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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 완결판? 여론 다양성 붕괴, 2014년이 두렵다

방송장악 완결판? 여론 다양성 붕괴, 2014년이 두렵다

종편 재허가·수신료 인상 등 뜨거운 쟁점 산적… MBC사장 선임·손석희 JTBC뉴스 변화 여부도 주목

2013년 한국 언론은 사실상 ‘암흑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바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방송뉴스는 편파왜곡 논란을 빚었고, 종편은 ‘막말 방송’으로 1년 내내 도마에 올랐다. 왜곡보도와 편파방송을 심의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오히려 심의의 편파성으로 논란의 주체가 됐다. 공영방송 KBS는 ‘정권 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 수신료 4000원 인상에 시동을 걸은 반면 ‘재벌방송’ JTBC는 손석희 체제가 들어서면서 방송뉴스 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2014년 한국 언론 전망은 어떨까. 종편 재허가 문제를 비롯해 MBC사장 선임 같은 굵직한 일정 등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사들의 ‘정권 눈치보기’와 보수신문의 ‘관변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2014년 미디어계 이슈를 사안별로 정리했다.

   
영화 메트릭스의 한 장면.
 
△MBC 사장 선임=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운 김종국 사장의 임기가 오는 2월 마무리되고 앞으로 2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MBC 사장이 정해진다. MBC 사장 임명권한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있다. 방문진 이사회가 대통령 추천 3인, 여당 추천 3인, 야당 추천 3인으로 구성되므로 청와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 최근 ‘친박’ 인사로 꼽히는 정수장학생 출신 김원배씨가 보궐이사로 합류한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차기 사장 임명과 관련한 언론계 관심은 MBC 정상화로 이어질 것인지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언론장악의 상징적 인물인 김 전 사장의 해임 이후 정상화에 대한 요구가 컸다. 하지만 MBC 보도 편파 논란을 오히려 더 크게 불거졌고 파업 참가자들을 주요 업무나 보직에서 배제하는 보복 조치도 여전하다. 연임을 위해 방문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임기 9개월짜리 사장의 한계인 동시에 김종국 사장의 ‘무능’이 더해진 결과하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보다 교묘하고도 노골적이라는 박근혜 정권의 언론정책을 고려해볼 때, 새 사장 임명과 MBC 정상화 역시 거리가 먼 조합일 가능성이 높다.

   
MBC 김종국 사장
 
△채널A · TV조선, ‘막말방송’에도 재허가 받을까=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종합편성채널 승인심사에 들어갔다. 오는 3월이면 재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재승인 심사항목은 △방송평가위원회 방송평가 300점(계량)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 180점(비계량)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180점(비계량) 등 총 1000점이다. 방통위는 공적책임 점수가 절반에 미치지 못하면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나는 심사안을 의결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종편 2곳 이상이 탈락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실가능성은 낮다. TV조선과 채널A가 5·18역사왜곡방송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등 종편 4사는 개국 이후부터 지난 11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총 180건의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또한 종편 4사 대부분이 방송의 공적책임 부문에서 제시한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입장에선 종편 네 곳에 모두 재허가를 줄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가 MBN에 타격을 주기 위해 TF팀을 구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재허가 국면에 종편사간 이전투구양상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종편사 입장에선 타사가 경쟁구도에서 탈락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채널A의 경우 김재호 채널A 회장 등이 지난 18일 종합편성채널 설립과정에서 방송법상 소유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본금을 차명 납입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향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무재전송, 황금채널, 중간광고 허용,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유예 등 특혜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은 재허가를 받더라도 경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 유예기간도 내년이면 끝나기 때문에 신문·방송광고가 결합된 직접광고영업이 어려워진다.

△KBS수신료 인상 가능할까=KBS 이사회가 지난해 12월10일 여당 추천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2014년 수신료 인상안 국회통과 가능성은 낮다. 절차상으로만 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60일 이내에 수신료 인상안을 검토한 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로 보내 국회에서 의결하면 된다. 그러나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데다 언론시민단체들도 KBS가 수신료 인상을 계속 추진할 경우 ‘수신료 거부운동’ 및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설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4000원 수신료 인상안’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국회 미방위다. 미방위는 새누리당 12명, 민주당 10명, 비교섭단체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야 동수지만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구속 수감 중어서 야당이 1명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법안을 심사하는 법안심사소위가 여야가 동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법안심사소위 통과여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12월 국회 미방위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야당 의원 전원은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조건부 동의’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의원들도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 수신료 국회통과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할 경우 그 여파로 ‘수신료 인상’에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지방선거 결과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방통심의위 ‘불공정 심의’는 계속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공의 적’이 됐다. 정권에 불리한 방송을 심의할 때 상식을 벗어난 심의 잣대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KBS <추적60분>이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수사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자 방통심의위는 ‘공정성’과 ‘재판중인사건’ 위반으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 ‘재판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징계한 사례는 이번과 2010년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로 단 두 번밖에 없었다.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다룬 JTBC <뉴스9>에 대해 과징금 다음으로 높은 ‘관계자 징계 및 경고’가 결정되자 여론이 폭발했다. 정부비판적 언론사에 대한 표적징계이자 탄압이라는 것이다.

