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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 신부 인터뷰했다 징계, 칭찬 받았어야 하는데…”

“박창신 신부 인터뷰했다 징계, 칭찬 받았어야 하는데…”
[인터뷰] 김현정 CBS ‘뉴스쇼’ 앵커 “심의로 인한 압박 없어”…“뉴스쇼는 치우치지 않았다”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뉴스의 ‘당사자’를 인터뷰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당사자’를 인터뷰했다가 징계를 받는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도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다. <뉴스쇼>는 지난 1월 ‘연평도 포격’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의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의견을 받았다.

<뉴스쇼>를 진행하는 김현정 PD는 지난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통심의위의 중징계에 대해 “칭찬을 받았어야 하는데 의외였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현정 PD는 “(중징계는) 희한한 일”이라며 “박창신 신부가 했던 미사가 주말 사이에 알려지면서 대부분의 공중파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많은 언론사 1면을 장식할 만큼 큰 뉴스로 다뤄졌지만 그 분이 한 발언은 미사 밖에 없었기에 진의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박 신부는 주말 내내 전화한 모든 언론사에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뉴스쇼가 월요일 새벽에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전화했을 때 인터뷰에 응했다. 본인의 진의를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인터뷰를 요청했다”며 “뉴스쇼의 그 인터뷰는 박 신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사의 의미를 밝힌 인터뷰였고, 우리는 당연히 필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 여권 추천 인사들은 김현정 PD와 <뉴스쇼> 제작진이 박 신부의 일방적인 입장만 들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PD는 “방송의 매커니즘을 이해한다면 반론이 부족했다는 것을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PD는 “27분짜리 인터뷰 뒤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박 신부의 의견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 박 신부 의견에 동의하는 민주당 의원 인터뷰를 배치했다”며 “새누리당 의원이 뒤에서 충분히 반론을 했기에 박 신부를 인터뷰할 때는 핵심부분만 반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또한 “뉴스쇼가 추구하는 ‘당사자주의’는 찬반이 첨예할 때 찬반을 같이 들려주고 시청자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것”이라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고, 한쪽의 의견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 부분을 잘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편향적인 ‘정치심의’ 논란으로 인해 방통심의위를 폐지해야 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 PD는 “심의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좋은 심의, 필요한 심의도 많다”며 “다만 심의는 잘해야 한다. 심의가 일관된 기준 없이 행해질 때 안 좋은 심의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이러한 심의로 인해 위축받거나 압박 받지 않는다. 사내에서 시사프로그램의 자율성을 지켜주고, 또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기에 압박을 받을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받을 줄 알았던 칭찬은 한국PD협회로부터 받았다. <뉴스쇼>는 지난 4월 한국PD연합회가 선정하는 제26회 한국PD대상을 수상했다. 26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이 PD대상을 수상한 경우는 1997년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이를 두고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바람에 <뉴스쇼>가 상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 PD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동의 한다”며 “굉장한 시사프로그램들이 많았는데 위축된 점이 있다고 업계 사람들이 말한다. 다른 방송에 있는 PD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고 밝혔다. 김 PD는 “상황이 달라진 것일 뿐 뉴스쇼는 달라진 것이 없다. 6년 동안 시사프로의 기본을 지켜왔다”며 “상대적으로 돋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쇼>의 상승세는 경쟁 프로그램인 <MBC 시선집중>의 하락세와 맞물린다. 지난해 5월 <시선집중> 진행자였던 손석희 앵커가 하차하면서 <뉴스쇼>는 눈에 띠는 상승세를 보였다. 2013년 5월 청취율에 비해 2014년 3월 청취율이 59%나 증가했다. <시선집중>과의 청취율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김 PD는 “손석희 교수 하차의 영향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이전, MBC 상황이 안 좋을 때부터 뉴스쇼가 이슈를 끌고 갔다고 생각 한다”며 “손석희 교수라는 브랜드가 워낙 강했고 청취율 차이가 많이 났지만 2-3년 전부터 시사프로의 이슈 주도권은 뉴스쇼가 잡았다. 그러다 손 교수가 빠지면서 청취자들까지 뉴스쇼로 옮겨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언론이 질타를 받았다. 유가족 등 참사 당사자들에게 마이크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많은 기자들은 ‘기레기’라고 불렸다. 김 PD는 “세월호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준을 되새긴다. 당사자를 다루되 우리 마이크를 필요로 하는 시점까지 설득하고 기다린다는 것”이라며 “오원춘 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인터뷰한 적 있었는데, 처음에는 인터뷰를 거절해서 기다렸다. 피해자가 112에 신고를 해서 경찰이 출동했는데도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었기에 가족들이 할 말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결국 가족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다시 연락을 주셨다”고 말했다.

김 PD는 “우리의 당사자주의는 당사자를 무리하게 잡아다 앉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마음이 열고 마이크를 필요로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이 분들이 정작 마이크가 필요할 때 적절한 마이크가 오지 않을 수 있다. 그 때 우리 마이크를 빌려드린다”며 “오원춘 사건 1심 이후 피해자 가족들이 할 말이 있다며 뉴스쇼에 먼저 연락을 했다. 우리는 성급하게 인터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PD는 “요셉이나 지현이 등 세월호 피해자들 인터뷰 역시 상황과 교감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전제로 인터뷰가 이루어진 경우”라고 덧붙였다.

‘당사자’ 역시 검증이 필요하다. MBN이 민간잠수부 홍가혜 씨를 인터뷰했다 사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PD는 “당사자주의에는 2단계, 3단계 크로스체킹이 필요하다. 그래도 실수는 난다”며 “건물이 무너졌는데 첫 번째 목격자를 인터뷰하고 싶어서 마을 이장님, 시 의원 등 여러 명의 확인을 거치고 결국 목격자와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언론의 힘이 두려울 정도로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가장 민감한, 핫한 이슈의 당사자를 찾을수록 원칙들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