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세월호 피해자 68% “언론·인터넷으로 정신적 고통”

세월호 피해자 68% “언론·인터넷으로 정신적 고통”

피해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교직원, 안산주민 등도 고통 호소…“친구 팔아 대학 간다는 말, 멘탈 나가”


세월호 참사의 생존학생들이 왜곡된 언론보도와 SNS 및 인터넷 게시물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적 피해자가 아닌 참사당시 단원고 3학년 학생과 안산시민들도 언론 보도와 인터넷 악성 게시물에 의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는 세월호 참사 후 유의미한 수준으로 저하됐다.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단원고 스쿨닥터였던 김은지 박사외 단원고 마을건강센터 소속 김학범‧남희순 연구원에게 의뢰해 실시한 ‘세월호참사 피해자 등에 대한 언론보도 피해 및 명예훼손 실태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적 피해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8.5%가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세월호 관련해 모욕적인 발언을 생활에서 직접 경험한 경우도 46.9%에 달했다.

실태조사는 1차 설문조사, 2차 심층 면담 조사로 구성됐다. 설문조사에서는 2015년도 졸업생(참사 당시 단원고3학년:간접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1차 예비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설문 문항을 수정 보완해 2016년 졸업생(참사 생존학생:간접 피해자), 2016년도 졸업생의 학부모, 2016년 현재 단원고에 재직 중인 교직원 및 안산 지역 주민들(간접 피해자)을 대상으로 2차 설문을 실시했다. 응답자는 1차 37명, 2차 126명 등 총 163명이다. 이중 21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직접 피해학생들은 ‘고등학교 재학중(2014년, 2015년) 세월호, 단원고, 안산 관련 언론보도 또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상처를 입거나 고통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8.8%(20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29.4%(10명)였다. ‘재학 중 세월호와 관련한 모욕, 명예훼손, 혐오표현적 발언이나 행동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듣거나 전해 듣거나 경험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20.6%인 7명이 ‘매우h 그렇다’고, 35.3%인 12명이 ‘약간 그렇다’고 대답했다.

▲ 세월호특조위의 ‘세월호참사 피해자 등에 대한 언론보도 피해 및 명예훼손 실태조사’ 보고서 발췌
직 접 피해학생들은 ‘단원고, 안산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욕, 명예훼손, 혐오표현적 발언이나 행동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듣거나 전해 듣거나 경험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29.4%인 10명이 ‘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명예훼손 표현 등을 피하기 위해 자리나 사람을 피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는 ‘약간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41.2%(14명)에 달했다.

단원고를 떠난 이후에도 고통은 이어졌다. ‘대학진학 등 학교를 떠난 이후에도 언론보도 또는 인터넷 게시글을 보고 상처를 입거나 고통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5.3%(12명)가 ‘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피 해의 범위는 넓었다. 직접 피해학생의 학부모 및 교사,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6.7%(11명) ‘언론보도 또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거나 상처를 입거나 고통 받은 적 있나’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또 다른 11명은 ‘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세월호와 관련 모욕, 명예훼손, 혐오표현적 발언이나 행동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듣거나 전해 듣거나 경험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3.8%(14명)가 ‘약간 그렇다’고 답했고 34.4%인 11명이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안산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언론보도 또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거나 상처를 입거나 고통 받은 적 있나’라는 질문에 48.3%인 29명이 ‘약간 그렇다’고 답했고 28.3%(17명)이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하 지만 피해자들은 이런 언론보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피해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터넷 등에서 욕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퍼트리는 행위를 하면 그 사람을 모욕‧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29명(85.3%)으로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응답자 5명(14.7%)에 비해 많았다.

법적인 대응 외에 게시물을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삭제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응답자는 20명(58.8%)으로 모르는 응답자 14명(41.2%)보다 많았다. 허락 없이 나의 사진이나 영상, 허위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거나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응답자도 29명(85.3%)으로 모르는 응답자 5명(14.7%)에 비해 많았다.

