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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울타리 안의 순한 양 같은 언론노조 되지 않겠다”

“법 울타리 안의 순한 양 같은 언론노조 되지 않겠다”

‘방송공정성특위’ 종료 앞두고 총력 투쟁 선포…전국 순회 예정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의 활동종료 시한인 30일을 앞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이 공정 보도 쟁취를 위한 언론인 총력투쟁을 선포했다.
언론노조는 11일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제작‧편성 자율성 보장’ 등을 논의하기로 국회가 합의해놓고 8개월 동안 어떤 성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정권과 정치권에 맡겨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또한 “전국을 돌며 새누리당 소속 (방송공정성) 특위 위원들의 사무실을 찾아갈 것”이라며 “특위 위원들의 활동 실상을 알리는 보도투쟁을 조직화하고,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해 모든 양심세력과 강고한 연대 전선을 구축할 것이다.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가 ‘총력투쟁’을 선포한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언론 관련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 30일 간담회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국회 방송 공정성 특위는 6개월 간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다가오는 30일 활동시한이 종료될 예정이다.

 
▲ 11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공정 보도 쟁취를 위한 언론인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공정보도를 침해하는 일도 연달아 발생했다. KBS는 담당 PD의 반대에도 프로그램 진행자를 일방적으로 바꾸더니, 반대하는 제작진을 전원 교체했다. 올해 2월 14일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이 해직 언론인 문제에 대해 “그간 발생한 문제들은 매우 불행한 일이며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YTN 해직 기자들은 5년이 넘도록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MBC 김종국 사장이 기자들에게 언론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발언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성주 MBC 지부장은 “파업을 접고 돌아간 MBC 노조에게 ‘언론노조 탈퇴해라. 그러면 공정방송 이야기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얼마나 무식하고 당황스러운 이야기냐”며 사실 생각해보면 이상하지도 않다. 전교조를 향해서도 해직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줄 수 없다며 노조가 아니라고 말하는 현실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언론노동자 제1의 근로조건은 공정보도”라며 “언론노조라는 단일노조 깃발 아래 뭉쳐 저들이 돌려놓은 시계바늘과 저들이 뒤집어놓은 상식을 원래대로 복구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언론장악의 현실을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2013년 국기를 문란하게 한 국가조직의 음모가 드러났는데 촛불의 움직임이 2008년만 못하다”며 “당시 MB는 언론을 장악하지 못했고 지금의 박근혜 정권은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의 반사회적이고 반노동적인 조치가 마구잡이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장악된 언론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또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철탑에 올라가고 자기 목숨을 내던졌는데 우리 언론인들은 답답한 가슴만 치고 있지 않았냐. 우리는 목숨을 내놓고 덤벼들어본 적이 없다”며 “더 이상 법 안의 노조로, 법 테두리 내에서 순한 양 같이 지내지 않겠다. 가열찬 투쟁으로 언론장악을 반드시 깨부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11일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 방문을 시작으로 국회 방송공정성특위 위원들의 지역구를 방문하고, 그 지역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특위 위원들의 제대로 된 활동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한 특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30일 하루 전인 29일에는 여의도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더 이상 후퇴는 없다!
공정 보도 쟁취를 위한 언론인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

한국 사회가 뒷걸음치고 있다. 국정원, 국방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민주주의 파괴, 숱한 대선 공약 파기, 전교조 등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과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청구까지…. 박근혜 정권은 출범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대한민국 시계를 유신 독재 시대로 돌려놓았다. 호언장담했던 ‘국민 대통합’은 고사하고,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국민 대분열’을 초래했다.

언론계 역시 가장 참담한 상황을 맞고 있다. KBS와 MBC는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채 이명박 정권에서보다 더욱 편파 보도를 일삼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불법 선거운동 의혹’ 등 정권과 보수언론이 던진 ‘국면 전환용’ 의제를 공영방송이 확산시키며 ‘정권의 구원투수’임을 자처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기사에 대해선 청와대가 직접 나서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심지어 독재 정권에서조차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KBS는 담당 PD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진행자를 일방적으로 바꾸더니, 그것도 모자라 제작진을 전원 교체했다.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다. 또, MBC 김종국 사장에 이어,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나서 ‘상급단체의 정치 편향성’ 운운하며 언론사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는 차마 하지 못했던 반헌법적, 반노동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정권은 자신들과 강력하게 결탁돼 있는 종편을 지원하기 위해 8VSB 도입 등을 허용하려 하고 있고, 언론사들은 회사에 순응하는 언론인을 양산하기 위해 앞 다퉈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 YTN 해직 기자들은 5년이 넘도록, 1863일째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것들을 바로잡아야할 국회는 어떠한가. 여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제작?편성 자율성 보장’ 등을 논의하기로 자신들이 합의해놓고 8개월 동안 어떤 성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초 9월 말까지였던 방송공정성 특위의 활동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했지만 여당의 ‘무의지’와 야당의 ‘무능력’이 겹치면서, 이번에도 ‘빈손 특위’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새누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의 활동을 촉구하기 위해 일일이 면담을 요청했지만 새누리당 위원들은 이마저도 응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언론계 현안을 또다시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용만 한 것 아니냐는 언론노동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공영방송의 끝 모를 추락을, 언론 자유의 유린을, 미디어 생태계 파괴를, 그리고 해직언론인의 아픔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더 이상 정권과 정치권에 맡겨두지도 않겠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만 2천 언론노동자의 이름으로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 전국을 돌며 새누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의 사무실을 찾아갈 것이다. 지역 언론노동자들과 힘을 합쳐 특위 위원들의 무책임함을 규탄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할 것이다. 특위 위원들의 활동 실상을 알리는 보도 투쟁을 조직화하고,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해 모든 양심 세력과 강고한 연대 전선을 구축할 것이다. 공정 보도 쟁취를 위해서라면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다. 거꾸로 돌려진 역사의 수레바퀴를 기필코 되돌려놓을 것이다.

2013년 11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