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9.02.14 11:0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08097

나쁜 뉴스의 나라에서

[언론을 배우다②] ‘주52시간 근무제’로 알아본 언론의 태도

책으로 접한 언론의 이질성

언론과 정파성. 이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나쁜 뉴스의 나라>라는 책에서다. 당시 복수전공으로 언론을 배우게 되면서 전공 지식을 쌓기 위해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었다. 언론에 관심만 있었을 뿐 뉴스와 친하지 않았던 나에게 언론과 정파성은 조금 이질적이었다. 그래서 그저 '언론이 정파성을 지니는 것 자체가 문제인건가?'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알게 됐다. 언론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누락하거나 축소하고 왜곡하는 등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특정 정치세력을 옹호한다는 게 사회적으로 얼마나 나쁜지. 결국 정파적 저널리즘이 언론과 정치, 사회 전반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나쁜 뉴스의 나라, 이 한국에서 언론을 배우려 하는 나에게 큰 고민으로 남았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언론의 정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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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업을 통해 정파성이 나타나는 사례를 찾고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자연스레 근무시간, 최저임금, 근로자 등 노동과 근로자처우에 관심이 높았다. 이번 정부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통해 한국 노동에서 가장 큰 문제인 장시간 노동의 문제개선을 하려고 한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바로 이 주제로 언론의 정파성이 정말 존재하는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크게 주52시간 근무제 법 시행 전, 법 시행 후, 법 시행 후 평가시기로 나누어 분석을 진행했다.

총 보도량을 살펴보면 조선일보는 55건, 동아일보는 136건, 중앙일보는 160건, 경향신문은 95건, 한겨레 신문는 78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한 중앙일보와 가장 적게 보도한 조선일보의 보도수의 차이는 3배 이상 난다(<표 1> 참고). 시행 전인 4~6월의 기사 개수 또한 조선일보가 11건으로 제일 적은 기사를 보도했으며, 중앙일보가 54건으로 5개의 언론사 중에 가장 많은 기사를 보도했다.

시행 후인 7~9월 사이의 각 언론사별 보도수를 살펴보면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3개 언론사의 경우 시행 전 보도 수보다 대략 2배 이상 보도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으로 볼 때 '주52시간 근무제'는 시행 후에 더 많은 국민들과 근로자들이 관심을 가졌음을 예측할 수 있다. 시행 후 평가가 진행되는 10~12월에는 '주52시간 근무제'의 문제가 나타나면서 그의 대응 방안으로 '탄력 근무제'에 대한 논의로 바뀐 여파로 경향신문의 제외한 4개의 언론사에서 시행 후에 비해 평가에 대한 보도는 절반으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표 1> 5개 신문사의 ‘주 52시간 근무제’ 키워드에 대한 보도량
▲  <표 1> 5개 신문사의 ‘주 52시간 근무제’ 키워드에 대한 보도량
ⓒ 성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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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을 구분한 이유는 시기별 보도되었던 기사의 내용과 헤드라인(하단 <표 2>, <표 3> 참고)에서 언론사별 특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시행 전'과 '시행 후'시기에 보도된 기사에서 언론사별 특징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시행 전'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경우에 헤드라인에서 '노동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 또한 줄어든다'는 내용과 '정부가 불필요한 곳에 세금을 사용 한다'는 부분을 부각했고, 경향신문은 현실적인 상황에서 정책 도입이 힘들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의 경우에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수혜자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가장 많은 기사가 보도되었던 '시행 후'의 경우에는 언론사 별로 좀 더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주52시간 근무제'시행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직업군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의 경우에는 워라벨의 실현, 정책 시행으로 인해 성장세를 보이는 가전사업이나 헬스장 등을 중심으로 긍정적 효과들을 더 많이 보도했다.

반면, '시행 후 평가시점' 초반인 10~11월 초까지는 언론사별 구별되는 특징이 나타났지만 11월 말에서 12월 사이의 기사에서는 5개 언론사 모두 '주52시간근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 문제점 보안 대책으로 '탄력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같아진다.

휴식이 있는 삶, 일과 생활의 균형 그리고 일자리 문제

보도 수와 내용, 헤드라인을 모두 종합해 보았을 때 가장 선명하게 보도 차이가 나타나는 시기는 '시행 후'와 '시행 후 평가' 초반인 10~11월사이다.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시행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인 '국민의 휴식이 있는 삶', '일과 생활의 균형', '일자리문제'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보도 내용을 살펴봤다.

먼저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개선을 위해 '국민의 휴식이 있는 삶'과 '일 생활의 균형' 실현은 헤드라인뿐만 아니라 보도 내용에서도 온도차가 크게 나타났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취재를 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득을 보고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는 업종에 대한 기사가 주를 이루었다.

5개 언론사 대부분 인터뷰를 통해 정보를 얻었고 한겨레신문만 한 사이트의 통계 자료를 통해 자료를 얻어 기사를 작성했다. 국민의 휴식이 있는 삶과 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기사 31건 중 언론사별 가장 큰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기사를 하나씩 선택했다(<표 2> 참고).  
 
 <표 > ‘국민의 휴식이 있는 삶’ 관련 상징적 헤드라인
▲  <표 > ‘국민의 휴식이 있는 삶’ 관련 상징적 헤드라인
ⓒ 성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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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동아일보는 7월13일 '주52시간에 택시 손님 뚝… 사납금 채우려 주119시간 운전'이라는 기사에서 주 52시간 시행 후 택시운전사 조기영 씨의 인터뷰에서 사납금 납부의 부담 증가를 강조했다. 7월부터 손님은 줄어든 반면 사납금은 그대로여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택시업계엔 독이 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법인택시운전사 조기영 씨(61)는 "다들 야간 손님 줄었다고 난리다. 밤에 출근하면 사납금 빼고 하루 4만, 5만 원은 벌었는데 이젠 2만 원도 벌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택시운전사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운전사들은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초과근무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9월 13일 "잔업 없는데 아파트 공사 … 입주일 어떻게 맞추나"라는 기사에서 건설노동자의 주52시간 근무제에 근로시간 단축에 의해 공사기간 연장문제로 건설사와 고객이 갈등을 겪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0월 2일 '6시 땡! 칼 퇴? 연구실 김 팀장은 한숨이 나온다.'라는 기사에서 연구직에 종사자들의 주52시간에 근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해 보도했다.

위의 세 언론사의 입장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모든 직종에 적용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주52시간 근무제를 무조건적으로 실시할 것이 아니라 유연책이나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향 신문은 7월 30일 '대기업 사무직 "저녁 생겨"…변화의 희망'이라는 기사에서 직장인의 희망을 헤드라인에서 강조하며 대기업 사원의 인터뷰를 기사로 보도했다. 서울 강남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씨(34)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확실히 근무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 1회 하던 운동을 4회로 늘렸고, 운동하고 와서도 시간이 남아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다 잔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제로인해 삶과 일의 균형을 유지하게 된 아주 긍정적인 사례이다.

한겨레신문 또한 7월 6일 '주 52시간 근무제가 "살림남" 늘렸다.'라는 기사로 주52시간 근무제 실시로 인해 남성들의 가사전담 비율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강조해 보도했다. 오픈마켓인 옥션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된 지난 7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2달 동안 남성 고객의 살림 관련 품목 구매율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대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청소도구나 수납용품 같은 정리 품목의 남성 구매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모두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긍정적 기대효과가 현실에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의 경우에는 한명의 인터뷰 대상을 통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한겨레신문의 경우에는 통계자료를 이용해 사회분위기와 전반적인 흐름이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해 보도했다.

 
 <표 3> ‘일자리문제’ 관련 상징적 헤드라인
▲  <표 3> ‘일자리문제’ 관련 상징적 헤드라인
ⓒ 성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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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와 일자리 창출의 기대에 대한 기사 또한 언론사마다 입장이 엇갈렸다(<표 3> 참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며 부정적으로 보았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는 주 52시가 근무제로 인해 일자리 창출을 전망하며 제도를 긍정적이게 보았다.

보도에 사용된 자료는 5개 언론사 모두 다른 자료를 사용했다. 언론사 별로 연구 보고서, 인터뷰 내용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효과를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5일 한국 경제 연구원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자료로 사용했고 조선일보는 아파트 경비원 인터뷰 통해 주 52시간의 실태를 보여줬다. 동아일보는 '잡 코리아'에서 직원 수 300인 이상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4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자료를 사용해 주52시간 근무제에 우려를 표했다.