하 지만 이들 대다수는 실제로 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위에 열거한 방법을 사용한 적이 없는 사람이 29명(85.3%)로 있는 5명(14.7%)에 비해 많았다. 위의 방법이 아닌 나름의 방법으로도 대응한 적 없다는 응답자도 19명(55.9%)로 대응한 적 있다는 응답자 14명(44.1%)보다 많았다. 간접 피해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언론보도 등에 대응할 방법은 알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이를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 세월호특조위의 ‘세월호참사 피해자 등에 대한 언론보도 피해 및 명예훼손 실태조사’ 보고서 발췌

자 연스레 언론에 대한 인식도 세월호 참사를 전후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직접피해대상을 대상으로 언론에 대한 인식을 세월호 참사전/참사후/현재로 나누어 측정하고 각 항목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시점 간 차이가 발생했다.

‘언 론은 나에게 긍정적이다’라는 문항에서 참사 전보다 참사 후가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참사 후보다는 긍정적이지만 참사 전보다는 부정적이다. ‘언론이 정의롭고 공공적인 가치를 추구한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의 경우 참사 후에 참사 전보다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세월호특조위의 ‘세월호참사 피해자 등에 대한 언론보도 피해 및 명예훼손 실태조사’ 보고서 발췌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 피해자들은 심층 면접 조사에서도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많은 기자들이 와서 인터뷰도 하고 영상도 찍어갔는데 저희가 한 말이 항상 제대로 안 나오고 항상 자극적인 것들만, 안 좋은 것들만 뽑아서 내는 거다. 또 그걸 보고서 사람들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댓글에 그렇게 쓰니까”
“언 론은 그래도 믿어야 된다 쪽의 (생각이) 더 있었는데. 세월호 사고가 나고 제가 학교에 다니고 있고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 지를 다 아는데 기사를 보면 너무 자극적이고, 외부사람이 보면 단원고를 욕하게끔? 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언 론보도는 사고 당시부터 충격이 커서 그 이후에는 볼 때마다 신뢰를 안 하게 된다. 똑같은 화면만 계속 반복적으로 보고, 정작 지금 궁금한 구조상황은 구체적으로 안 나오고. 본질이 아닌 다른 것만 다 애기를 해주는 거에요. 화면도 배 잠겨 있는 거만 나와서 보다가 꺼버렸어요.”

▲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자료,
직접 피해학생들은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언론보도로 단원고 학생에 관한 배보상 및 대학입학 특례에 대한 보도를 꼽았다. 21명 중 8명이 보상 관련한 오보 및 편파 보도를 보고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고, 21명 중 17명이 보상 관련 언론 보도에 근거한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10명이 가장 상처받는 게시물로 특례 입학 관련 게시물을 꼽았다.

“특례는 받지도 않았거든요. 근데 뉴스에서 보도를 해가지고, 네이버에서 봤어요. ‘확정되면 개는 특례다’라는 뉴스 내용이었던 거 같아요.”
“더 슬펐던 건 언론이 자기 맘대로 기사 내고, 거짓기사가 많았으니까. 그거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그 특례입학.”
“그 입시 때 너무 괴로웠어요. 교복을 입고 면접을 보러 가면 다 쳐다보는 거예요. 그때도 특례라는 말이 돌기는 했어요.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이럴 거면 진짜 특례로 보내주던가. (그것도 아니면서) 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냐고.”
“경 기도교육청에서 지원받는 장학금을 준다거나 뭐 혜택을 준다, 이런 기사가 뜰 때마다 기자들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어요. ‘이걸 쓰면 재네가 혜택 받는다고 생각하겠지’ 이런 걸 노리고 쓴 거 같은 거예요. 우리 생각은 전혀 안 하겠지? 계속 각인시킨다고 해야 하나.”
“원서 쓸 때, 친구 팔아먹고 대학 간다? 그런 말(을 들으면), 멘탈이 나간다.”
“우리가 이런 의도로 이렇게 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피상적으로 껍데기 부분만 해서 나오는 것들이 있다. 특별법이나 보상 부분도 늘 이상한 애기나 나오고 항상 오해받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그런 느낌이 드는 상황이 계속 되는 거죠.”
“댓글에 제일 좀 충격적인 댓글이 친구 팔아서 대학 간다고. 우리가 지금 공부를 못하는 상황이니까 특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걸 듣고 나니까 진짜 죄지은 것 같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