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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때 화났던 20대, '인국공'으로 폭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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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때 화났던 20대, '인국공'으로 폭발하다

[김태훈의 이슈&북스] ‘공정하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청년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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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때 화났던 20대, '인국공'으로 폭발하다

입력 2020.07.04 10:46 | 수정 2020.07.04 10:48

[김태훈의 이슈&북스] ‘공정하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청년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20대 청년들이 무엇을 고민하며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는 귀기울이지 않고 정규직 전환의 당위성만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는 “본질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불공정 문제를 제기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두배 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청년은 청와대 청원에 올린 항의성 글에서 김 의원을 이렇게 비판했다.

“김 의원님의 명언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 잠 안자며 공부하고 스펙 쌓고 자기발전을 위해 몇 년간 쏟아부은 내 모든 행동이 얼마나 불공정스러운 결과를 위한 것이었는지 크게 반성하게 됐다.”

이런 엇박자가 나는 이유는 김의원이나 청와대가 취직 잘 되던 고도성장기에 대학 다녔던 자기 세대의 경험을 토대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세대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취업에 성공한 선배가 대학에 취업 특강을 가면 학생들이 대놓고 이렇게 묻는다. “선배님, 학점은 얼마셨나요?”

이런 학생들이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남에게도 적용하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바로 ‘공정’이다. 지금의 20대는 공정세대라 불린다. 공정세대는 199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현재의 20대를 지칭한다. 이들 세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좁은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세대다. 많은 청년이 정규직을 꿈꾼다. 그럼 어떻게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가. 청년들은 공정하게 겨루자고 한다.

‘시간과 돈을 들여서 내가 한 노력은 너무나 소중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노력과 나의 노력 사이에 엄격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는 업적주의를 낳는다. 업적주의란 주어진 신분, 출신, 가문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얻어진 지위나 임금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을 뜻한다. 이런 업적주의에 위배되는 것은 이들 세대에게 정의롭지 않다. 이제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한다. ‘젊은 시절에 좀 놀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이들에겐 없다. 그래서 나보다 덜 노력한 누군가가 기회를 갖게 되거나 혜택을 더 받는다면 참을 수가 없다. 그것은 정의롭지 않은 일이고 공정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31쪽)

공정세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겨룰 기회를 달라고 요구한다. 또한 청년들 업적주의 기준에서 보면 아빠 찬스, 엄마찬스 써서 딸 의대 보낸 조국 전 법무장관은 불공정의 대명사다.

청와대는 청년들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번 논란으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마주하게 됐다”며 “모든 세대의 아픔을 공감하는 정부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에도 비슷한 다짐을 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청와대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계획을 발표하며 이렇게 취지를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진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이 다급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청년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피땀흘리며 준비했는데 북한 선수들의 참가는 무임승차이며 공정 가치의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청와대는 이렇게 해명했다.

“2030세대가 취업절,벽 청년실업에 내몰린 절박한 상황에서,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 건 굉장히 중요하고 반성해야 할 문제다.(…)이런 경험이 세밀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정권은 청년이 반발하는 이슈가 생기면 자꾸, 본질이 중요하다느니, 대의를 위해 좀 이해해달라느니 하며 공공적인 것, 심지어 전체주의적인 가치를 강요한다. 그러나 공정세대는 그런 요구에 따를 생각이 없다.

‘일정한 기준과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10대 때부터 노력해온 이들 세대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는 것에 대해서도 예민하다. 희생하는 개인이 있는 반면에, 혹여 무임승차자가 생긴다면, 그에 대해 심하게 분노한다.’(38쪽)

이런 분노를 청와대와 여당 일부 인사들과 여권 지지자들이 이기주의로 매도하곤 한다. 심지어 젊은 적폐니, 신 적폐니 하며 비난한다. 청년들은 억울하다.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빼앗긴 것도 분한데, 졸지에 자기만 생각하는 못된 인간 취급을 당한다고 느끼기때문이다.

이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우리가 지켜본 것은 그 반대에 가깝다. 오히려 공정과는 거리가 아주 먼 행태를 보여왔다.
청와대와 여당의 이른바 586들은 자기 세대의 가치를 청년에게 강요하기 전에, 그들이 왜 그토록 공정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