경향 신문은 25일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주요 업무 추진계획'자료를 사용했고, 한겨레신문은 이번 정부의 계획 발표내용을 근거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를 강조했다.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중앙일보는 시행초기인 7월 15일 '주 52시간제로 2020년까지 33만6000개 일자리 줄어들 것'이라는 제목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근로시간 단축 시 생산성 향상과 자본 가동률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2020년에는 약 23만3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7월 25일 '장하성 아파트도 경비원 줄인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 직업군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최근 경비원 116명에서 64명으로 줄이는 것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8월 28일 '주52시간 여파에 인력 더 뽑은 기업은 10곳 중 3곳 뿐'이라는 제목으로 주52시간 근무제시행후의 현황을 보도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실행하는 기업의 실태를 꼬집었다.

반면 경향 신문은 7월 25일 '노동시간 줄인 사업장들 3만 명 채용계획'일자리 나눔'효과 있네'라는 제목으로 일자리 창출효과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달부터 주 52시간 한도의 노동시간 단축 대상인사업장 3627곳 가운데 813곳에서 총 2만9151명을 새로 뽑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또한 8월28일 '노인일자리 10만개, 사회서비스 일자리 7만개 늘린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어린이집 보조교사(1만5천명)와 대체교사(700명)도 증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개선해야 할 방향이나 이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나 사람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긍정적 측면을 부각했다.

최근 한 달 동안의 보도내용을 보았을 때 처음과는 다르게 5개 언론사 모두 주52시간 근무제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보도하는 독특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주 52근무제 시행은 근무시간의 숫자만 줄어든 것이지 실질적으로 근무자들의 생활 속 여유를 늘여주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대응방안인 '탄력 근무제'에 대한 새로운 논의로 넘어가면서 언론사들 모두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문제점만이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정파성, 상황에 따라 달라

단순 보도량만 봤을 때 동아일보가 16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중앙일보(136건), 경향신문(95건), 한겨레(78건), 조선일보(53건) 순이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조중동은 평균 117건을, 경향과 한겨레는 평균 87건을 보도했다.

시기별 보도량 또한 시행 전의 조중동은 평균 33건이고 경향과 한겨레는 평균 26건, 시행 후에는 조중동은 평균 52건이고 경향과 한겨레는 37건, 시행 후 평가 에는 조중동은 평균 31건이고 경향과 한겨레는 23건을 보도했다. 단순히 보도 건수로 보면 보수신문이 진보신문보다 이 사안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에서는 두 집단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헤드라인에서 '손님이 뚝', '한숨', '줄였다' 등의 부정적인 느낌 vs '저녁이 생겨', '희망', '늘렸다 등의 긍정적인 느낌이라는 상반된 단어 사용이 나타났다. 또한 인터뷰 대상에서도 조중동은 연구원, 택시기사, 건설업체 등 주 52시간 근무제로 피해를 보고 있는 직종을, 반면 경한의 경우 남성고객의 살림 관련 물품 구매 소비 통계자료나 대기업 사무직의 인터뷰를 대상으로 선정해 취재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시행 후 평가 시기에서 탄력근무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나오자 모든 언론이 문제점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정파성을 기준으로 언론마다 한 쪽 측면을 부각시키고 서로 대립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깨주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시행 후 평가 시기만 보면 신문사 이름을 가리고 본다면 어느 신문사의 기사인지 모를 정도로 유사한 것으로 느껴져 어떤 시기와 상황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보도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사안이라도 시기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보도와 보도 방향, 사안에 대한 입장이 달라지기에 정파성을 기준으로 언론과 그 보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정파성에 대해 개념적으로 배웠던 '정파성에 따라 같은 현실을 다르게 제시하고, 편향된 취재원을 통해 다양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말이 언제나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독자는 뉴스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

책에서 읽은 것처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전과 시행 후 부분에서는 언론에 따른 정파성은 존재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언론의 정파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고, 서로 다른 보도를 통해 각자의 현실을 구성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석을 끝낸 후 현실 언론에 대해 고민했다. 지금의 언론이 기본을 지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을까? 해야 하지만 사실상 그렇기 어렵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모든 언론이 객관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보도를 한다는 것도, 그 객관의 기준을 만드는 것도 현실에선 불가능해 보인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모든 언론이 하나에 주목하고 특정 측면을 부각시키며, 유사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사회가 오히려 위험에 빠지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뉴스와 독자의 변화인 것 같다. 언론은 전체 독자를 고려한 뉴스를 만들고, 사안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속칭 '야마'라 불리는 방향을 잡고 취재해 보도하기보단 독자들에게 더 많은 사실과 다양한 측면의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독자는 편견 없이 언론의 뉴스를 확인하고, 여러 언론의 뉴스를 접하면서 '진짜' 사실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 입장에선 이해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고 관용적으로 바라보고, 조선일보라 이렇지 한겨레니까 그렇지 같은 생각보단 '이 신문이니까 이럴 수도 있구나, 저 신문이니까 저럴 수도 있구나'라고 이해했으면 좋겠다.

나쁜 뉴스의 나라에서 언론의 정파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그런 뉴스를 보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미디어 종사자의 꿈을 키워본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9.02.12 11:20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64352.html

의장실에 민원실 간판…2030 의원 ‘생활정치 요정’이 떴다!


정연우(30) 고양시의원은 지난달 8일 경기도 고양시 중산체육공원에서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테이블 하나를 놓았다. 옆에는 ‘찾아가는 민원 버스킹’ 입간판도 세웠다. 이곳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에 내빈으로 참석했다가 ‘내친김에’ 민원 접수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1시간 반 가까이 10여개 민원을 들었다. 그 가운데 보도블록 개·보수 같은 몇 가지 사안은 곧바로 처리했다. 정 의원은 한달에 한번씩 이런 ‘민원 버스킹’을 한다. 그는 “나 역시 의원이 되기 전에는 불편한 게 있어도 막상 귀찮아서 구청에 잘 연락하지 않았다. 이제는 시민들이 산책하다가 나를 보고 ‘아 이런 불편이 있었지’ 하며 쉽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 정치는 연결이다

6·13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100일이 훌쩍 지났다. 국회엔 ‘올드보이’가 돌아왔지만, 여의도 바깥의 지방의회에선 ‘꽃보다 청춘’이 정치 변화의 기운을 일으키고 있다. ‘맨땅에 헤딩’으로 6·13 지방선거에서 도전해 당선된 20~30대 광역·기초의원은 총 238명. 전체 지방의원 3750명의 6.3%다. <한겨레>가 지방선거 100일(9월20일)을 즈음해 만난 2030 지방의원 5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거대 담론보다는 주차장 확대, 버스 승차대 설치 같은 주민들이 매일 겪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전국 최연소 구의장이 된 이관수(35) 서울 강남구의장은 의장실에 민원 처리 서류를 모은 책장을 마련했다. ‘목련아파트’ ‘분뇨 처리’ ‘영동경로당’ ‘대청중학교’… 간단한 민원 제목을 붙여놓은 서류가 어느덧 40여개다. 지난 7월 구의장이 된 뒤 접수해 처리한 것들이다. 지난달 14일부터는 의장실 앞에 ‘열린현장민원실’ 간판을 달아놓고 있다. 이 의장은 “기존 의장실은 문턱이 있어 주민이 쉽게 의장과 면담하기 어려웠다. 젊은 만큼 더 ‘일하는 의장’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국 최연소 기초의원인 이의찬(26) 부산 연제구의원은 지역에서 발생한 20대 청년의 고독사 사건을 계기로, 청년들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현(27) 서울시의원은 아이들 하교·하원 길에 손주를 데리러 오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위한 정서적 지원 및 육아교육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조민경(26) 인천 연수구의원도 보육·교육 인프라 부족을 호소하는 지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교육청, 국회를 오가며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정치는 ‘연결’이다. 시민과 정치의 가교가 되겠다는 것이다. 조민경 의원은 “주민들이 자신의 요구를 마음껏 펼치는 장을 만들고, 그것이 반영되도록 연결하고 싶다”고 했다.

