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이 무슨 상관인가
새누리, 야당에 ‘북한 이롭게 하는 정당’ 색깔론까지…“불안을 이용해 정치적 목표 달성하려 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새누리당이 정부여당의 관심법안인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통과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북한 핵실험과 엮는 것은 과도하게 불안을 부추기는 행태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여당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여야 간 대립으로 통과되지 못하는 쟁점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문정림 원내대변인은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서면 브리핑에서 “연초부터 북한의 예기치 못한 핵실험으로 우리나라가 안보상 큰 위기에 직면해있는 상황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아직도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핵 실험 다음 날인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쟁을 중단하고 안보수호를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며 “보이지 않는 위협을 대비하기 위해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색깔론도 서슴지 않는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을 위한 정당인지 그렇지 않으면 북한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정당인지 의심을 안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땅에 테러가 나고 난 다음에 이 대테러방지법을 할 것인지 정말 답답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이 4차 핵실험을 통해서 뼈저린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도 거들고 있다. 동아일보는 8일 사설에서 “두 법(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은 그런 집단(북한)을 변화시키고 예측 불가한 안보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안보와 경제에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야당이라면 집권의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이 북한 핵실험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북한의 핵 실험을 막을 수 있는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법의 경우 쟁점이 되는 부분은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인권법이 아니라 보수 대북단체 지원법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북 전단 살포에 정부의 합법적인 지원이 들어가면서 오히려 남북관계가 더 경색될 수도 있다.
관련 기사 :<“북한인권법, 대북 단체 세금으로 먹여살리는 법”>
삐라 뿌리기에 집중하는 보수단체를 국가가 나서 지원하자는 주장은 북한이 핵 실험을 했으니 대북확성기 방송도 재개하고 삐라도 뿌리면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자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대응책’일 뿐이다. 그간 대북 확성기 방송, 삐라 살포를 반복했지만 북한은 계속 핵을 만들어왔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인권법은 북한 권력집단의 악행을 기록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향상을 통해 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 관련 교육 및 출판사업, 국제적 교류 활동,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관련, 수집, 기록, 보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북한은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든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조차 증거조작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체제를 위협한다며 더 핵실험에 몰두할 수도 있다. 북한인권법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북한인권법이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예방책이나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야당 외통위(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북한인권법의 내용 중에 북한 핵실험이나 핵개발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전혀 없는데 엮어서 갈려고 그렇게 주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1월 8일자 동아일보 31면 | ||
테러방지법은 더더욱 북핵과 무관하다.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테러방지법의 골자는 국정원 산하에 테러대응 종합기구를 만들자는 것이고 야당은 이 기구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자고 맞서고 있다. (관련 기사 : <테러방지법을 국정원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테러를 넘어선 국가안보사안에 가깝다. 국정원은 물론 대통령과 국방부, 전시작전권을 지고 있는 미군이 개입해 결정할 문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핵의 문제는 안보, 전쟁과 관련된 문제이고 따라서 당연히 국방부와 대통령이 담당하고 NSC가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테러를 방지해야한다는 차원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정원이 북한의 핵 실험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면서 ‘정보 무능’론까지 일고 있는 마당에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그러니까 국정원에 테러대응을 맡겨야한다’는 논리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 교수는 “테러방지의 핵심은 정보기능, 그 중에서도 특히 해외정보다. 테러방지법을 도입하기 전에 국정원의 해외정보 기능부터 강화시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으로 북한 핵 실험을 막을 수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적인 불안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잘못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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