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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글 “대통령 하야 원한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글 “대통령 하야 원한다”

[오늘의 소셜쟁점] 한 시민이 ‘대통령 책임’ 묻는 글 올려 화제…“청와대 홈피가 광장으로 변했다”

세월호 침몰사건을 두고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청와대 게시판에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누리꾼 정송은씨는 27일 저녁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는 국민소통광장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없다”며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28일 오전 10시 현재 약 52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이 글을 읽었고, 2만 6천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글에 공감을 표시했다.

정씨는 이 글에서 대통령의 문제점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첫 번째로 “대통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고 짚었다. 정씨는 “리더의 역할은 적절한 곳에 책임을 분배하고, 밑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고, 밑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기본”이라며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은 현장에 달려가 상처 받은 생존자를 위로한답시고 만나고 그런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리더라면 어떤 어려운 일이 ‘안 되도 되게 하려면’ 밑에 사람들이 비용 때문에 망설일 수 있다는 것쯤은 안다”며 대통령이 “비용 문제는 추후에 생각한다. 만약 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며 적극적인 구조를 지시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와대 자유게시판 갈무리
그는 두 번째로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없는 정부는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대통령에게 “밑의 사람들에게 평소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잘못된 의제를 설정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철거와 세모녀 자살 등의 사례를 들며 “‘사람은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이 시스템의 암묵적 의제였다. 평소의 시스템의 방향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던 상황에서 이럴 때 대통령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를 하면, 밑의 사람들은 대통령이 진심으로 아이들의 생명이 걱정되어서 그런 지시를 내린 건지 정부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구조를 하라는 건지, 여론이 나빠지지 않게 잘 구조를 하라는 얘긴지, 헷갈리게 된다”고 꼬집었다.

정씨는 세 번째로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막대한 권한과 비싼 월급, 고급 식사와 자가 비행기와 경호원과 그 모든 대우는 그것이 책임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신이 해야할 일을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대통령,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 없는 대통령, 책임을 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며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고 썼다.

   
▲ 청와대 자유게시판 갈무리

SNS에는 이 글이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공감하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고, 이 글 이후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다수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대통령 하야, 그것까지 바라지 않는다”며 “그러나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싶다면 그 글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대통령이) 바뀌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글을 쓴 정씨를 걱정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이 분 부디 몸조심하시길. 국조원(국정원)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누리꾼들은 또한 청와대 게시판에 욕설이나 비난 글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포털이나 각종 커뮤니티에 대통령이나 정치의제가 올라오면 많은 욕설이 오고가고, 서로를 ‘종북좌빨’과 ‘수구꼴통’이라 비난하는 글로 도배되곤 했다. 하지만 청와대 게시판은 실명으로 본인 인증까지 해야 글을 쓸 수 있기에 건전하고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청와대 홈피가 광장으로 변했다. 실명제 때문에 알바, 벌레들이 욕을 못해 답답해 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 청와대 홈피를 커뮤니티로 삼아야할 듯하다. 이제 다음이나 네이버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만나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