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20대 저널리즘, ‘KBS와 조선일보’ 대신 ‘네이버와 페이스북’

20대 저널리즘, ‘KBS와 조선일보’ 대신 ‘네이버와 페이스북’

젊은 세대 미디어 이용습관 ‘스마트폰→포털 사이트→페이스북→온라인 커뮤니티…’
지상파·주요신문, 플랫폼 지위 잃어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서 3,000명의 미래학자가 2030년까지 사라지는 10가지 가운데 종이(신문)와 TV저녁 뉴스를 꼽았다. 20세기 현대사회를 주도했던 종이신문과 방송뉴스는 미디어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오늘날 20대의 미디어 소비 습관을 보면 한국사회의 미디어 질서 또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시청률과 발행부수의 환상에 취해 기득권에 안주하던 언론사는 순식간에 영향력을 잃을 수도 있다. 미디어오늘은 미디어환경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젊은 세대 미디어 이용 행태의 몇몇 사례를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김예솔(22세·여, 대학생)씨는 일어나자마자 카카오톡을 확인한다. 학교 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한다. 네이트 뉴스탭으로 주요뉴스를 골라 본다. 집으로 종이신문이 배달되지만 보는 일이 없다. 신문은 지하철·버스 안에서 보기 어렵고 들고 다니기도 불편하다. 뉴스는 주로 이동하는 중간에 소비한다. 네이트에서 뉴스를 보고 네이버에서 한 번 더 본다. 네이버에선 생활 팁·쇼핑정보·좋은 시도 읽는다. 하루 중 뉴스소비는 평균 1시간, 모두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

김씨는 직접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해 기사를 읽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신 라디오작가 지망생인 덕에 라디오는 즐겨 듣는다. 보통 오후 10시를 넘겨 집에 들어간다. SBS <K-POP스타>를 좋아하지만 본방이 어려워 유튜브로 검색해 주요 장면만 본다. 어쩌다 거실에서 TV 볼 일이 생기면 거의 tvN만 본다.

최하영(23세·여, 대학생)씨도 학교로 향하는 30분 동안 스마트폰을 켜고 뉴스를 본다. 1·2학년 때만 해도 신문을 읽었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신문은 안 읽게 됐다. 스마트폰을 켜면 제일 먼저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한 번 읽어보라며 올려둔 링크기사만 잘 살펴봐도 논란이 되는 이슈 정도는 체크할 수 있다. 뉴스 앱을 다운 받아본 적도 있는데, 잘 안 써서 지워버렸다. 뉴스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면 내 타임라인에 기사들이 뜨기 때문에 앱을 쓸 필요가 없다.

경향신문이 웃기는 이미지를 자주 올려서 자주 본다. 민중의 소리도 이미지를 잘 만들어놔 자주 눌러보는 편이다. 요새는 페이스북에 ‘ㅍㅍㅅㅅ’나 ‘슬로우뉴스’도 자주 올라온다. 페이스북 친구들이나 내가 ‘좋아요’ 누른 언론사의 기사만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중동 등 보수언론 기사는 안 보게 된다. 방송뉴스는 안 봐도 불편하지 않다.

점심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면 어르신들이 많이 가는 곳에선 TV조선이 고정채널이다. 귀로만 듣는다. 오후부터 회의나 과제, 모임을 마치고 집에 가면 밤 9시다. 지상파 뉴스는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연히 집에 일찍 들어가도 채널선택권이 아버지에게 있어 내가 보고 싶은 뉴스를 볼 수 없어 그냥 안 본다. 예능이나 드라마도 본방 시청하는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편집 영상을 본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사랑이 영상은 꼭 챙겨본다.

   
 
박민희(29세·여, 교직원)씨도 출퇴근 시간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1시간 정도 뉴스를 본다. 주로 네이트에 접속한다. 뉴스란이 따로 있어서 시사·스포츠·연예 이슈를 본다. 기사를 보고 무슨 댓글이 나오겠다 예상까지 하고 보는 편이다. 언론사닷컴으로 직접 들어가서 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업무를 하는 경우에만 해당 매체의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한다. TV뉴스는 주말이나 출근 전 아침에 본다. 예능·드라마 콘텐츠는 다운을 받거나 다시보기로 보는 편이다. 요새는 케이블과 JTBC에도 눈이 간다.

