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소한의 균형 감각 잃었다”
새누리, 박원순 시장 겨냥 무리한 색깔론… “공포정치와 같은 분위기”
새누리당이 서울시의 민주노총 지원이 ‘좌편향적’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무리한 색깔론·정치공세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원내 현안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무상보육에 지원할 예산이 없다며 ‘보육대란’ 운운하던
서울시가 민주노총에 올 연말까지 15억을 지원한다”며 “이는 내년 시장선거를 앞둔 선심성 지원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변인은 서울시의 민주노총 지원을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태와 연결 지었다. 그는 “‘통진당 이석기 무장테러 음모사건’을
계기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좌익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이 시점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통진당의
근거단체인 민노총에 예산을 대폭 늘려 지원한 것은 참으로 국민들을 어이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좌익노조인 민노총에
대한 예산 지원을 대폭 증가시킨 것은 서울시 박원순 시장의 시정이 좌편향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이 이석기 사태와 다른 사안들을 연결시키며 무리하게 색깔론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원내 진출을 도왔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고, 이석기 의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사면됐다는 점을 근거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보도 자료를 통해 새누리당이 “‘좌익노조’, ‘좌익단체’, ‘통진당의 근거단체’ 등 사실과도 다르고 명예훼손이 분명한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색깔공세를 펼쳤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좌익’ 또는 ‘좌파’라는 용어는 편견 없이 본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으나 홍 원내대변인의 브리핑 전체의 맥락을 살펴보면 ‘이석기 무장테러 음모’의 연장선에서 ‘민노총’을 언급하고 있어 왜곡과
폄훼의 의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의 ‘근거단체’라는 홍지만 원내대변인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각종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해왔으나, 지난해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이 일자 ‘배타적 지지’를 철회했다. 민주노총은 “작년 5월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하였으므로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통진당의 근거지’라는 것은 명백한 왜곡날조”라고
비판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새누리당에 공식사과와 해명을 요구했고, 홍지만 원내 대변인을 문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미 전교조를 종북 세력으로 몰았던 단체들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있다. 민주노총도 응당한 조치가
없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을 겨냥해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창학 서울시 대변인은 “민주노총에 대한 서울시
지원은 대한민국 국회가 제정한 근로복지기준법과 예산편성지침 등에 따라 2013년 예산으로 적법하게 편성, 의결하여 집행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민주노총에 대한 지원은 고용노동부는 물론이고 부산, 경남, 인천, 광주 등 타 시도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라며 “유독 서울시 예산 집행에 대해서만 선심성 예산, 좌편향 운운하는 것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잃은 시각을 보인 것으로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근로자의 복지증진 및 취약근로자의 권리 향상, 그리고 교육기회의 확대 등의 지원은 여야, 중앙, 지방 구분 없이 함께 노력해야 할 사안”이라며 “정치 쟁점이 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호준 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현안논평을 통해 “다른 광역단체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지원임에도 유독 서울시에만 색안경을 끼고
문제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새누리당은 더 이상 정치 정략적으로 서울시장을 압박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내년 서울시장 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박근혜 정부 이후에도 보수정권이
이어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잠재적 출마 군 중 박 시장이 가장 파워풀하고, 그래서 새누리당이
공격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이 이석기 국면에서 ‘통진당=민주노총=주사파’라는 거친 등식을 이용해 박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런 식의 공격은 공포정치와 같은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으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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