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위건부두로 가는 길>은 언제 읽어도 명문이다.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지금 그대로 적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다. 세상을 바꾸는 대신 이단자들을 찾아 척결하는 게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나는 사회주의자를 보며 도대체 그의 진짜 동기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품곤 한다. 내가 보기에 많은 사회주의자들의 숨은 동기는 병적으로 심한 질서 의식일 뿐이다. 그들이 현 세태를 불쾌히 여기는 것은 그것이 비참한 현실을 초래하기 때문도, 자유를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보다는 무질서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 세상을 장기판 비슷한 무엇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 부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혁명이란 그들이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는 서민이 주체가 되는 운동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똑똑한 ‘우리’가 하층 계급인 ‘그들’에게 부여할 일련의 개혁인 것이다. "
"입에 거품을 물고 부르주아를 규탄하는 이들, 맥주에 물을 타자는 개혁가들, 지금은 대유행이라 공산주의자지만 5년 뒤에 파시스트가 되어 있을 운동권과 문단의 눈치 빠르고 젊은 신분 상승자들, 고상한 여성들과 샌들 애용자와 수염 기른 과일주스 애호가 등과 같이 죽은 고양이에게 파리 꼬이듯 ‘진보’의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온갖 시시한 족속들이 그들(사회주의자들)이다. 사회주의의 근본 취지에 공감하는 평범하고 수수한 사람은 어느 심각한 사회주의 정당에도 자기 같은 부류를 위한 자리는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어떤 운동을 그 신봉자들로만 판단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사회주의에 대한 통념이 사회주의자는 따분하거나 비위에 안 맞는 사람이란 관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이다. 사회주의는 지금 목소리 큰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아주 흡족해할 수준으로 비치는 형국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프롤레타리아의 독재에는 움찔하지 않을지 몰라도, 잘난 체 하는 인간들의 독재에는 기꺼이 맞서 싸울 것이다."
"진정한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나는 진정한 사회주의란 압제가 타도되는 꼴을 보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겠다. 하지만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라면 대부분 그런 정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받아들인다 해도 몹시 못마땅해 할 것이다. 이따금 나는 그들이 말하는 걸 들을 때, 그리고 그들의 책을 읽을 때는 더더욱, 사회주의운동 전체가 그들에겐 일종의 흥미로운 이단 사냥에 불과한 것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장단에 맞춰 이리저리 미친 듯 뛰어다니며 '어험 어험 이거 변절자의 피 냄새가 나는 구먼!' 하는 듯하다."
"우리가 연합해야할 사람들은 사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집세 낼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지는 모든 이들이다. 소규모 자작농이 공장 노동자와 연합하고, 타자수가 광부와, 학교장이 자동차 정비공과 연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고당하는 꿈을 자주 꾸는 모든 은행원은 파산직전을 오가는 모든 가게 주인과 (본질적으로) 같은 처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사실을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하는 것뿐이다. 하나는 모든 피착취 인민의 이해관계는 같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사회주의는 상식적인 양식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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