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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검찰을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하라

“한명숙 서울시장 된다면 그를 당선시킨 건 MB”

한겨레신문


검찰과의 싸움으로 단련된 ‘한다르크’
출마 안 하겠다는 결심 ‘정치검찰’이 바꿔놔
서울시장 준비모임 가동…별도수사 대응 돌입

지난 겨울 그에게 놓인 길은 어둡고 가팔랐다. 5달 전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온 뇌물 수사설이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내면서 그는 ‘첫 여성 총리’라는 화려한 이력 대신 총리 출신으로선 처음으로 검찰에 체포되는 수모를 겪었다. 총리 공관에서 현장 검증이 이뤄지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그는 외려 본격적인 정치인으로 바뀌어갔다. 2008년 총선 낙선 이후 ‘출마하는 정치’는 안 하겠다고 결심했던 그였지만, 점차 돌아서기 시작했다. ‘정치 검찰’에 맞서기 위해선 다시 격랑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때 한 전 총리를 도왔던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9일 “그분은 본래 뭐가 되겠다, 뭐를 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아니다. 그를 다시 정치로 불러낸 것은 검찰”이라며 “만약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그 자리로 이끈 건 엠비(MB)”라고 말했다.

전의를 다지면서 발언의 농도도 점차 짙어졌다. 지난해 1월 한 전 총리는 시민주권모임 오찬에서 “지방선거에서 있는 힘을 다해서 여러분의 역량을 다 모아주면 좋겠다. 저는 여러분과 국민이 요청하는 결정에 따를 각오이며 마지막 힘을 쏟을 생각”이라며 출마 뜻을 내비쳤다. 한 달 뒤인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선 지방선거와 관련해 “목숨걸고 이겨야 한다. 만약 패배하면 우리 국민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이것을 눈앞에 뻔히 보면서 막지 못하면 우리도 공범”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표현했다. 그의 한 측근은 “한 전 총리는 검찰과의 승부를 정면에서 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남편도 처음엔 ‘총리 한 번 했으면 됐지, 무슨 서울시장까지 하느냐’며 말렸지만 이제는 오히려 원군이 됐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는 특히 지난달 22일 총리공관 현장 검증 뒤에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모임을 꾸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

‘5만 달러’ 문제는 넘겼지만, 검찰이 새로 붙인 ‘불법정치자금 10억원’ 꼬리표는 새롭게 붙었다. 유무죄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이 계속 갖가지 의혹을 언론에 흘릴 경우 그의 이미지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한 전 총리는 이제 다시 장기전에 돌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여권의 공세에 맞서 민주당이 얼마나 잘 싸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한 전 총리는 끝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졸이며 판결을 기다려온 민주당은 이제 한숨 돌리게 됐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당내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서울시장 후보 공천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며 “한 전 총리 쪽으로 분위기가 확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냥 추대하기보다는 출마 뜻을 밝힌 다른 후보들과 한 전 총리가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정되는 게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 전 총리는 10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방문을 첫 일정으로 잡았다. ‘한명숙 정치공작 분쇄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검찰은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한명숙 전 총리를 구속함으로써 반한나라당 반MB 정서를 하나로 결집시키고 야당의 후보단일화 경향을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무리한 기소와 그에 따른 무죄 판결로 전 언론에 한명숙의 얼굴을 널리 퍼트리는 일을 하고 있다. 한명숙 캠프 대신에 선거운동을 해주고 있는 검찰을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하라. 검찰은 검찰을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