청년 정치인들의 장점은 ‘친근함’이다. 기성세대에는 자식뻘이고 젊은 세대에는 형 또는 누나, 동생 같은 존재여서 주민들과 소통하기 더 쉽다고 한다. 이동현 서울시의원은 지난 7월 한 노인한테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혼자 사는 70대 노인은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어 예전에 이 의원한테 받은 명함을 찾아내 전화했다. 이 노인은 “손자 같아서 전화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서울시와 해당 구청을 통해 노인에게 긴급지원서비스를 소개했다. 이 의원은 “(주민들이) 복지서비스를 몰라서 신청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가 주민들의 ‘대리인’이자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 것에 뿌듯하다”고 했다.

2030 의원들은 의회에서 ‘어색하면서도 신선한’ 존재라고 한다. 동료 의원들은 죄다 50~60대이고 가끔 40대 의원이 몇명 있는 정도다. 시청·구청의 과장이나 실·국장급 공무원도 모두 이들의 부모 나이다. 자기소개를 하면 자식뻘 되는 ‘의원님’을 보고 눈이 동그래지기도 한다. 나이가 젊다고 무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잘하나 어디 한번 보자’ 하는 시선도 느껴진다. 이의찬 의원은 “내가 길을 잘 닦아야 젊은 친구들이 많이 당선된다. 다음 선거에선 2030 정치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길을 잘 내고 싶다”고 했다.

다만 그들은 자신을 ‘청년 정치인’ 프레임에만 가두지 않는다. 의정활동은 특정 세대나 집단만 대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조민경 의원은 “‘청년이라 괜찮다’는 건 청년과 기성 정치인이 동등하지 않다는 말이다. 청년이라고 실수해도 괜찮다거나 어설퍼도 괜찮다는 생각을 우리 스스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 “주민들도 변화 요구 강해”

이들은 각자 다양한 경로로 자신이 보고 겪은 삶의 크고 작은 부조리를 해결하고자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동현 서울시의원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생회장 출마가 좌절된 일을 계기로 정치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당시 학교 쪽에서 “학생회장을 하면 부모님이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하셔야 하는데, 너는 편부 가정이라 부모님 참석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양보를 원했다고 한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뜻을 접은 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사연을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그 인연으로 최 전 의원의 선거를 도우면서 정치 경험을 쌓았다.

이관수 의장과 정연우 의원은 기존 직업을 바꾸고 정치를 시작했다. 이 의장은 노무사로 일하다 노동자 권익을 위해서는 제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해 정치에 도전했다. 물리치료사였던 정연우 의원은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환자나 휠체어 탄 환자의 보행 불편을 보면서 제도를 바꿔야겠다 생각했다. 1992년생인 이의찬·조민경 의원은 대학 졸업 뒤 곧바로 정치에 도전했다. 주변에선 “공부 더 해라” “정치 말고 다른 거 해라” “정치는 성공한 뒤 나중에 해도 된다”며 만류했다. 이들은 “지금 당장 구의원부터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마음으로 선거에 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선거 기간 유세를 다니면서 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조민경 의원은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명함을 나눠줬는데 나중에 “우리 아이가 명함 받아 왔어요”라고 하는 주민을 만났다. 한 초등학생은 할머니 손을 이끌고 와서 “할머니, 나 투표권 없는데 이 언니한테 투표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젊은 친구가 열심히 해보겠다는데 도와줘야지” “어디 싹 바꿔봐라” 하는 격려도 많이 받았다.

■ 영입이 아니라 육성해야

지난 지방선거에서 많은 청년 정치 지망생들이 의회 문을 두드렸지만 이들처럼 벽을 뚫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어쩌면 좌절 경험이 더 많을 것이다. 이들도 청년 정치인을 대하는 기성 정치 관행의 불합리를 토로한다. “너는 기회가 많으니 이번엔 선배한테 양보해라”라는 압력을 받는다고 한다.

각 정당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려 하지만 정작 정치인 ‘육성’에는 소홀하다. 현실적으로는 예산 확보가 안 되는 탓이 크다. 정치자금법에는 정당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의 10% 이상을 ‘여성 정치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일정 금액을 청년 정치 활성화에 쓰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국고보조금 5% 이상을 청년에 배당하겠다는 공약을 내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청년한테 자력갱생하라는데 그렇게는 당내 경선을 뚫기 어렵다. 정치교육을 활성화하고 수료하면 당직 경험을 쌓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 육성에 비교적 적극적인 곳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진보정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론 수업은 물론이고 정당 연설회, 실태조사 등 정치 사업을 직접 수행한다. 수강생이 직접 논평을 써보고 채택되면 공식 브리핑 기회도 마련한다. 조윤호 정의당 조직위원회 차장은 “우리나라 정당은 외국과 달리 인재를 발굴하고 교육해 선거에 내보내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영입 후 공천이 아니라, 육성 후 공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9.01.22 08:39

며칠 전 블로그 '어벤져스4'의 주인공은 캡틴아메리카가 될 것이란(될 수밖에 없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번엔 본격적으로 캡틴아메리카에 대한 팬질 글을 써볼까 한다. (* 구체적인 대사는 나무위키 캡틴아메리카 편을 참조하였습니다.)


캡틴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겉으로 보기엔 미국의 애국주의와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보인다. 코스튬도 그렇고, '캡틴아메리카'라는 이름도 그렇다.


하지만 캡틴이 상징하는 건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사상, 가치, 이념이다. 캡틴은 누구보다도 자유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투사다. 바로 이 'Gap'이 캡틴아메리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자유주의자 캡틴아메리카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윈터솔져>다. 1940년대 냉동인간이 되었다가 70년 만에 깨어난 캡틴이 발견한 건 쉴드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인사이트'였다. 프로젝트 인사이트는 그야말로 대국민감시프로젝트. 헬리캐리어들을 띄워서 미 전역을 감시한 다음, 미국 정부에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제거한다는 계획. 이 계획을 알게 된 캡틴은 강하게 반발하며 이렇게 말한다.


"처벌은 범죄 그 이후에 따르는 것입니다."


범죄라는 구체적 행위가 등장하기 전의 시민의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자유주의자 캡틴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쉴드의 국장 닉 퓨리는 캡틴을 설득하려 하지만, 캡틴은 끝까지 반대하며 이렇게 답한다. "저는 가끔 현실과 타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타협을 한 이유는 시민의 자유를 위해서였습니다. 이건 자유가 아니라 공포에요."




캡틴의 우려대로 쉴드의 이 계획은 쉴드 안에 잠입해 있던 하이드라(빌런 집단)의 음모였다. 이를 알아챈 캡틴은 홀로 쉴드 본부에 침입한다. 그리고 이미 지도부를 장악한 하이드라에 맞서 쉴드의 요원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설득한다.


"내가 여러분에게 하는 말이 무리한 요구임을 안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듯 자유의 대가는 크다. 그리고 난 그 큰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 있다. 나 혼자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결국 자유주의자 캡틴의 선동에 동화된 쉴드 요원들이 싸움에 동참하면서 하이드라는 패배한다. 캡틴에게 국가는 시민의 자유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미국의 국기를 몸에 걸고, 이름에 '아메리카'를 달고 있지만 캡틴이 지키고자 하는 건 미국이 지켜야할 가치, 자유다.


<시빌워>에서도 캡틴의 이런 행보는 이어진다. 히어로가 법에 등록된 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소코비아 협정'. 히어로 진영은 협정을 따라야 한다는 '아이언맨' 파와 이에 반대하는 캡틴 파로 나뉘어진다. 히어로등록법을 거부한 캡틴의 근거도 '자유'였다.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법과 조직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건 개인의 책임을 회피하는 길이다." 캡틴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미국 정부 전체와 싸우고, 수배자가 된다. 그는 미국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조국과도 싸우는 히어로다.


누가 봐도 고지식한 이런 면모 때문에 캡틴은 <시빌워> 이후 안티가 급증했다. 히어로들의 활동에 어느정도는 제약이 가해져야 함에도 캡틴이 대책없이 반대만 한다는 시선 때문이었다. 일견 이해가 가는 이야기지만 영화의 맥락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캡틴은 법률 수정을 통해 히어로등록법에 찬성하려는 입장을 취했었다. 하지만 법에 반대하는 입장인 스칼렛위치가 아이언맨에 의해 감금되었다는 사실, 즉 히어로등록법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는 법을 거부했다. 그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다.


