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가는 배 국민일보,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
[인터뷰] 김지방 국민일보 신임 노조위원장…“사측, ‘해고부당’ 사법부 판결 존중해야”
국민일보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2014년을 ‘자립경영 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지난 1월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국민일보는 26세 청년으로서 부모의 품으로 벗어나 미래를 개척해야 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민일보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 2012년 파업의 상처는 아직 다 아물지 않았고, 다른 모든 신문이 그렇듯 경영상황도 녹록치 않다.
김지방 국민일보 디지털센터부 문화부 차장은 이런 상황에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영진에 경각심을 주겠다”며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 지부 제29대 지부장으로 출마했고 98.3%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그는 2012년 파업 때 적극 동참해
징계를 받기도 했고, 15년 간 국민일보에 근무하며 경제부, 정치부, 종교부, 온라인뉴스팀, 국제부, 쿠키방송팀, 문화부 등을
거쳤다. 미디어오늘은 국민일보의 과제들에 대해 묻기 위해 26일 오후 김지방 신임 국민일보 지부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노조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2012년에 파업이 있었다. 파업의 상처는 다 아물었다고 보나.
언론계 전반에 아직 그 때의 상처가 남아 있다. 후유증은 있는데, 같이 파업했던 언론사 중에서는 조직이 작아서 그런지 빨리
회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해고자와 징계자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라 아직 ‘다 같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 그래서인지 ‘출마의 변’에서 “야성을 되찾자”고 강조했다.
야성과 비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회사가 비전을 보여주고 기자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면 노조도 파업 후유증을 극복하면서 회사와 같이 발을 맞출 준비가 되어 있다.
- 파업 당시 해고자와 징계 당사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고와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와도 사측이 항소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이 이루어져야 파업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어떤 기업이라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노사가 화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파업 후유증 극복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국민일보를 위한 선택인지, 무엇이 더 합리적인지 생각하면
노조나 회사나 입장이 다르지 않게 될 것이다.
- 여전히 국민일보는 ‘조용기 신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를 만들었으니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기자들 역시 조 목사가 국민일보에 대해
갖는 의미를 존중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즈도 창립자가 잘못 했을 때 ‘드라이’ 하게라도 보도했다. 국민일보도 사실과 시시비비를
가리는 문제에 있어서는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민일보의 다른 지면과 미션 면(종교 면)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창극 후보자에 대해 보도할 때도 정치면에서는 비판 기사가 많았는데 미션 면에서는 그의 발언을 옹호하는 글이 많았다.
내부에서도 그런 의견이 나왔는데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일보가 ‘미션 면 강화’를 천명한 이후 미션 면
편집위원회가 꾸려졌고 나도 위원으로 포함됐는데, 편집위 차원에서 애를 많이 썼다. 교계에서도 문창극 후보자 관련해 의견이
엇갈렸고, 지면에서 비교적 균형감 있게 전하려고 노력했다. 목사나 칼럼리스트의 기명 글은 문 후보자를 이해한다는 반응이었지만
비판적 목소리를 전하는 기사도 있었다. 일방적으로 변호하진 않고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균형감을 갖추는 차원을 넘어 좀 더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젠다를 만들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 노조 차원에서 미션 면을 포함한 국민일보 보도를 감시할 생각 있나.
공정보도위원회 활동을 많이 강화할 것이다. 파업 이후 공보위 활동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는데 공보위 보고서도 다시 발간하는 등
기능을 회복시킬 것이다. 신문 지면은 물론 디지털뉴스도 감시하겠다. 기사가 초판에 들어갔는데 나중에 빠지거나 민감한 기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 등에 대해 지적할 것이다.
- 국민일보의 경영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나.
배가 기울어가면 방향을 틀던지 앞으로 나가던지 해야 하는데 그냥 기울어만 가는 상황이다. 경영실적도 안 좋고 유가부수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 신문산업 전체가 위기인데 국민일보가 특히 더 많은 타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개신교가 사회적 공신력을
잃어가는 것과 국민일보가 기울어가는 것이 같은 궤에 있다고 본다. 한국 개신교의 개혁이 국민일보의 생존과도 관련이 있다. 이를
위해 국민일보가 교계의 특정 목소리만 반영하지 말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뉴스에서 디지털 부문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관점에 볼 때 국민일보는 어떤가.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 뉴스소비가 웹을 넘어 모바일로 가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없다. 신문지면을 잘 만들자는
정도의 시각에 머물러 있고,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일보 독자층이 올드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거기에만 머무르면 독자
층이 늘어날 수가 없다. 새로운 독자들이 국민일보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 출마의 변에서 ‘센터 체제에 맞는 기자 처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의미인가.
지난 5월 13일부터 ‘센터’ 체제로 조직개편이 이루어졌다. 온라인뉴스, 문화‧체육부는 디지털뉴스센터로, 사회1,2부는
사회뉴스센터로 묶었고 정치‧외교‧국제부도 하나로 묶고, 경제‧산업부도 하나의 뉴스센터로 묶었다. 현장에 기자들을 더 많이 보내고
온라인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이루어진 조직개편이었는데 아직 업무분장이 엄밀하지 않고 업무량도 많아지면서 기자들의 노동강도가
강해졌다. 어떤 기자는 하루에 12시간 일하기도 한다. 업무는 증가했는데 그에 따른 회사의 지원은 기존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부분에서 회사에서도 발상의 전환,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 과제가 많은데 사측과 소통이 잘 될 것이라 보나.
문창극 사태 때도 그렇고 세월호 사태 때도 그렇고 다른 신문에 비해 선배 기자들이 현장 기자들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경영진이나 편집국 선배들이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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