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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합의안’ 반대 쏟아지는데…관심 없는 지상파 방송3사

‘세월호 합의안’ 반대 쏟아지는데…관심 없는 지상파 방송3사
[비평] 유가족·시민사회단체 등 ‘특별법 합의’ 반대 목소리 없는 방송3사…9일 뉴스 관련 소식 전혀 없어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두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한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지만 공중파 방송3사 뉴스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곳곳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지만, 방송3사의 주요 뉴스에서는 이 소식들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가 수사권, 기소권 없는 세월호특별법을 오는 13일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등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여야 합의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다. (관련 기사 : <여야 ‘세월호 합의’ 후폭풍…영화인 동조단식 시작>)

9일에도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모임(가칭)은 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릴레이 동조단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한 용혜인씨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여야합의에 반대하는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대학생 10여명이 국회 본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회의실을 점거하려고 시도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은 9일 오후 3시 30분 경 국회 본관 안으로 들어와 회의실로 들어갔고, 여야합의에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붙이려다 국회 직원들에 의해 끌려나왔다.

가족대책위는 9일 저녁 7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규탄하는 ‘광화문에서 외침’ 문화제를 열었다. 유가족과 시민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정당 인사들 1만여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1,800여명)이 참여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여야합의를 철회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하는 유가족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송3사 주요뉴스에서는 이런 소식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9일자 KBS 9시뉴스,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에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날 JTBC 주말뉴스는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 합의 무효…선거 끝나니 내쳤다">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며 각계 각층이 세월호특별법 반대 소식을 전했다. JTBC는 <새정치연합 초재선 모임 "합의안 거부"…내부 반발 확산>,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요구 분출…야당 내분 조짐까지> 등 두 꼭지에 걸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특별법 재논의 요구도 전했다. 

  
▲ 9일자 JTBC 주말뉴스 갈무리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한 것은 지난 7일이다. 지상파 3사는 이 날부터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소홀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7일, 관련 소식을 전하며 유가족의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SBS 8뉴스는 관련 소식을 전하며 “유가족들이 요구했던 수사권은 부여되지 않아 강제 소환이나 압수수색을 직접 할 수는 없다”며 유경근 대변인의 말 한 마디를 덧붙인 것이 전부였다. KBS 뉴스9는 여야의 합의 내용을 전하며 유가족의 반발을 덧붙였다. JTBC는 합의 소식과 유가족의 반발을 한 꼭지로 전한 뒤 다른 한 꼭지에서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을 연결해 대책위의 입장을 전했다.

다음 날인 8일에도 마찬가지였다. SBS와 KBS는 8일 각각 한 꼭지씩 여야합의에 대해 반발하는 유가족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왜’ 반대하는지보다 유가족과 경찰 간의 충돌 등 반대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MBC 뉴스데스크는 같은 날 <여야 '세월호특별법' 합의 내부 반발…재논의 요구 봇물>에서 여야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전할 뿐 유가족의 목소리는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특검 추천권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반발이 속출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진상조사위에 유가족이 추천한 인사를 포함 시킨 데 대한 반발이 일었다”며 합의 반대 목소리를 흔히 있는 정당 내부의 ‘내홍’ 정도로 치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JTBC 뉴스는 여야합의 반대 목소리 등 세월호특별법 관련 소식을 네 꼭지에 걸쳐 상세히 전했다. 

‘세월호 참사 무능정권 심판’을 내세웠던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참패한 이후 유가족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했다. 일각에서 “이제 그만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유가족들은 점점 고립되고, 단식으로 쓰러지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9일 광화문 광장 집회에 참석한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세월호 특별법이 (유가족 요구대로) 통과가 안 되면 관 짜놓고 (단식을) 계속할 것이다. 쓰러져도 병원에 안 간다. 대통령 고집이 센 지 내 고집이 센 지 두고 보라”고 말했다. 김영오씨가 꺽어야 할 ‘고집’에 ‘사실 전달을 하지 않는 언론의 고집’도 포함시켜야 할 판이다.

  
▲ 단식 27일째인 단원고 2학년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9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에 열린 문화제 <“광화문에서 외침!”>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단식농성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 김도연 기자 river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