<시빌워>에서 캡틴이 욕을 배부르게 먹었던 또 다른 이유는 캡틴이 친구인 버키 반즈를 구하기 위해 또 다른 친구 토니 스타크(아이언 맨)을 공격했다는 점에 있다. 버키 반즈는 윈터 솔져로 활동하며 수많은 요인들을 암살했고, 심지어 토니의 아버지까지 살해했다. 캡틴은 그런 버키를 구하기 위해 토니를 배신했다.



하지만 자유주의자 캡틴에게 이는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버키 반즈는 하이드라에게 세뇌당해 자신의 자유의지와 무관하게 암살자 노릇을 했다. 캡틴은 아무리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자유의지에 따라 저지른 일이 아닌 이상 온전히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우며, 그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캡틴이 생각하는 자유다. (물론 토니 입장에선 그가 배신자인 건 당연하고, 버키반즈를 죽이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캡틴의 자유주의자로써의 면모는 동료 시민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1940년대에 살다가 70년 만에 깨어난 백인이지만 흑인인 닉 퓨리가 쉴드 국장으로 자신에게 명령한다는 점에 한 번도 차별적인 시선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돕는 흑인 군인 샘 윌슨(팔콘)을 대할 때도 이런 태도가 전혀 없다. 194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대단한 태도인지 알 수 있다.


혹자는 "그냥 설정 오류 아니야?"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아니다. 설정 오류가 아니라, 캡틴의 이런 태도는 그의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설정이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계속 군인 시험을 보는 그에게 면접관이 묻는다. "왜 그렇게 독일인들과 싸우고 싶어하지?" 그러자 스티브 로저스(캡틴)가 답한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관심 없습니다. 그저 억압에 맞서 싸우고자 할 뿐입니다." 그는 이미 1940년대에 살 때부터 '억압에 맞서는 모든 시민은 동료'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자유라는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한치도 망설이지 않는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상대가 억압을 일삼는 자,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자라면 끝까지 맞서 싸운다. 그리고 그에게는 억압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 <퍼스트 어벤져>에서 적에게 끊임없이 얻어터지던 스티브 로저스가 계속 일어나면서 한 말이 있다. "i can do this all day." 포기하지 않는 자유주의자 캡틴아메리카가 어벤져스4에서 극강의 공리주의자 타노스를 물리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9.01.19 11:56

<갑자기 생각나서 쓰는 어벤져스4 예상 글>
(마블 팬으로서 그냥 재미로 써보는 썰이기에 틀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올해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어벤져스4:앤드게임"의 주인공은 캡틴 아메리카가 될 것이다. 마블이 캡틴아메리카에게 보내는 마지막 헌사가 될 가능성도 높다.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어벤져스3: 인피니티워"에서 어벤져스는 타노스에게 두 차례 패배했다. 첫째는 물리적으로 패배했고, 둘째는 사상적으로 패배했다. 그 사상이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가"이다.


타노스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다'는 신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빌런이다. 급기야 다수와 소수의 균형을 반반으로 맞춘다. 그리고 그 희생대상에 자신까지 걸었다. 타노스가 핑거 스냅으로 우주의 절반을 날릴 때 그 대상으로 타노스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블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이런 극강의 신념을 지닌 타노스에 비해 어벤져스의 신념은 어떠 했나. 어벤져스는 타노스의 신념으로 타노스와 맞서려 했다. 완다는 마인드스톤을 지닌 비전을 희생시켜 타노스를 막으려 했고, 닥터스트레인지는 타임스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이 죽어도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 큰/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태도로 타노스와 맞서려 했다. 애초에 이길 수 없었던 싸움인 셈이다.


그래서 타노스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타노스의 정반대에 서서 타노스만큼 강한 신념을 지닌 영웅일 수밖에 없다. 그 인물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다. 캡틴 아메리카는 비전을 희생시키는 것에 끝까지 반대했다. 그 이유에 대해 "we don't trade lives”라고 말했다.




이런 캡틴아메리카의 성격은 '시빌워'에 잘 등장한다. 시빌워에서 캡틴아메리카는 '가장 원칙적인 진보 히어로'의 면모를 잘 보여주었다. 아이언맨을 위시한 일군의 히어로들은 정부가 만들려는 '히어로등록법'에 찬성했다. 히어로들이 지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히어로들이 지닌 자유를 제약할 수 있음에 동의했다. 그러나 캡틴아메리카는 이에 반대했다. 그건 미국의 가치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미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미국 정부 전체와 맞섰다. 캡틴아메리카의 몸에 새겨진 미국의 국기는 미국정부, 미국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자유라는 미국의 정신과 사상을 뜻한다.


인피니티워에서 타노스와 캡틴아메리카가 대면하는 장면이 나온다. 힘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타노스는 자신의 주먹을 이를 악물고 막은 캡틴아메리카를 보며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닥터스트레인지의 공격에도, 아이언맨의 공격에도 놀라지 않은 타노스가 한낱 인간에 불과한 캡틴아메리카의 공격을 보고 놀랐다. 그건 자신만큼 강한 신념의 소유자를 만난 것에서 느낀 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히어로들이 사라지고 캡틴아메리카를 위시한 일군의 히어로들만 남았다. 캡틴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호크아이, 헐크, 블랙위도우. 어벤져스1의 멤버들이다. 시빌워로 갈라지기 전 함께 뉴욕을 지켰던 동료들이다. 이 때의 리더가 캡틴아메리카였다.


인피니티워는 끝없는 싸움을 뜻한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을 두고 서로 갈라져 대립한 역사는(누가 소수인가? 누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인류 역사에서 끝없이 반복된 '인피니티워'였다. 그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앤드게임) 그 부당한 질문을 거부하고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되어 공동의 적을 향해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캡틴아메리카가 있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12.06 13:08

https://ppss.kr/archives/181373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11월 29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를 기록했다. 지지율 하락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문제는 경제다.

81%에서 51%까지 하락한(한국갤럽 기준) 20대 남성 지지율도 주목을 받는다. 젠더 문제의 요인이 크겠지만, 이 역시 경제문제와 얽혀 있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 못 하면서 저런 (골치 아픈) 문제만 신경 쓴다. 우리말은 듣지 않는다’와 같은 정서라는 뜻이다. 지지율 하락의 요인을 살피기 위해서는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때’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즉 한반도 문제가 풀려나가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가장 큰 신뢰와 높은 지지를 받았다. 문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해결사’ ‘수석협상가’ 같은 별칭까지 얻었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정부가 트럼프와 김정은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두 사람 사이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신뢰감 있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소통의 힘을 보여주었다. 수없이 얽혀있는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소통으로 풀어나가는 리더. 촛불을 겪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북한에 가서 북한 주민에게 고개를 숙였고,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평양 주민 15만 명 앞에서 연설했다. 상상하기 힘든 파격적인 소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또 다른 소통방식은 ‘가장 반대가 심할 상대’들, 즉 트럼프나 김정은을 가장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미국 특사로 갔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을 바로 중국과 일본에 보냈다. 미국에 간 문 대통령은 (아마도) 김정은을 가장 싫어할 매체인 ‘폭스TV’와 인터뷰했고, 민주당의 ‘큰 어른’ 격인 제시 잭슨 목사를 만나 협력을 당부했다.

자유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이 겉만 요란하고 성과는 없다고 대통령을 공격했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오르기만 했다. 애초에 국민들이 남북관계를 해결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졌기 때문에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다.

나는 경제정책에 세세히 판단할 능력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경제 문제도 한반도 문제처럼 풀었으면 어떨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해결해 나간 한반도 문제와 달리 경제 문제에 있어 정부는 중심이 없고 이슈에 따라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 논란, 부정적인 고용지표, 부동산 문제 등이 그랬다.

“경제 펀더멘탈은 괜찮다” “최저임금 긍정 효과가 더 크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서 그렇다” “산업구조가 문제다” 정부가 내놓은 설명들이다. 이슈를 주도하기보다 방어하고 설명하고 해명하는 위치에 섰고, 논란이 터지면 그때야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문제는 가격 급등이 터지자 대책을 내놓았고 고용지표도 안 좋게 나오자 부랴부랴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야당과 언론이 소득 주도 성장을 무력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고용지표를 과하게 공격하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를 떠올려보자. 참여정부 시절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경제위기론’이 등장했고, 정부와 집권여당이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정부가 수치/통계를 둘러싼 진실 공방에 매몰될 경우, 국민들은 ‘정부가 경제 지표 지키는 데만 관심 있고 내가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관심사 밖’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통계 주도 성장’이라는 말이 돌아다녔다. 경제지표를 둘러싼 공방에 휩싸인 정부를 비꼬는 말이다.

