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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JTBC가 달라졌어요? “순진한 생각”

우리 JTBC가 달라졌어요?  “순진한 생각”

[종편 해부⓸] “친기업·삼성 편향 아킬레스건”…JTBC “개국 이래 균형이 최우선 가치”


채널A와 TV조선이 5·18 왜곡보도로 홍역을 치르고 동안, JTBC는 ‘중도’ 노선을 표방하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JTBC가 자극적인 보도와 노이즈마케팅으로 비판받은 채널A,  TV조선과 다른 길을 걷기에는 아직 위험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JTBC가 채널A, TV조선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적인 예가 채널A와 TV조선과는 달리 JTBC가 5·18 왜곡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석희를 사장으로 영입한 것 역시 JTBC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극우’ 이미지를 지우고 ‘합리적 보수’ 내지 ‘중도’의 이미지를 획득하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시사프로그램 ‘썰전’은 JTBC가 극우. 조중동 이미지를 지우는 데 크게 기여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썰전은 보수진영 인사와 진보진영 인사가 특정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JTBC가 조중동 종편에서 벗어나 채널A, TV조선과는 다른 중도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아직 위험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몇 차례 위험 신호가 발견됐다. JTBC <임백천 임윤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한 시사평론가 이석우가 “노무현, 종북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를 앞두고 방송된 <뉴스콘서트>에서 시사평론가 이석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종북으로 보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며 “저는 종북으로 보지 않는데 결과적으로는 종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지는 않다. (노 전 대통령에 의해)북의 핵 개발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 지난달 22일 JTBC <임백천 임윤선의 뉴스콘선트>에 출연한 정치평론가 이석우(왼쪽)
 


이석우의 ‘종북’ 발언에 대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방송사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정의당 역시 논평을 통해 “저질스런 종북 소동에 대해 손석희 사장 체제의 JTBC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라고 비판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JTBC 뉴스에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출연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을 ‘종북’이라 비난한 일도 있었다. JTBC 측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출연을 요청했으나 거부해 정 전 아나운서만 출연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날 방송은 정미홍 전 아나운서의 말만 전달하는 방송이 됐다. 이런 식으로 JTBC에 종북 몰이를 하는 극우인사들이 출연해 자극적이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한다면 채널A와 TV조선에 가해졌던 비판이 JTBC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 JTBC 뉴스에 출연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실제로 ‘노무현 종북’ 발언이 논란이 되자 박용진 대변인은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와 전직 대통령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고도 단순히 출연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태도가 손석희 신임사장의 보도제작 방침은 아닐 것으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손석희로 대표되는 중도 이미지와 극우인사들이나 하는 ‘종북’몰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JTBC가 선택한 중도의 길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기 때문에, 결국 다른 종편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JTBC의 차별화 전략이 “생존과 결부되어 있다”며 “시장 포화와 출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JTBC가 조중동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확실히 JTBC는 (채널A, TV조선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면서도 “JTBC 역시 다른 종편과 마찬가지로 선정성과 자극적인 면은 여전하다. 이는 시청률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 역시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수성향이나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성향을 포기한 건 아니고, 사안별로 차별화를 두려는 것 같다”며 “조중동 종편 프레임에 묶여 비난을 받고 9월 재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최 교수는 “친기업적 성향이나 삼성에 유리하게 보도하는 부분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JTBC가 삼성 문제가 걸려 있으면 양보를 하겠느냐. 영훈중 사태의 경우도 다른 데는 다 보도했는데 JTBC는 늦게 보도했다”며 “JTBC가 보수 색이나 이데올로기적 색채를 바꿀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썰전에 출연한 영화평론가 허지웅도 손석희 체제와 JTBC 변화에 대해 “보도국의 완전한 독립과 자유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삼성을 깔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 지난 5월 16일 방송된 썰전 12회 캡처
 
JTBC 홍보마케팅 송원섭 팀장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최근이 아니라 개국 이래 JTBC는 균형과 중도라는 가치를 추구해왔다. 보도관행도 그렇고 초대했던 논객이나 패널도 좌우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방향으로 균형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몇 번의 실수는 있었지만 본질적인 면에서 가장 중요한 균형은 유지했다고 생각한다”며 “제작상의 실수일 뿐 뉴스를 보는 눈의 문제는 아니고,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사과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