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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주 막장 설정에 ‘임성한 퇴출’ 운동까지…왜?

오로라공주 막장 설정에 ‘임성한 퇴출’ 운동까지…왜?
반복되는 드라마 연장과 50억 원고료에 누리꾼 시청자들 반발… 평론가 “임성한은 미디어가 만든 괴물”

‘막장 드라마’로 꼽히며 방영 내내 논란에 휩싸였던 MBC 드라마 <오로라공주>가 누리꾼들로부터 연장반대는 물론 ‘임성한 작가 퇴출’ 요구까지 받고 있다.

지난 8일 다음 아고라의 이슈청원 게시판에는 ‘오로라 공주 추가연장 반대/조기종영/임성한 작가 퇴출 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원래 오로라공주는 120회 종영 예정이었으나 임 작가의 요구로 30회가 연장됐으며, 제작진이 최근 25회 추가연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이 이에 반발하며 아고라에 청원 글을 올렸고. 18일 오후 현재 2만 3천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 게시판 갈무리
누리꾼들이 연장반대와 조기종영, 작가 퇴출까지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이 드라마가 기본적인 개연성을 갖추지 못한 ‘막장 드라마’인데, 제작진과 임성한 작가가 무리하게 드라마를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장의 결과로 임성한 작가가 막대한 원고료를 받는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몇몇 언론을 통해 오로라공주가 연장될 경우 임 작가가 총 50억 원의 원고료 수입을 올리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누리꾼들이 임성한 드라마를 ‘막장’으로 꼽는 첫 번째 이유는 배우들의 연이은 중도하차다. 주인공 오로라에게는 세 명의 오빠와 세 명의 올케가 있는데, 이들이 갑자기 미국으로 가면서 총 6명의 배우가 하차했다. 오대산과 왕여옥은 유체이탈을 경험하며 사망했고, 이 외에도 2명의 배우가 갑자기 중도하차했다. 갑작스런 중도하차에 반발이 일자 18일 오로라공주 제작진은 18일자 방송에서 오로라의 어머니 사임당이 죽는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다.

   
▲ 18일 MBC 오로라공주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망공지 글.

좀비드라마도 아닌 일일연속극에서 ‘캐릭터 살상’을 벌이는 것은 임성학 작가의 주특기이다. <하늘이시여>에서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가정부는 중풍에 걸려 말을 못하게 되었다가 상태가 호전되어 비밀을 털어놓자 연탄가스로 사망했다. 비밀을 알게 된 또 다른 인물은 <웃찾사>를 보던 중 웃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현동마님>에서는 어머니의 외도를 알게 된 딸이 스트레스로 위암에 걸려 사망하고, 이를 본 어머니가 자살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 외에도 <인어아가씨>에는 가스 폭발에 의한 사망, <신기생뎐>에는 실족 사고에 의한 사망, <보고 또 보고>에서는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두 번째 이유는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오로라공주>에는 새로 들어온 며느리를 괴롭히기 위해 시누이들이 영어와 불어로 대화하는 장면, 이에 화가 난 며느리가 술을 마시고 헤드뱅잉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로라의 매니저 설설희는 혈액암에 걸리자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다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다”며 “내 잘못으로 생긴 암세포들 죽이는 짓 안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개가 말을 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처럼 ‘임성한 월드’에서는 우리가 장난처럼 이야기 하는 것이 모두 현실이 된다. <신기생뎐>에서는 귀신들이 사람에 빙의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했고, 복근에 빨래를 하는 장면, 며느리와 친딸 중 누구랑 같이 살지 묵찌빠로 결정하는 장면도 나온다. 등장인물인 아수라가 임경업 장군 귀신에 빙의된 채 초록빛 레이저를 쏘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외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실소를 넘은 분노를 자아냈다.

   
▲ 드라마 ‘신기생뎐’의 한 장면. 아수라가 눈으로 레이저를 쏘고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임성한 작가가 계속 논란이 되는 이유에 대해 드라마에 반영된 작가의 세계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임성한 작가는 나름의 세계관을 가진 채, 시청자로 대표되는 세상을 ‘니들 아무리 떠들어봤자 나는 이대로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귀신이나 초자연적현상을 자주 드라마에 사용하며 우월한 위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임성한 작가를 “미디어가 만든 괴물”이라고 정의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미디어는 드라마를 분석하며 특정 장면이 드라마의 큰 주제의식과 맞아떨어지는지 이야기하기보다 특정 장면 자체에 주목하여 ‘막장’이라고 한다”며 “이러한 분석은 노이즈만 부추겨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 십상”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이로 인해 임성한 작가는 드라마의 에너지가 떨어질 때마다 SF에나 등장할 것 같은 장면들을 하나씩 집어 던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시청자들이 퇴출 운동까지 하는 건 심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헌식 평론가는 “원래 이런 문제제기는 방송작가협회에서 제기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한다. 문화관련 시민단체도 적극적이지 않다”며 “아무도 문제제기를 안 하니 청원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오로라공주의 경우 이전과 달리 무리하게 연장을 시도하고, 고액의 원고료까지 알려져 누리꾼들이 작가 퇴출운동까지 벌이게 된 거 같다”며 “이러한 운동이 임성한 작가를 끌어내리고 말고를 떠나 새로운 제작 풍토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MBC 드라마 ‘오로라공주’에서 설설희가 오로라에게 “암세포도 생명”이라고 말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