소통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대통령이 국민들을 상대로 솔직히 소득 주도 성장이 효과를 보기 위한 경제 체질 개선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과감한 정부 재정 투자를 통해 이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말한다든지,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반대할 것 같은 상대부터 만나서 협의했듯 대통령이 직접 자영업자들부터 만나서 최저임금에 대해 끝장토론을 한다든지, 그 외에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경제가 나쁘지 않다는 반박과 해명, 그리고 “연말까지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이었다.

‘메시지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한반도 문제와 경제 문제는 달랐다. 한반도 문제에서 메신저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최고지도자인 문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고 움직였다. 그래서 메시지의 신뢰감을 높일 수 있었다. 다른 참모들이 나서서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걸 최소화했다. 반면 경제문제에 있어선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말이 공방처럼 오갔다. 언론은 유리한 대로 해석하고, 메시지의 혼선이 빚어졌다.

물론 경제문제가 한반도 문제보다 훨씬 이해관계자가 많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실제 해결하는 것’보다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종전선언도, 평화협정도, 비핵화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그런 신뢰와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5년 임기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만 제대로 해결해도 성공한 대통령 아닌가?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 분야에서 쌓인 불신이 다른 영역으로 번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문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아지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신뢰도 약해질 수 있다. 야당과 보수언론도 이 약한 고리를 집중 공략할 것이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12.04 08:59

요즘 들어, 별로 신뢰안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대중(혹은 국민 혹은 나를 뺀 일반사람들)의 모순된 점을 지적하면서 지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은 부류다.

당연하게도 모든 인간은 원래 완전하지 않고 모순적이다.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고 내로남불이다. 그게 인간이다.

따지고보면 나도 그렇다. 국민연금이 사보험에 비해 보장성도 좋고 필요한거 다 안다. 하지만 내 월급에서 국민연금 빠져나가면 너무 아깝다. 세금도 높여서 복지국가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세금 더 낼 생각하면 아찔하다.

누구에게나 이런 모순들이 있다.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동성애 차별은 반대한다. 난민을 도와줘야한다고 여기면서도 내 주변에 난민이 많이 들어오는 건 싫다고 한다. 모순이다. 하지만 그게 인간의 일부다. 인간의 인식은 어느 순간 한번에 확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부류의 사람들은 자기가 정한 어떠한 절대선의 변화에 다른 사람들이 도달하지 않으면 견디질 못하는 것 같다.

평생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고 살아가던 할머니 할아버지 청소노동자들이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낸다. 이 어르신들이 선거 때 박근혜를 찍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어르신들은 자신의 삶에서 어찌보면 혁명을 했다. 이들이 박근혜를 찍었다고(자기가 바라는 진보의 기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사회적 약자면서 박근혜같은 강자 대변하는 사람 찍는 건 모순이라고) 이들의 변화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여기서부터 변화와 진보의 씨앗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조지 오웰이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 (사회주의를 진보주의 정도로 바꾸면 오늘날에도 의미가 통할 말이다.)

“(우리가) 연합해야할 사람들은 사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집세 낼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지는 모든 이들이다. 소규모 자작농이 공장 노동자와 연합하고, 타자수가 광부와, 학교장이 자동차 정비공과 연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략) 해고당하는 꿈을 자주 꾸는 모든 은행원은 파산직전을 오가는 모든 가게 주인과 (본질적으로) 같은 처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사실을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하는 것뿐이다. 하나는 모든 피착취 인민의 이해관계는 같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사회주의는 상식적인 양식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11.01 11:26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528754


[류재민의 정치레이더 42] 허위정보, 정략적 이용에 대처하는 자세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거리마다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아, 가을이구나, 합니다. 여러분은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날씨와 계절 변화를 느끼며 살고 계신지요? 아니면 정신없이 사느라 가끔 창밖을 바라볼 여유도 없으신가요?

날씨도 뉴스인지라, 계절의 바뀜은 체감하지 못해도 일기예보는 챙겨보는 일상입니다. 검색 한번이면 당장 궁금한 지금과 내일 날씨뿐만 아니라, 주간 날씨까지 알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기상청 일기예보가 사실과 다를 때 적잖이 실망합니다. 장마철이나, 태풍이 올라온다고 할 땐 그 정도가 더 심하죠. 어떤 분들은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당신들 도대체 밥 먹고 하는 일이 뭐야”하며 노발대발 한답니다.

기상청 직원들이라고 왜 할 말이 없겠습니까. 기상도를 살펴보니 비가 올 것 같아 우산 챙기라고 하고, 눈이 내릴 것 같으니 빙판길 조심하라고 했겠죠. 하늘이 하는 일을 일부러 거스른 것도 아닌데, 된통 욕이나 얻어먹으면 기분 좋을 리 없겠지요.

그래도 우리들 일상생활에서 날씨만큼 민감한 뉴스도 없으니, 예보가 빗나가면 분풀이는 기상청 몫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날씨 하나 못 맞춰도 난리가 나는 세상인데, ‘가짜뉴스’로 피해를 입는 분들 심정은 오죽할까요.

올해 국정감사 주요 이슈 중 하나가 ‘가짜뉴스(Fake News)’와의 전쟁입니다. 여당이 법적 조치로 가짜뉴스를 때려잡겠다고 하자, 야당은 언론탄압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 T) 발달로 뉴스를 접하는 수단은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시스템) 상용화로 뉴스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손 안의 정보’가 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실시간 정보 전달과 다양성 못지않게 부작용도 가져왔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가짜뉴스’인 거죠. 진짜인 양 전달되는 허위정보는 개인의 삶과 가치관, 나아가 사회 전체에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비수를 꽂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진짜로 상처 주는 것도 아닌데 뭐,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댓글이나 이런저런 사이트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왜곡되어 돌아다니고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모욕적인 말들이 있는 것을 보면 견디기 힘들어요.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김제동, 나무와마음, 2018)

가짜뉴스로 피해보는 건 비단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멀쩡한 사람이나 무리(집단)가 가짜뉴스로 혐오와 차별을 받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몰지각한 1인 미디어를 비롯해 언론사로 등록되지 않은 ‘무늬만 언론’이 ‘카더라’ 통신 또는 증권가 정보지(흔히 ‘찌라시’라고 하죠)로 특정세력과 집단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오호 통재라’입니다.

정치도 가짜뉴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뉴스’라는 탈을 쓰고 쏟아지는 허위‧왜곡 정보가 정치공세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여와 야,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양 극단에 미치는 가짜 뉴스의 파괴력과 휘발성은 실로 어마어마 합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 유력 대권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그의 불출마 배경에도 가짜뉴스가 있었습니다. 그는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되고,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가짜뉴스는 단순 오보나 편파 뉴스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과 한경오(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에서 대대손손 내려오는 ‘논조’의 문제도 아닙니다. 언론사 논조야 제각각이니, 입맛에 맞는 걸 골라 보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논리와 맥락은커녕 출처 불분명한 내용이 뉴스로 둔갑해 포털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자유자재로 넘나듭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선동해 정치적 대립을 부추긴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무엇이 이토록 가짜뉴스가 활개 치도록 만들었을까. 기성언론이든, 대안언론이든,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혹은, 정치와 권력에 휘둘려 편파적이거나, 전달해야 할 팩트를 ‘아몰랑’ 덮어버리며 불신을 자초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가짜뉴스가 버젓이 ‘진짜뉴스’ 행세를 하는 요즘을 사는 현직 기자로서 반성과 자괴감이 듭니다.

