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개혁, 비판도 검증도 없는 방송3사뉴스
[뉴스비평] 그린벨트 규제완화, 난개발·환경오염 우려 있는데 정부 청사진만 전해
박근혜 정부가 각종 규제를 푸는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방송3사는 이 소식을 주로 뉴스로 다루면서도, 비판이나 검증을 하지 않은 채 정부의 청사진을 그대로 전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였다가 풀린 지역이 개발될 수 있도록 각종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주거시설만 짓도록 되어 있는 규제를 풀고, 상업시설과 공장을 건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건물을 지을 때
임대주택과 공원, 녹지를 의무로 건설해야 하는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12일 3꼭지, KBS <뉴스9>는 2꼭지, SBS <8뉴스>는 3꼭지에 걸쳐
관련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방송3사는 정부의 청사진을 그대로 전달하기 바빴다. MBC <뉴스데스크>는 '경제활성화 대책 발표‥그린벨트 해제지역 상가·공장 허용'
에서 “규제를 손질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대상지역은 부산, 대전, 광주 등
12곳으로 여의도 면적의 4배, 경제효과는 4년간 8조 5천 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규제 개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다.
KBS <뉴스9>는 '박 대통령 “규제 개혁에 사생결단하고 덤벼야”'에서 박 대통령의 규제개혁 독려 발언을 전한 뒤 '[9 확대경] 규제 풀고 지원 늘려 14조 원 투자 이끈다'에서 정부의 청사진을 상세히 보도했다.
SBS는 더 적극적이었다. SBS <8뉴스>는 박 대통령의 규제 개혁 발언과 개발제한구역 규제 완화 소식을 각각 한 꼭지씩 다뤘다. 이어 '번번이 발목 잡는 규제…개혁 절박한 산업계'에서 “필요한 규제는 유지해야 하겠지만 현실과 동떨어지고 정책과 모순되는 규제 가운데 법 개정이 필요 없는 것들만이라도 우선 풀어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의 절박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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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자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
JTBC <뉴스9>는 12일 '그린벨트 해제지역, 상·공 시설 허용…난개발 우려' 에서 “그린벨트 해제 구역의 30%가 개발 압력이 큰 수도권에 몰려 있어 투자 편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환경오염이나 난개발 가능성이 우려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크게 미흡하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최승섭 경실련 국책사업부장의 말을 빌려 “ 결국은 지역 균형 발전이 아니라 수도권 과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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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자 JTBC ‘뉴스9’ 갈무리 |
지상파 방송3사 뉴스가 정부의 정책과 프레임을 비판이나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일
방송3사는 캐나다와의 FTA 타결을 ‘장밋빛 미래’인 것처럼 보도했다. FTA의 이면이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지난달 25일 KBS MBC SBS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관련 소식을 전했지만 박 대통령 담화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MBC와 SBS는 통일 준비위원회 설립과 경제개혁 3개년계획 등의 박 대통령이 던진 의제를 그대로
전달했다. KBS는 무려 9꼭지에 걸쳐 조목조목하고 상세히 박 대통령의 담화문 내용을 전했고, “경제 혁신과 국가 체질개선으로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청사진” 등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같은 날 전국 12개 지역에서 20만 명이
거리로 나와 ‘민영화 반대’ ‘언론장악 반대’ 등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MBC와 KBS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고 SBS는 단신으로 집회가 열렸다는 소식만 전했다.
장점만 가득한 정책은 없다. 정부가 세운 청사진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별로 없다. 언론은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을 전달하되
비판과 검증을 통해 문제점을 짚어내고, 정부의 청사진이 얼마나 실행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한다. 방송3사 뉴스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보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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