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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 세월호 분향소 방문 “KBS, 제대로 싸워라”

KBS본부 세월호 분향소 방문 “KBS, 제대로 싸워라”

[현장] KBS본부 세월호 분향소 조문 후 유가족에 사죄…“세월호 잊히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KBS 기자협회에 이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KBS본부)조합원들이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방문해 조문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권오훈 KBS본부장은 “반드시 저희들의 잘못을 방송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KBS본부(새노조) 조합원 40여명은 20일 오전 안산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권오훈 KBS 본부장과 함철 부본부장, 정홍규 공추위 간사 등 조합원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헌화하고, 영정들을 둘러보며 20여분 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몇몇 조합원들은 영정들을 보며 감정에 복받쳐 훌쩍거리기도 했다.

   
▲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조문을 마친 조합원들은 유가족 대기실에 들러 유가족들에 사죄했다. 권오훈 본부장은 유가족 10여명에게 “세월호 참사 관련해 잘못한 것들을 사죄드리고 싶어 늦게나마 왔다. 저희들 책임이다”며 “지금 길환영 사장 책임지라고, 물러나라고 싸우고 있지만 저희들도 죄인이다”라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유가족들은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된 보도를 해달라고 강조했고, 조합원들은 제대로 된 보도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한 유가족은 “어제 MBC 기자들은 안 들여보냈다. 그런데 KBS 기자들은 두 차례나 들여보냈다. 왜 그런 줄 아냐”며 “KBS가 국민의 방송이고, 자정의 노력을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KBS가 싸우는 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 달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 분향하는 권오훈 KBS본부 본부장. 사진=조윤호 기자

권 본부장은 “이미 기자들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싸우고 있다. 내일부터 파업 찬반 투표를 할 것이기에 다른 직원들도 곧 마이크를 내려놓을 것”이라며 “저희들의 지금 싸우는 것, 유족 여러분 그리고 희생자 분들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권 본부장은 또한 “반드시 싸워서 이기고 KBS에서 비극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을 찾아보겠다. 저희가 싸우는 것 지켜보고 사죄 받아 달라”며 “KBS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낱낱이 고백할 기회가 방송을 통해 있을 것 같다.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 유가족은 “앞으로 왜곡된 보도, 잘못된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힘써줄 수 있냐”고 물었고 권 본부장은 “당장은 뉴스가 거의 안 나오기에 잘못된 점을 고백한 내용이 없을 수 있다. 싸움이 끝나고 돌아가면 반드시 저희들의 잘못을 국민 여러분과 유족 여러분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세월호가 점점 잊혀지고 있다. 잊히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나”고 물었고 권 본부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 KBS본부 조합원들이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유가족 대기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KBS 조합원들이 다시 한 번 사과를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현재 유가족 대책위가 진도로 이동함에 따라 안산 분향소에는 10여명의 유가족들 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유가족은 “유가족들이 다 모인데서 정식으로 사과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살아나왔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안 한다. 해경도 잘못했지만 언론도 굉장히 잘못했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조합원들은 10분간의 대화를 마치고 유가족 대기실에서 나왔다. 권 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유가족들이 진도에 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정을 조정할까 싶었으나 유가족대책위 총무께서 그냥 오라고 하셔서 방문했다”며 “파업을 시작하면 더 많은 조합원들과 다시 한 번 방문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또한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고 이 싸움이 마무리되면 방송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사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