세상이 말세라 사람들이 음모론과 찌라시에 빠져 있다고 한탄할 생각은 없다.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음모론과 찌라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적어도 뉴스를 의심하는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뉴스가 넘쳐나는데도 음모론과 찌라시에 귀 기울이게 된 현실이 기자인 나도 서글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의도가 담긴 음모론과 찌라시는 그 어떤 뉴스보다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쁜 뉴스의 나라-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조윤호, 2016, 한빛비즈)

매체전문지 '미디어스'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김민하 씨는 지난 15일 한 칼럼에서 “언론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공론의 형성이라는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이를 통해 정치가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말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가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의존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세력은 그 권한의 유효기간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언론을 이용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세상에 있지도 않은 뉴스를 만들거나 사실을 왜곡‧조작해 ‘우민정치(愚民政治)’를 하려들지도 모릅니다.

그런 세력을 감시하고 비판, 견제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한 채 도리어 ‘묻어갈’ 생각만 한다면, 가짜뉴스가 정치에 기생하며 살 더없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겠지요. 가짜뉴스가 가짜정치를 만드는지, 아니면 가짜정치가 가짜뉴스를 만드는 건지. 전문가가 아닌 저로선 명쾌한 규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정치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위정자들도 그런 가짜뉴스를 가져다 마구잡이 정치공세로 밀어붙여도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짜뉴스를 척결하자는데 백번 찬성하고 동의합니다. ‘법’을 통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보다 뉴스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자와 언론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기사를 유통해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가짜뉴스로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가짜정치’도 배격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비판적 사고와 가치관이 이 나라 언론과 정치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을 살찌우게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가짜뉴스’와 ‘가짜정치’에 속지 않길 바랍니다. ‘좋은 뉴스의 나라’는 결국 여러분이 만드는 거니까요.

출처 : 디트news24(http://www.dtnews24.com)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11.01 11:26

http://news.bookdb.co.kr/bdb/IssueStory.do?_method=detail&sc.webzNo=33914&Nnews


지난 10월 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 여야가 '가짜뉴스’ 척결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늘(10일)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이하 가짜뉴스 대책특위)'의 구성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선전포고다. 가짜뉴스 대책특위는 총 모니터링단, 팩트체크단, 제도개선단, 자문위원단 등 6개 대책단으로 꾸려졌으며,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오늘부터 가짜뉴스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의 법적 조치를 검토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가짜뉴스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가짜뉴스 제재 방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가짜뉴스’는 그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SNS,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급발전하면서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짜 뉴스처럼 퍼뜨리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많은 정보가 범람하는 서비스 속에서 ‘가짜뉴스’를 알아내기가 점차 힘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성인 5명 중, 3명은 가짜뉴스 등의 허위정보를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인식조사’)

거짓으로 조작된 가짜뉴스는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고 있을까. 나아가 교묘한 방식으로 여론을 조장하는 나쁜뉴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뉴스를 소비하는 국민의 역할은 무엇일까. 관련 책들을 통해 함께 살펴본다. 

 

​"당신이 믿고 싶은 모든 것을 의심하라"

상황에 따라 ‘거짓말’은 헤프닝이 될 수도,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오늘날의 가짜뉴스는 무기 그 자체다. 이 ‘무기화된 거짓말’은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탈진실 사회’를 야기시켰다. 그렇다면 무분별한 가짜뉴스가 일으킨 여러 사회적 문제들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소셜미디어 플랫폼? 가짜뉴스 생산자들?

신경과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J. 레비틴 박사는 책 <무기화된 거짓말>(대니얼 J. 레비틴 /레디셋고/ 2017년)을 통해 아무 의심없이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자’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기에 오늘날 언론뿐만 아니라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가짜뉴스를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의심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가짜뉴스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조작된 자료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거짓 정보는 어떤 과정을 통해 부풀려지고 확산되는지 추적한다. 오늘날 하나의 무기로 작용하는 가짜뉴스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나아가 온갖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뉴스를 주입하는 공범자들의 꼼수 파헤치기”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증가가 ‘의심없이 뉴스를 확산하는 이들의 책임’이라면, 애초에 신뢰할 수 없는 뉴스를 생산하고 주입하는 이들의 책임 또한 따져봐야 한다. <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최경영/ 바 다출판사/ 2017년)를 출간한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가 말하는 ‘공범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한두 개의 인터넷 포털이 뉴스의 유통을 독과점하는 현실. 과연 우리는 정말 뉴스의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운가? 많고 많은 가짜뉴스, 주입된 뉴스 속에서 냉정한 비판적 사고를 지켜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경영 기자는 대표 신문이나 방송사로 불리는 언론에 의심의 돋보기를 갖다 댄다. 지금껏 정치, 경제, 행정 권력과 연계되어 권력을 위한 뉴스를 생산해 온 일부 한국 언론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 언론이 국민을 속이는 방법으로 9가지로 나누어 ‘나쁜뉴스’의 생산 과정을 폭로한다. 또한 법과 규범의 틀 속에서 ‘합법적 부조리’를 생사해 온 ‘공범자들’을 비판하며, 변화를 위해 시민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들을 설득력있게 정리했다.

“나쁜뉴스에 반문하지 못하면 나쁜 나라에 살게 된다”

거짓된 정보 조작을 기반으로 한 가짜뉴스와 비교한다면 나쁜뉴스의 방식은 조금 더 교묘하다. 그럴싸한 사실의 내용을 일부 생략한다거나, 원인과 결과 또는 전제 조건을 따지지 않는 방식으로 기사의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불행한 것은 이미 수많은 ‘나쁜뉴스’가 우리 일상 속에 잠식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뉴스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고, 언론이 감춘 허상을 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매체비평지 ‘미디어오늘’ 몸 담았던 現 정의당 조직위원회 차장 조윤호다. 그는 ‘미디어오늘’에 기자로 재직할 당시, 독자와 언론인들의 관심을 받았던 연재글을 모아 <나쁜뉴스의 나라>(조윤호/ 한빛비즈/ 2016년)를 출간했다. 의도된 왜곡을 가려낼 줄 아는 독자, 의심하는 대중, 나쁜뉴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절실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양 진영의 성역을 넘나드는 비판을 하며 오늘날 ‘뉴스의 정의’에 대해 다시 묻는다. 또한 자신이 몸담고 있던 언론계의 명암에 대해 가감 없이 파헤친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8.06 09:20

‘그알’의 ‘이재명 조폭연루설’ 편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논란이 되고 있는 SBS <그것이알고싶다>의 ‘파타야 살인사건 편’을 보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심층 취재한 바로 그 편이다. 논란이 한참 확장되고 나서야 뒤늦게 보았는데 보는 내내 한 가지 커다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대체 이번 편의 제목인 ‘파타야 살인사건’과 이재명이 무슨 상관이라는 걸까?

‘파타야 살인사건’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약 1년 전에 취재했던 사건이다.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의 고급 리조트 주차장에서 25세의 임모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김형진은 지난 4월 검거되었다.



‘그알’은 김형진의 검거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포착해낸다. 김형진이 쫓기면서도 버젓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고 다니고, 심지어 카지노에서 일까지 했다는 것이다. 잡히면서도 전혀 반성이 없는 모습. 그리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살인죄가 사라진다. ‘그알’은 이 석연치 않은 일의 배후에 김형진이 속한 조직 ‘성남국제마피아파’가 있다고 의심한다.

이어 파타야 살인사건과 김형진에 대한 이야기는 성남국제마피아파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간다. 성남국제마피아파 출신의 이모 대표가 경영하는 코마트레이드가 나온다. ‘그알’은 전직 경찰까지 포섭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성남국제마피아파의 석연치 않은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은수미 성남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로 향한다. 결론적으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마피아파와 결탁되어 있다는 몇가지 의혹을 제기한다. ‘그알’이 제기한 의혹은 아래와 같다.

1) 2007년 성남국제마피아 조직원들 47명이 기소된 사건에서 변호사 이재명이 그 중 2명의 조직원을 변호하였음(코마트레이드 이모 대표도 함께 재판을 받았음) 
2)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7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모 대표에게 성남시 중소기업인대상 장려상을 수여함 
3) 성남시청 산하 성남청소년재단수련관에서 성남국제마피아파 조직원과 관련 있는 기관과 MOU를 체결함 
4) 성남시 및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성남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이 딜러로 재직 중인 주차관리회사와 4천만원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성남시가 해당 주차관리회사를 두 차례에 걸쳐 성남시 고용우수기업으로 선정함.



이 여러 의혹을 보고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런 의혹들이 파타야 살인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지?

