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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마시고 사람 때린 대구MBC사장 사의표명

‘낮술’ 마시고 사람 때린 대구MBC사장 사의표명

차경호 대구MBC 사장, 낮술먹고 여종업원과 경찰 폭행…“막장 드라마 부끄럽다”

낮술을 마시고 여종업원과 손님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차경호 대구 MBC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영해 언론노조 대구MBC 지부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늘 오전 차경호 사장이 김종국 MBC 사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노조측에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번복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차경호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힌 이유는 21일 오후 대구MBC 근처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여종업원과 손님을 폭행한 사건 때문이다. 정현욱 대구수성경찰서 형사계장은 “차경호 사장이 술 먹고 음주소란으로 신고 됐다”며 “차 사장이 술을 마시다 여종업원에게 식당 사장을 불러오라고 했고, 종업원이 술을 많이 드셨다며 차 사장을 부축하자 차 사장이 왜 나를 잡냐며 여종업원을 주먹으로 때렸다. 이를 말리던 손님까지 폭행했다”고 밝혔다. 정현욱 계장은 “피해자만 조사했고, 차 사장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당시에는 조사를 못 했다. 추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영해 지부장은 “차 사장은 낙하산 사장으로, 노조가 반대했던 사장”이라며 “낙하산 사장이었으나 대구MBC 경영 상황이 안 좋았기에 잘해보자며 사장을 받아들였는데, 이런 상황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한 지부장은 “노조가 감싸 앉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사장에게 결단을 하라고 촉구했고, 그 결과 사장의 사퇴로 이어졌다”며 “MBC 본사에서 다시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낼 수도 있다. 노조는 이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대구MBC 노조 성명 전문이다.

우리는 분노한다

폭행과 난동으로 얼룩진 대낮의 술자리! 지역의 대표 언론사 사장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이번 사태,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낙하산 사장’ 이라 불리는 그들이 보여준 한 편의 막장 드라마 앞에 대구MBC 구성원은 물론이고, 대구MBC를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은 분노에 앞서 고개조차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광고시장의 재편과 급변하는 제작 환경은 지역MBC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스스로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이르게 하고 있다. 우리는 추석상여를 비롯한 2개월의 임금체불 속에서도 의무 안식월 시행 및 연월차수당 자진 반납 등 구성원 모두가 제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하며 한 발 한 발 힘겹게 나아가고 있다. 모두가 이토록 힘든 시기,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경영진 또한 머리를 맞대고 나아가야 함은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운 술자리에서 본분을 망각한 채 폭행과 난동으로 물의를 빚었다면 과연 이것이 지역사 대표로서 용납할 수 있는 행동인가? 수십억 경영적자의 위기 속에서 비상 경영안을 발표하고, 구성원들의 고통 분담을 강요한 마당에, 혼연일체하여 위기극복에 앞장서기는커녕 무책임과 부도덕함의 극치를 보여준 이번 행위를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동안 경영위기 타개와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가 보여준 노력 전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이상의 회사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과 결단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대구MBC 역사에 쉽사리 치유될 수 없는 크나큰 상처를 남겼음은 분명하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난 봄, 공정방송과 자율경영 쟁취를 내걸고 싸웠던 68일간의 파업! 지역 방송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피 끓는 의지와 뜨거운 가슴으로 맞서 싸웠다. 지금까지 보여준 낙하산 사장들의 무책임함과 부도덕함에 치를 떨며 모두 같이 어깨 걸고 일어나 낙하산 사장의 출근을 온 몸으로 막아냈으며 그 싸움의 끝에 ‘지역사 사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지역MBC의 미래를 함께 고민 하겠다’ 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 모든 약속이 한낱 수사에 불과했으며 지역에 대한 이해도, 책임감도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되어 내려오는 ‘낙하산 사장’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낙하산 사장 온몸으로 거부한다!’ ‘올바른 사장 선임 구조 확립하라!’ ‘지역사 자율경영 보장하라’ 지난 수년 간 우리는 쉼 없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일방적으로 임명되어 내려온 사장, ‘낙하산 사장’ 이라 부르는 그들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비전도 의무감도 없이 임기 보전에 그 얼마나 연연했는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오늘 이후로 그 어떤 낙하산 사장도 거부한다.

올바른 지역사 사장 선임 구조를 확립하라! 지역사 책임 경영 자율경영 보장하라!

2013년 11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대구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