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대선 개입? 뻔히 드러나는 국정원 사건 물타기
[분석] "김기춘 스타일, 청와대 윗선 고도의 정치적 개입"… "보수 정권 장기 집권 위한 포석" 해석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군 사이버사령부·국가보훈처·재향군인회 등이 개입한 ‘총체적 부정선거’로 확대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도 지난 대선 당시 불법적인 대선개입을 했다고 주장하며 ‘전공노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전공노 게시판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 3건이 있다는 것이다.
김진태 새누리 의원은 31일 법사위 대검찰청 국감에서 전공노 게시판 글을 언급하며 “이렇게 많은 공무원의 개입이 있는데 국정원만
잡으려고 하면 되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곧바로 반박 당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일반인도 게시
가능한 자유게시판이다. 또한 선거법 위반 내용은 사전에 예고없이 삭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표기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 다음으로 새누리당은 공무원노조와 문재인 후보 간의 정책협약을 문제 삼았다. 전공노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해고자 모두를 복직시키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공노는 문재인
후보 외에도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와 김순자·김소연 무소속 후보와도 정책협약을 맺었으며, 박근혜 후보 측에도 수차례 정책협약을
요청했지만 박근혜 후보가 응하지 않았다는 반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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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해 10월 20일 전공노 총회에 참석해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이후 검찰은 빠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황현덕)은 지난 4일 지난해 대선 당시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전공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과 종북척결기사단 등이 전공노를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에 고발한 것과 새누리당의 수사 촉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전공노 때리기’ 이유는? 국정원 대선개입 ‘물타기’
새누리당은 왜 ‘전공노 때리기’에 돌입한 것일까. 이에 대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중남 전공노 위원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집권세력이 지난 대선의 공정성이 문제되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공무원노조를 탈출구 삼아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도 “국정원 직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에 대해 다른 국가공무원인 전공노 소속 공무원도 똑같이 (대선)개입했다는 식으로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지금의 집권세력은 국정원 댓글사건이 커질 때마다 하나씩 사건을 터트렸다. 처음에는 NLL 회의록을, 그 다음에는 내란음모사건을 터트렸다”며 “국정감사에서 군 사이버사령부까지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수사에 정권 차원의 외압이 가해졌다는 논란까지 일자 여론호도와 물타기용으로 전공노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또한 “국정원 사건의 초점을 흐리겠다는 의도”라며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을 대선과정에 있었던 우발적인 사건들의 하나 정도로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발언 이후 새누리당 공세 시작…윗선 개입 했나
이러한 전국공무원노조 때리기에 ‘윗선’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앞으로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굳이 ‘공무원 단체’와 ‘개별 공무원’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새누리당이 공세를 시작했다. 같은 날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홍종문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시민단체가 전공노를 대선 개입 혐의로 검찰로 고발했다. 검찰은 전공노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이 대검찰청 국감에서 자유게시판 글을 근거로 전공노가 불법 대선개입을 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도 같은 날이다.
다음날인 1일 새누리당의 총공세가 이어졌다. 이완영 원내부대표는 새누리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여해 “전공노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서용교 의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 대선 당시 전공노와 일부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공직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측이 전공노 지지를 얻기 위해 정책협약을 맺고,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이 sns를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 이어 행정부까지 동조하고 나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전공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김진태·이주영 의원에게 “수사 단초가 생기면 법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도 1일 열린 안행위의 안행부 국정감사에서 “공무원이 그런 활동(SNS 선거운동)을 한다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일사분란하게 전국공무원노조 때리기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전공노 때리기에 청와대나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틀을 짜놓고 공무원노조를 그 틀에 끼워 넣었다고 보고 있다”며 “새누리당 최고위층, 정부 최고위층이 합작해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고 밖에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노조의 노조 설립 신고가 반려 당했을 때도 고용노동부 밖의 ‘윗선’이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월 23일 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를 교부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관련 기자회견을 25일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기자회견 2시간 전 이를 갑자기 취소했고 며칠 뒤인 8월 2일 공무원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고용노동부의 입장변화에 대해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윗선의 지시로 입장을 번복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런 방식은 관료 스타일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권력의 개입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김기춘 스타일인지 박근혜 스타일인지 알 수 없으나 청와대가 쥐고 있는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며 “어쨌든 윗선은 청와대일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교조 ‘법외 노조화’의 과정과 유사하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초 국회인사청문회에서 국제기준에 근접한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고, 교육부는 8월 전교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갑자기 해직자 조합원을 배제하지 않으면 법외노조가 될 수 있다고 최후통첩을 보냈고, 전교조가 이를 거부하자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노동부의 의지라기보다는 윗선의 정치적 고려와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공노 때리기, ‘정권유지’ 효과도 있어
집권세력이 전공노 때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물타기’ 외에도 또 있다. 집권세력이 전공노 때리기를 통해 말 안 듣는 공무원들을 손보고, 이를 통해 정책을 밀어붙이며 정권유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중남 전공노 위원장은 “공무원 사회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집단이었는데 전교조와 전공노의 등장 이후 이런 부분이 깨지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정권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 공무원집단을 정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전교조와 전공노 모두 일반노조법이 아닌 특별법의 대상이고,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으므로 쉽게 탄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보수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해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전교조가 없으면 역사왜곡 등을 통한 의식화 작업을 할 수 있고, 14만 명의 공무원 노조 조합원들이 건재하면 정권이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홍보하는데 방해가 된다”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에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탄압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공노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정권 차원의 ‘전공노 때리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공노와 민주노총을 포함한 350개 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대선개입 물타기 시도인 공무원노조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총체적 대선개입 의혹이 확대되는 현 정국을 물타기 하려는 꼼수를 즉각 중단하고 공무원노조에 대한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러한 국민의 뜻을 거부한다면 공무원노조와 함께 우리 시민사회인권단체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들과 손잡고 싸워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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