‘그알’은 파타야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둘러싼 석연치 않은 점에 착안해 그 배후로 성남국제마피아파를 지목했다. 따라서 ‘그알’이 입증해야 되는 가설은 대략 다음과 같다.

“조폭 조직이 성남에서 기업을 만들고 이 기업을 통해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까지 장악했다. 이 힘을 통해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김형진이 거리를 맘대로 활보하도록 만들었고, 있는 죄까지 없어지게 만들었다”

‘그알’은 방송 초반부에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각도로 취재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가 갑자기 이재명으로 틀어진다. 그리고 이재명과 성남국제마피아파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위에서 정리한 네 가지 의혹)

‘그알’이 파타야 살인사건으로 시작한 취재의 결론을 이재명으로 내리고 싶다면 아래 세가지 중 하나의 가설을 입증해야만 했다.

1. 이재명이 성남국제마피아와 결탁하여 살인사건 용의자를 풀어주도록 수사기관에 압력을 행사했다.
2. 성남국제마피아가 이재명과 쌓은 친분, 네트워크를 통해 살인 용의자의 죄가 삭감되거나 살인 용의자가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힘을 발휘했다.
3. 이재명이 성남국제마피아파에 준 특혜를 바탕으로 성남국제마피아파가 살인 용의자의 죄가 삭감되도록만들거나 살인 용의자가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알은 위 세 가지 가설 중 어느 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파타야 살인사건에서 제기된 의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 이재명이 마피아파 조직원의 변호를 맡았고 그들에게 기업인상을 수여하고 수의계약으로 특혜를 줬다는 의혹만 쌓아뒀다.

과연 성남국제마피아파가 이재명과 ‘연루’되어 얻은 게 무엇인가? 변호행위? 기업인상? 4천만원의 수의계약? 유력 정치인과 힘들게 관계를 쌓아 얻은 이익이라고 하기엔 민망하지 않은가? 이런 (이재명과 조폭조직의) 몇 가지 관계맺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관계맺음을 통해 이재명과 성남국제마피아파가 ‘더 큰 무엇’을 얻었는가/혹은 도모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알은 방송 맨 처음에 파타야 살인사건을 배치해 ‘더 큰 무언가’가 마치 이 살인사건에 대한 공모행위인 것처럼 묘사했다. (나도 방송 보기 전에 그런 종류의 의혹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알이 제기한 의혹은 살인사건과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파타야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 옆에 이재명 얼굴까지 박아서 방송했다.



‘그알’이 가진 장점은 수많은 정보들을 이야기처럼 재구성해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다. 이 스토리텔링에는 정보를 얻은 순서도, 취재한 순서도 중요하지 않다. 이 스토리텔링은 정보와 취재 결과물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결국 여러 가설과 의혹을 제거한 채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하지만 ‘파타야 살인사건’ 편에서 그알은 본인들의 취재 순서를 그대로 늘어놓았다. 파타야 살인사건을 파다 보니 성남국제마피아의 실상이 나왔고, 이걸 파다보니 이재명과 관련된 의혹들이 나왔다. 인과관계가 아니라 취재의 순서대로 보도를 구성한 셈이다. 

그동안 그알이 따라온 스토리텔링 방식대로라면 여기서 버릴 건 버리고, 필요에 따라 순서를 뒤집어서 배치했어야 한다. 파타야 살인사건의 미스테리를 다루고 싶으면 거기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파타야 살인사건을 빼버리고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팩트체크하거나. 적어도 이번 ‘파타야 살인사건’ 편에서 그알은 스토리텔링에 실패했다.


P.S
한 가지 더, 취재 대상의 언론에 대한 태도가 그 대상에 대한 의혹 제기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이재명 지사가 보도를 앞두고 SBS 윗선에까지 전화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의도와 무관하게 언론보도 개입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재명의 언론에 대한 거칠고 무례한 태도가 이재명에 대한 의혹이 사실임을 입증하진 않는다. 이 점은 명확히 해야 한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13 14:53

72,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이날의 투어는 전날 만난 흑인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하는 일정이다. 전날 있었던 아부심벨 투어와 보트투어 및 누비아 마을 방문, 오늘 오전 투어까지 비용은 2인 기준 190달러였다. 혹시 아스완 투어가 필요하신 분들은 비용 참조하시길...

 

오후 2시에 아스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카이로 공항으로 가는(그리고 한국으로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오전 일정은 빠듯했다. 6시에 일어났다. 현인 알-아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640분쯤 손수 아침을 준비해주셨다. 이집트식 빵에 삶은 계란, 과일 등을 주셨고 맛있게 먹었다.


(알 아민 게스트하우스 숙소 안에서 내다본 풍경. 이 풍경을 놔두고 가야한다니, 너무 아쉬웠다.)

 

아침을 먹고 7시에 정들었던 알-아민 게스트하우스를 떠났다. 아스완에 온다면 이 게스트하우스를 강력 추천한다. 비용도 2인 기준 23일에 44달러로 비싸지 않다. (22박인데 5만원 안 되는 꼴) 방에 팁으로 20파운드를 놓고 나왔다. 이집트 여행 하면서 가장 흔쾌히 놓고 나온 팁이었다.

 

짐을 들고 다시 배를 타러 나가는 우리에게 알-아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부킹닷컴’(booking.com) 평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평점 관리까지 하는 센스!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부킹닷컴에 들어가 10점 만점의 평점을 남겼다.


"제가 만난 어떤 호텔의 직원보다 주인 분이 친절했고, 서비스가 좋았습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는 아스완 KFC 앞 선착장으로 향했다. 또 이집션 들이 배 값을 속일까봐 이번엔 아예 얼마인지 묻지도 않았다. 그냥 1인당 2파운드, 4파운드 동전을 미리 준비한 뒤 손에 쥐어주고 배에 타 버렸다.

 

가이드를 만나 가장 먼저 보러 간 것은 미완성 오벨리크스(Unfinished Obelisk)였다. 앞서 7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이집트 유일의 여성 파라오, 핫셉수트가 만들려다가 못 만들었다는 오벨리크스다. 가서 보면 60파운드(학생증 있으면 반값)를 내고 들어가면 만들려다가 실패한 채 그냥 엎어져 있는 미완성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다.


(미완성 오벨리스크. 중간에 갈라진 틈이 보인다. 더 갈라질까봐 오벨리스크를 세우지 않고 포기한 채 채석장에 내버려뒀다고 한다.)

 

들어가면 직원이 네셔널지오그래픽에서 방영한 미완성 오벨리크스 관련 영상을 보여준다. (가이드가 미리 섭외한 것인지 원래 제공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완성되었다면 높이가 42m, 무게가 1200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오벨리스크였다. 오벨리크스를 만들려고 돌을 자르는 도중에 버려져서 미완성이 되었는데, 중간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금이 생겨서 제작을 포기했다. 채석장에 버려진 상태로 3500년이 넘게 있는 셈이다. 미완성 상태로 버려져서 현대인들이 고대 이집션들의 석조 기술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미완성 오벨리스크 앞에서.)


미완성 오벨리크스를 보고,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향수 가게였다. 가이드 투어의 단점이다. 투어 시간이 급박한 데도 꼭 투어를 하면 이런 데를 끼어 넣는다. 지난 번 피라미드 여행 때처럼 가게에서 콜라라도 줄까 하는 기대감에 암말하지 않고 들어갔다.

 

그러나 정작 콜라는 없고 이집트 전통차만 줬다. 아무래도 상술인 것 같았다. 전통 차는 만드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뜨거워서 다 마시는 데도 오래 걸린다. 고로 그 시간 동안 손님을 잡아둘 수 있다. 콜라를 주면 그냥 원샷해 버릴 테니까. 향수가게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아빠 선물로 향수를 살까 했는데, 뭔가 사기 같은 느낌이 나서 안 사기로 했다. (정품이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다만 향수가게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이집트 여행 내내 의문이었던 한 가지가 풀린 것이다.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서부터(두바이공항부터) 내 코를 강하게 찌르던 정체를 모를 향수 냄새가 있었다. 이집트 남자들이 주로 바르는 향수 냄새 같았는데, 이집트 여행 내내 이 강한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무슨 향인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파피루스 향수였다. 향수가게 주인이 내 손등에 살짝 발라줬는데도 거의 하루 종일 냄새가 남아있을 정도로 강력한 향이었다.

