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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외면 ‘언론 정상화’ 위해 시민사회 힘 모은다

민주주의 외면 ‘언론 정상화’ 위해 시민사회 힘 모은다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 18일 ‘언론 정상화 위한 시민사회 공대위’ 결성 제안...22일 공대위 출범 계획

언론노동자들과 언론관련 단체들이 시민사회에 ‘언론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는 18일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언론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비정상적인 언론환경을 깨부수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저널리즘 회복을 위해 싸울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공대위 결성을 촉구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해직언론인들도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언론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이 사태를 희석시키기 위한 정권의 시도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와 NLL 대화록,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등에 대해서는 충실히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조중동과 KBS, MBC 등 모든 보수언론이 국가기관부터 군대까지 동원돼 대선에 개입한 이 중요한 사안을 사소한 사안인 것처럼 전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대통령 패션쇼는 1면에 보도한다. 국민을 우롱하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 18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언론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 공대위’ 제안 기자회견에 모인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도 “여야가 합의한 특위가 개차반이 되고, 해직언론인들은 거리로 떠돌고 있다”며 “KBS는 이런 불공정한 보도를 하면서도 수신료를 올리려하고, 대안이었던 인터넷 공간도 국정원에 의해 장악됐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언론과 시민사회 모두가 비상한 결의를 다져야 하며, 큰 싸움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이 제자리에 있었다면 박 대통령이 있을 곳은 영국이나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밀양”이라며 “박대통령은 시청광장의 촛불시민을, 학교 현장에서 참교육을 실현하려는 전교조 선생님들을, 부패한 관료사회를 바로잡으려는 공무원들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하지만 박 대통령은 패션쇼나 하고, 마차타고 붉은 주단이나 밟고 또 그것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언론이 감시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좀비언론, 기생언론을 없애기 위해 이제 언론노동자만의 힘으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언론4단체가 제안한 공대위 출범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제작 자율성 제고, 해직언론인 복직 등을 약속한 국회방송공정성 특위의 성과 도출 압박하고, 언론종사자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현장투쟁을 조직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언론노조와 언론4단체는 오는 22일 ‘언론공대위 출범 결의대회’를 개최해 공대위 출범을 공식선언하고, 주요 활동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언론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를 제안한다

대한민국 언론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이해(利害)에 앞서 진실을 알리고, 약자의 편에서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 기능의 기본과 상식이 처참히 무너졌다. 작금의 언론은 민주주의 파괴를 똑똑히 목격하고도 무시와 축소,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 알려야 할 것을 알리지 않는 언론은 곧 사악한 권력의 일부, 민주주의 파괴의 공범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비통한 심정으로 목도하고 있다. 오죽하면 좀비저널리즘, 기생저널리즘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겠는가?
 
국정원과 국방부 등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들이 노골적이고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언론은 정치세력 간의 기계적 중립만을 내세우며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약탈해 간 도둑과 이를 두둔하는 세력을 따끔하게 꾸짖지는 못할망정 범행 자체가 사소한 이슈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오히려 이를 은폐하고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정권의 야비한 시도에는 충실히 응답하고 있다. NLL 대화록의 정치쟁점화와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압박,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등 일련의 정치 현안들에 관한 보도가 그렇다.
 
뿐만 아니다.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복지확대 등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들이 불과 몇 달만에 공수표가 되어 찢어지는데도,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배신감과 고통을 겪게 되는데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많지 않다. 오히려 대통령의 옷차림과 외국어 연설 등 해외순방의 가십거리들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아름답게 포장된다. 전교조 죽이기, 전공노 탄압 등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반노동적 행태와 공안탄압을 꾸짖는 언론은 드물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에도, 미국의 불법도청에 대해서도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는 정부의 태도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을 위해 방송해야 할 공영방송이 가장 심각하다. KBS는 불공정방송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스스로의 처지를 직시하지 못한 채 TV 수신료 인상에 올인하고 있다. 종편채널이 제기한, 근거도 불분명한 의혹을 받아쓰기함으로써 구성원과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자존심과 염치를 포기한 국가기간방송의 맨얼굴을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MBC는 더하다. 지난해, 많은 양심적인 언론인들을 내쫓은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상급단체 탈퇴 요구라는 반헌법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니 MBC도 따라하는 것 같다. 매체력의 원천인 구성원을 억압하고 상생과 협력의 대상인 지역사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한다.
 
미디어 생태계 파괴도 심각한 문제다. 상업화에 경도된 언론사들은 점점 자본권력에 예속되는 퇴행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신문과 지역방송은 이미 생존의 갈림길에 놓여 있고, 건강한 저널리즘은 시나브로 멀어지고 있다. 미디어 산업의 균형발전과 언론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애써야 할 정부는 되려 언론사들을 무한경쟁의 틈바구니로 몰아넣기 급급하다. 더 황당한 것은 불법과 편법의 결과물로 탄생한 종편에 정부가 더 많은 특혜를 제공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방발기금 유예, 의무 송출 채널 지정, 미디어렙 적용 유예 등 말도 안 되는 기존의 특혜를 청산하기는커녕, 8VSB 디지털 전송방식 변경이라는, 반칙특혜의 결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입맛에 맞는 언론은 적극 육성하고, 제 편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시장경쟁만 강요하는 이중적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더 물러설 곳이 없다. 더 잃을 것도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우리 4개 단체는 절박한 심정으로 ‘언론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언론공대위)’를 제안한다. 모든 언론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비정상적인 언론환경을 깨부수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저널리즘 회복을 위해 싸울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언론공대위에서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 언론정상화의 첫걸음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제작 자율성 제고, 해직언론인 복직 등을 쟁취하기 위해 이달 말 종료될 국회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의 성과 도출을 압박한다.
- 작금의 언론 상황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리고, 정상적인 언론 기능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과 기대, 염원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천한다.
- 언론종사자 각자가 취재, 보도, 제작 현장에서 부당한 지시와 압력을 거부하고 상식과 양심, 원칙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현장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지원한다.
- 2013년 11월 22일, 이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결의하는 ‘언론공대위 출범 결의대회’를 갖는다.
 
2013년 11월 18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