “참고해서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니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