방통심의위의 불공정 심의 논란은 현재 위원회 구성 방식이 바뀌지 않은 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위원회는 대통령 추천 3인, 국회의장 추천 3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추천 3인으로 구성, '여야 6대 3'다. 특히 공정성 심의일 경우 정권에 유리한 심의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심의 규정 개정안도 논란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신설될 ‘민족의 존엄성’ 조항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 현 정권이 옹호하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시킬 위험이 크다. 또한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 조항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진보진영을 종북세력으로 모는 최근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해직언론인 복직은 언제?= 이명박 정부 때 공정보도와 낙하산 사장 퇴진 등을 외치다 해직된 언론인은 모두 16명(YTN 6명, MBC 7명, 국민일보 2명, 부산일보 1명)이다. 해직언론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국회 방송공정성특위가 구성되었지만 8개월간의 활동 결과는 “해직 언론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는 결의문을 내놓은 것이 다였다. 언론노조는 해직언론인 문제를 해결하라며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농성을 돌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2014년에도 해직언론인 문제를 방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해직언론인들은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조상운 전 국민일보 기자와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 등이 해고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며, YTN 기자들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법원은 이상호 전 MBC 기자의 해고가 위법하다는 1심 판결을 내렸지만 MBC가 항소했다. 1월 10일에는 나머지 MBC 기자 6명의 해고무효 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손석희 뉴스, 무너질까 지속될까= 손석희가 5월 9일 JTBC 보도부분 사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그는 9월 16일 뉴스개편과 함께 9시 메인뉴스 진행을 맡았다. 이후 JTBC 메인뉴스는 지상파·종편·보도채널 등 총 아홉 군데의 뉴스 가운데 정부 비판 여론을 가장 공정하게 반영해주고 있다. 그 결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표적심의로 드러났다. 이제 언론계의 관심은 손석희 뉴스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다.

   
JTBC 손석희 보도 부문 사장
 
시장논리로만 보면 손석희 사장은 당분간 교체될 가능성이 없다. 개편 전에 비해 시청률이 2배 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JTBC 내부에서는 손 사장이라면 시청률 3%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손석희 뉴스는 ‘방송에서만큼은 조중동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경영상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다음·네이버 생중계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움직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방선거 등 정치적 국면에서 JTBC 보도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논조에 거부감을 갖는 쪽에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이나 손석희 사장에게 ‘신호’를 줄 수 있다. 중앙일보 내에서 JTBC 보도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인사들도 기회를 엿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손석희 뉴스를 지지하는 시청자층의 ‘두께’이며, 시청률이다. 무엇보다 손석희 뉴스는 단 한 번도 ‘실수’를 해선 안 된다.

△‘친박 실세’ 들어온 한국일보, 논조변화?= 장재구 회장이 경영권을 정지당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한국일보가 삼화제분 컨소시엄에 매각될 확률이 높아지면서 한국일보 내외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대를 하는 쪽은 나름 탄탄한 중견기업인 삼화제분의 자금력이 한국일보의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고, 우려를 하는 쪽은 한국일보의 보도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화제분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17일 한국일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실사과정이 진행되고 다음 달 하순경 본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문제는 삼화제분 컨소시엄에 투자한 삼화제분의 박원석 대표가 친박 실세로 분류되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사위라는 사실이다.

서청원 의원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언론의 생리를 잘 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서 의원의 입김이 향후 중도지로서 방향을 잡고 있는 한국일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일보 구성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삼화제분 컨소시엄이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 편집권 독립과 언론 공공성 보장을 약속했고 이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상원 한국일보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친박 의원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들어와도 싸울 것”이라며 “서청원 의원이 관계된다고 해서 (편집권을 침해)당할 한국일보 노조나 편집국이 아니”라고 말했다.

△뉴스 유료화, 2014년에도 이어질까=2013 년 신문업계 키워드 중 하나는 ‘유료화’였다. 매일경제가 9월 2일 취재 뒷이야기와 심층콘텐츠를 제공한다며 ‘매경e신문’이라는 유료서비스(구독료는 월 1만5000원)를 시작했고 이어 11월 4일 조선일보도 유료뉴스서비스인 ‘프리미엄조선’을 오픈했다. 한국경제, 중앙일보 등도 유료화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료화 전망은 밝지 않다. 특별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매경e신문은 “신문지면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프리미엄조선의 경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선일보 노보에는 “기자의 노동을 늘리는 역할 외엔 제대로 된 의제 생산도 콘텐츠 생산도 실패하고 있다” “전문분야를 부각시키거나 취재 뒷이야기에 그치고 있다. 유료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의 유료화는 ‘기업한테 돈 받아내는’ 용도 이상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매일경제는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하며 기업회원을 따로 받고 있는데 구독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23일부터 초판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간 120만원으로,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신문독자는 접근하기 힘든 가격대다. “초판서비스에 기업에 부정적인 기사가 나올 경우 기사에 대한 압력 또는 대가와 같은 대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사와 광고를 바꿔먹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다른 언론도 초판서비스를 비롯한 유료화에 동참할지, 어떤 유료화 전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