 

향수 가게를 잠시 들렀다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필레 신전이다. 이시스 신전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지금은 아킬라섬이란 곳에 있는데, 원래 필레섬에 있었기 때문에 흔히들 필레 신전이라 부른다. 아부심벨도 그렇고,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이집트 정부가 유네스코 도움을 받아 지금의 위치에 이전했다. 신전을 이전할 때 전체를 다 분해해서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붙인 뒤 퍼즐 맞추기를 하듯 복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전에 가서보니 돌 하나하나에 다 번호가 붙어 있었다.

 

(필레 신전 가는 길. 이집트에서 타는 마지막 배가 이 배였다.)


섬에 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신전이다. 신전 입장료는 100파운드다. (학생증 있으면 할인) 배 값은 따로 받지 않았는데 아마 가이드가 낸 것 같았다.(투어 비용에 포함. 아마 가이드 없이 가는 사람은 배 값을 따로 내야할 듯.) 필레 신전은 섬에 있어서 그런지 경치가 정말 좋은 신전이었다.

 

필레 신전을 오가는 길에 탄 배는 모터만 달렸지 돛단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작은 소형선이었다. 내가 왼쪽에 있다 오른쪽으로 움직이자 배가 휘청거렸고, 앉아서 손을 뻗으면 강물이 닿았다. (강물에 손을 대려고 몸을 기울여도 배가 휘청거렸다. 짝은 움직이지 말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너 때문에 집에 가는 날 나일강에 빠지고 싶지 않다며..)


(필레 신전 입구.)


(필레 신전 안에서.)

 

필레 신전 가는 길을 포함해서, 아스완은 배를 타고 보면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디서 타든, 아스완에서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필레신전 오갈 때 배 값은 안 냈지만 가이드가 뱃사람들에게 팁을 주라고 해서 20파운드를 주었다.

 

필레 신전에는 고양이가 정말 많았다. 날씨가 매우 더웠는데, 큰 선풍기를 틀어놓은 카페테리아에 가니 이 동네 고양이들이 모조리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여기 고양이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다. (시원해서 딴 데 가기 귀찮아서 그런 것 같다.) 섬에 콜라나 물을 파는 상점이 있는데 관광지답게 일반 상점보다 비싸다. 미리 물을 준비해가는 게 좋다.


(이집트에서도 고양이는 귀엽다.)

 

필레 신전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아스완 하이댐이다. 입장료는 1인당 30파운드였다. 필레 신전, 그리고 아부심벨 신전을 이전하게 만든 그 문제의 댐이다. 알다시피 고대부터 나일강은 자주 넘쳤다. 그리고 넘친 뒤 토양이 비옥해지면서 이를 바탕으로 나일강 주변의 문명이 발달했다. 그런데 인근 유역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나일강 범람을 막고 관계 및 농경을 위해 전력 발전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만든 게 아스완 하이댐이다.

 

52년 이집트공화국을 출범한 나세르 대통령이 댐을 쌓기 시작했다. 기존에 로댐이 있었는데 이걸로는 범람을 막고 전략발전을 이끄는데 부족해서 만든 게 하이댐이다. 처음에 미국과 영국이 돈을 대다가 사이가 틀어지면서 소련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준공기념탑에 아랍어와 러시아어가 함께 쓰여 있다.) 이 과정에서 수몰지역에 있던 아부심벨과 필레 신전을 옮겼고, 9만 명이 거주지를 옮겼다. 누비아 족만 빼고 대부분 댐 건설에 찬성했다고 한다.


(하이댐 위에서 바라본 풍경.)

 

하이댐은 볼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입장료가 30파운드...) 그냥 하이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을 듣고 댐 주변 경치를 둘러보는 정도다. 일정이 바쁘거나 빡세신 분들은 굳이 안 들러도 될 듯.

 

(하이댐을 배경으로. 이게 이집트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하이댐까지 구경을 마치니 오전 11시 반 쯤 되었다. 가이드가 아스완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가이드에게 팁 20파운드를 주고, 바이바이 했다.

 

아스완 공항에서 2시 비행기를 타고 4시에 카이로공항 도착 예정이다. 하지만 역시나 이 이집트 공항에선 정시 출발을 기대해선 안 된다. 아스완 공항은 비행기 타러 가는 길에 피자 조각이나 샌드위치 같은 걸 파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남은 이집트 화폐도 해치울 겸) 이집트 국내선 공항에선 기내식을 주지 않고 비스킷 같은 것만 주기 때문에 밥을 먹고 비행기를 타야 한다.

 

아스완 공항에서 내려서 카이로 공항에 왔다. 한국으로 가려면 640분 비행기를 타야 했다. 카이로공항은, 정말 돌아가는 날까지 우리를 지치게 했다. 나랑 내 짝은 각자 다른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상황이었다.(짝은 다음날 새벽, 모스크바 경유 비행기) 내가 돌아가는 비행기 티케팅을 하기 위해 짐 검사를 한 뒤 안으로 들어왔고 내 짝도 같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공항 직원이 내 짝을 불렀다. (그리고 그 뒤 난 짝을 서울에서 만났다..)

 

짝은 다음날 비행기라서 아직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짝이 잠깐 인사만 하고 오겠다고 했으나 절대 안 된다고 했다. 8일을 같이 다닌 우리는...그렇게 카이로 공항에서 인사도 못한 채 헤어졌다.

 

티케팅도....굉장히 오래 걸렸다. 보통 우리는 비행기 타면 한 시간 전에 티케팅을 다 끝내고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하지 않나? 그런 걸 이곳에서 기대하면 안 된다. 늦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비행기도 늦게 출발한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바이 경유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니 73일 오후 5시였다. (다음날 바로 출근을..ㅠㅠ) 624일 출국해서 73일 귀환, 9일 만에 꿈같았던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복귀했다.

 

(아스완을 떠나며 남긴 팔찌 사진.)


*이집트 여행 총평.

 

프랑스도 가보고 이탈리아도 가봤는데 유적지가 주는 웅장함은 이집트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느낌이 , 이 그림 진짜 잘 그렸다.”였다면 이집트의 유적지를 보면 ...사람이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 “유럽 놈들이 훔쳐온 게 원래 여기 있던 거였구나!”)

 

이렇게 좋은 곳이지만 혼자 가는 건 비추다. 나도 한 번 가보고 나니 다음번엔 자신감이 생겨서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처음 갈 때는 친구들이랑 가거나 단체 투어를 추천한다. 인도 삐끼도 심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집트까지 다녀와 본 어떤 사람은 이집트에 비하면 인도 삐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여행을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경험한 삐끼들은 그래도 최소한의 이라는 게 있었다. 싫다고 몇 번 이야기하면 다시 접근하지 않는다거나, 먼저 호감을 갖게 한 뒤 나중에 슬쩍 무언가를 팔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달라고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집트에서 만난 삐끼들은 그런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내 내면에 존재하는 짜증과 폭력성만 깨닫게 된다.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고 무작정 돈을 달라고 한다. (6에서 소개한 알린 정도의 삐끼라면 속아줄 수 있다.) 유적지 안에서 아무 유물이나 가리키면서 아무 소리나 해대고 돈을 달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어떤 삐끼는 놀이터 모래더미에서 막 주은 것 같은 담배꽁초를 들이대며 원달러 원달러라고 했다. (원달러 주는 것도 안 내키는데 나보고 쓰레기까지 가져가라는 거냐?)


(인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사람들을 룩소르로 보내보겠습니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들까지 외국인만 나타나면 조각품 같은 걸 들고 "원달러 원달러" 한다. (많이 안타까웠다나라에 관광 말고 다른 산업이 없으니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 상대로 삐끼짓하는 것 말곤 먹고 살 궁리가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집트에서 본 많은 유적지와 잊지 못할 풍경과 야경, 그리고 (-알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을 비롯해) 그 안에서 찾은 이집트의 양심들. 그들이 떠올라 이집트는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특히 후르가다와 아스완은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카이로는 공항이 거기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들러야 하겠지만, 삐끼천국이던 룩소르는 솔직히 다시 가고 싶지가 않다;;) 이번에 못 가본 알렉산드리아랑 다합도 다음 번엔 꼭 다시 가고 싶다.

 

그리운 이집트!

만약 다시 가게 된다면 또 여행기 형태의 기록으로 남겨보겠다.

 

그럼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