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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혜 비난 여론, 언론이 만들고 확산시켰다

세월호 특혜 비난 여론, 언론이 만들고 확산시켰다

대입특례 등, 언론보도 이후로 트윗 급증…“미디어와 반응 주고받으며 부정적 언급 왜곡되고 증폭”


우리는 흔히 SNS를 ‘괴담’과 ‘허위사실’의 근원지라 부른다. 하지만 SNS에서 괴담과 허위사실이 퍼지는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보이는 언론 보도가 큰 역할을 한다. 세월호 유가족을 괴롭혔던 SNS 상의 세월호 ‘배‧보상’ ‘특혜’ 관련 이슈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퍼져 나갔다는 점이 드러났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보상 이슈를 중심으로 본 트위터 이슈 전파 양상과 미디어 상호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 기사가 나온 시점을 중심으로 세월호 보상과 관련한 글이 SNS에서 폭증했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많은 허위사실들이 정보통신망에 많이 유통됐다. 특히 특별법 내용 및 유가족에 대한 배보상 금액, 내역에 대한 허위사실은 참사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포되고 있다”며 “이러한 허위사실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배보상 관련 5가지 키워드셋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키워드셋(Keyword Set)이란 단어와 단어의 결합을 통해 특정 데이터를 세분화하여 추출할 수 있게 하는 단어조합단위를 뜻한다. 특조위와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세월호 관련 내용 중 보상, 특혜 관련 내용에 집중하기 위해 ‘세월호+보상’ ‘세월호+지원’ ‘세월호+혜택’ ‘세월호+특례’ ‘세월호+특혜’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셋을 선정한 뒤 2014년 4월16일~2014년 12월31일까지의 한국인 트위터 계정 글 전체에서 다섯 개 키워드셋을 추출했다.

▲ 다섯 개 키워드셋이 급증한 시기. 보상 이슈를 중심으로 본 트위터 이슈 전파 양상과 미디어 상호관계 분석’ 보고서 발췌.

다 섯 개의 키워드셋에 대한 언급량이 급증한 시기는 모두 언론보도와 연관돼 있었다. 세월호 참사 관련한 뉴스 매체의 보도가 인용되어 트윗에서 확산된 것이다. 4월17일 노컷뉴스에서 보험금 관련 기사가 나온 이후 여러 매체에서 세월호 보험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관련 트윗이 급증했다.(언급량 7424건) 5월22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장례비를 보상금에서 삭감하겠다고 지시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기사를 인용하며 정 총리를 비판하는 트윗이 급증했다.(언급량 1만 1285건) 5월22일에는 정부의 긴급생계비 지원기준이 비현실적이어서 혜택을 받는 유가족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보도되면서 언급량이 급증했다.(1만 3773건)

5개 키워드셋 모두 7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유가족과 관련해 부정적인 언급이 두드러지게 증폭됐다. 7월15일에는 여야가 단원고 특례입학을 논의하고 유가족이 이러한 요구가 자신들의 요구가 아니라고 반박한 점이 보도되면서 언급량이 늘어났다.(7366건) 7월16일 국회 교문위에서 대학입학지원에 대한 특별법을 처리하면서 대입특례가 유가족 요구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공방이 오가기 시작했다. 7월17일~18일에는 ‘세월호 특혜’라는 주제로 각종 혜택이 정리된 트윗이 전파됐고 17일 9개 항목이던 것이 18일에는 22개 항목으로 늘어났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세월호특별법’ ‘보상금’ ‘의사자’ ‘대입특례’ 등 이슈의 전파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타임라인을 그렸다. 5개 키워드셋을 통해 도출한 트윗 중 ‘세월호특별법’ ‘보상금’ ‘의사자’ ‘대입특례’에 대해 언급한 트윗 및 해당 트윗에 포함된 링크를 통해 관련 컨텐츠(뉴스, 동영상, 페이스북, 각종 커뮤니티 등)을 시간 순서에 따라 늘어놓는 것이다. 분석 결과 ‘대입특례’ 이슈는 확산 과정에서 뉴스 매체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지는 이슈였다.

대 입특례 이슈는 다음과 같이 확산됐다. 5월 초 경기도교육청이 단원고를 위기극복 연구학교로 선정하면서 대입특례를 요청한다는 보도(연합뉴스)와 아직 고려대상이 아니다(뉴시스)는 엇갈린 내용이 보도된다. 6월4일 지방선거 전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여야 후보가 대입특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소하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대입특례가 언급된다. 5월 말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입특례를 언급하면서 유가족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부정적 트윗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 대입특례 이슈 타임라인. 보상 이슈를 중심으로 본 트위터 이슈 전파 양상과 미디어 상호관계 분석’ 보고서 발췌

기 사를 인용하는 것에서 시작해 일간베스트-트위터를 떠돌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고 7월 중순부터 언론이 온라인상에서 찬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동아일보) 보도한다. 본격적인 공방이 이루어진 7월 14일~18일 관련 언급이 폭증했는데, 부정적 의견이 늘어났다. 유가족들이 지속적으로 대입특례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음에도 정치권이 대입특례를 핵심 사안으로 다루는 듯이 보도되며 ‘유가족이 요구하지 않았다면 왜 이렇게 대입특례가 논의 되겠나’는 의견들이 지속됐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보고서에서 “5월6일 ‘위기극복 연구학교’ 관련 보도에서 같은 내용을 두고 두 가지 종류 기사가 나오면서 향후 트위터에서 대입특례를 유가족이 먼저 요구했다는 유언비어의 근거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슈의 전파가 트위터만으로 이루어진 경우는 없으며 각종 매체가 인용되어 논란이 확산되었는데 그 중 뉴스 매체가 부정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 국인사이트연구소는 또한 “미디어 특히 뉴스 매체는 SNS보다 정보가 오랫동안 보존되며 많은 이들이 추측이나 의견을 사실로 받아들여 발언의 근거로 삼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례에서도 트위터 자생적으로 이슈가 촉발되고 증폭된 것이 아니라 미디어와 반응을 주고받으며 부정적 언급이 왜곡되고 증폭된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 매체의 보도가 SNS로 확산되고 이것이 다시 뉴스화 되는 방식을 띠거나 SNS에서 확산된 글이 뉴스화되고 이 뉴스 보도가 다시 SNS로 확산되는 방식을 띠었다는 뜻이다.

▲ 뉴스->SNS->뉴스로 이슈가 퍼지는 사례. 보상 이슈를 중심으로 본 트위터 이슈 전파 양상과 미디어 상호관계 분석’ 보고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