임영성(29세·남, 금융권 종사)씨는 6시 반에 집을 나와 7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한다. 출근 시간에는 네이버에 접속해 눈에 띠는 기사를 무작위로 읽는다. 언론사명이나 기자 이름은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출근하고 난 뒤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기 전까지 40~50분 정도 뉴스를 본다. 주로 네이버 뉴스페이지에 올라온 ‘많이 읽은 뉴스’를 읽는다. 경제뉴스는 한국경제·매일경제 앱을 다운 받아 사용한다. 경제뉴스를 제외하고는 스포츠뉴스를 많이 본다.

집에는 보통 밤 11시쯤 귀가한다. 지상파 뉴스는 볼 수가 없다. 지상파 뉴스를 시간 맞춰 챙겨본 기억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이후 없다. 식당에서 YTN 등을 틀어놓아서 의도치 않게 보게 되는 경우가 TV뉴스를 접하는 전부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를 구독하는 것 빼고는 따로 구독해서 읽는 신문이 없다. 예능프로그램도 부분만 편집돼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영상을 많이 본다. 일찍 퇴근해도 TV뉴스를 보는 일은 없다. 스마트폰을 보다 잠이 든다.

김태형(30세·남, 대학 강사)씨는 PC에서 네이버로 뉴스를 많이 봤지만 1년 전 네이버가 뉴스스탠드로 바꾸면서 PC로는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 뉴스는 이동할 때 스마트폰으로 네이버·다음에서 본다. 김씨는 TV 옆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움직이면서 보는 걸 선호한다. TV는 아예 안 본다. TV는 동영상 재생 플레이어로 이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가 MBC <개인의 취향>(2010)이었다. MBC <무한도전>만큼은 생방송으로 챙겨봤는데 작년부터 다운받아 보는 경우가 늘었다. 토요일 오후 7시 집에 들어온 경우, 중간부터 보지 않고 조금 기다렸다 다운 받아 본다.

뉴스에 민감한 김씨의 하루 평균 뉴스 소비 시간은 약 2시간. 정치 뉴스는 어떤 기사가 걸릴지 몰라 포털사이트에서는 읽지 않는다. 대신 ‘MLB PARK’, ‘뽐뿌’, ‘SLR클럽’ 등 진보개혁 성향의 커뮤니티에서 링크된 기사를 읽는다. 이들 커뮤니티에 링크된 정치사회 기사는 믿고 볼 수 있는 이유에서다.

이들 5명의 미디어소비 습관이 20대 전체를 반영할 수는 없지만 시사점은 있다. 5명 모두 △방송사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 △종이신문을 읽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다 △출퇴근 등 이동 중에 뉴스를 본다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미디어이용의 공통된 습관을 보였다. 이에 비춰보면 뉴스는 손 안의 미디어 스마트폰에서 주로 이뤄지고, 과거 KBS·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올드미디어가 갖던 우월적 지위는 적어도 플랫폼 상에서는 사라졌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얼마 전 115명이 듣는 수업에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지상파 뉴스를 규칙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20~30대 젊은 세대를 가리켜 “스마트폰으로 짬짬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온라인 뉴스도 특정 사이트에 가서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강정수 박사는 “지상파뉴스의 선형소비 방식은 끝났다. 아침까지 기다렸다 소비하는 종이신문도 끝났다. 네이버·다음 같은 중계서비스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뒤 “이제 뉴스도 VOD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빨리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중계서비스를 내놔야 한다. 시청률과 페이지뷰에 취해있으면 시장 변화와 자신들의 위험상황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월드와이드웹이 미디어에 준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스마트폰이 일으킬 것이다. 미디어 소비습관이 변하면 미디어환경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 기자)는 “과거엔 가족단위의 정보소비가 이뤄지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의해 미디어소비 프레임이 구성된다”며 “정보소비 경로의 다변화와 뉴스의 개인적 소비 양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모바일 뉴스소비가 늘어날수록 단편적 소비(훑기, 건너뛰기, 제목 등)가 늘어나며 완성도가 떨어지는 뉴스 소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미디어소비 총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분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진순 교수는 “모바일 뉴스 이용은 말초적인 소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디어 리터러시(사용능력)를 의미 있게 가져가기 위해 사회화되지 않은 미디어소비가 갖는 위험성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생산자는 하루빨리 공급자 마인드를 벗어나 디지털세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진순 교수는 “다양한 플랫폼 변화에 맞게 뉴스를 공급하려면 맞춤형 정보생산 등 준비가 필요하다. 기존의 신문·방송 강자들이 디지털세대의 수요를 못 맞추면 힘을 잃을 수 있다. 포털도 유통 사업자로서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언론사에 미디어환경 변화가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젊은 세대의 미디어 소비 습관을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하는데서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