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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좌파 시민단체가 금융불안의 주범?

경제신문 사설은 잘 읽지 않는데, 오늘자 한국경제신문에 재밌는 사설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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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100426471&ltype=1&nid=103&sid=011710&page=1

월가 시위 한국서도 멀지 않았다


월가에서 시작된 젊은이들의 시위가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로 번지고 있다. 학생 실업자 노조원들이 대부분인 시위대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3주째 거리 투쟁에 나서고 있다. 100개가 넘는 도시로 번져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시위가 미국인들이 느끼는 경제적인 분노와 공포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한다.

시위대들의 불만은 빈부 격차와 청년 실업에 따른 좌절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 7월 기준으로 18.1%를 넘겼다. 특히 고학력 실업이 극심하다. 이런 불만이 부패하고 타락한 금융 자본에 대한 분노와 맞물리면서 장기 시위에 불이 붙게 된 것이다. 투기 성향의 금융 자본은 불로소득의 대명사다. 금융 관련 파생상품은 더욱 그렇다.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원초적 건강성이 사라지고 금융은 투기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기업 경영은 주식시장에서의 성과로만 평가되는 조로화가 진행되면서 지금 자본시장에 대한 거센 반발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경영자는 스톡옵션의 노예일 뿐이고 생산 현장에서 종업원과 어깨를 같이하기보다는 금융투기꾼들과 함께 가는 존재로 변질되는 최근의 현상은 결코 건강한 자본주의라고 할 수 없다.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재벌을 개혁한다면서 투기자본들을 대거 국내 증시로 끌어들였다. 좌파 시민단체가 국제투기세력의 바람잡이 노릇을 한 결과가 지금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이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며 증권시장 불안의 원인이다. 금산법 등으로 대기업들의 금융 진출은 금지되면서 국내 금융자본은 외국 투기자본에 편입된 것이다. 지금 그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식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의 이익은 말 그대로 막대하다. 올해 국내 은행들은 예대 마진으로 20조원의 순익을 거두는 정도다.

한국의 공식 청년 실업률은 세계적으로도 낮다. 그러나 공시족 취업포기자 등 숨겨진 실업자가 많다. 자본주의 건강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한국서도 월가 시위가 터질 날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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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미국의 월가 시위를 언급하면서, 한국에서도 '건전한' 자본주의가 자리잡지 않으면(금융위기 없는)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임을 경고하는 것이다. 앞 부분은 그렇다 치고 넘어가는데, 내가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에서 글쓴이는 재밌는 말을 한다.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의 재벌개혁이 금융 부문에서의 외국인/외국인기업의 비중을 늘려왔고, 그 결과로 한국의 금융자본이 투기 자본에 편입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황당해보이지만 사실 가치를 배제하고 보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실제로 그랬다. 몇 몇 대기업들을 개혁하고, 이들을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IMF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수 많은 공기업들이 매각되었다. 이런 행동은 좋게 말해서 이들의 주식을 개미주주나 중소기업들이 사들이게 하여 대기업의 경제적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포부였다. 최근 홍준표가 내세운 '인천공항 국민주 매각'의 논리 역시 유사하다. 결과는? 좆tothe망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한국 모든 은행은 사실상 외국인 소유다. 대부분의 금융자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외국인 투기자본의 천국이 되었다.

참여연대나 다른 시민단체들이 재벌개혁이랍시고 내세우는 정책들이 실제로 이런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소액주주 운동이 대표적이다. 그 소액의 주식을 누가 사재기할까? 외국 금융자본들이 좋다구나 하고 사재기할 것이다.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

결국 재벌 개혁은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큰 놈을 개혁하려 할 때 해체된 큰 놈을 먹어삼키는 건 더 큰 놈이기 때문이다. 지난 민주정부도 재벌 개혁의 부담을 덜고자 간접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어떻게든 해보려다가 결국 망했다. 한국경제신문 같은 우파들은 이를 근거로 재벌 개혁을 반대하지만, 좌파들은(이 사설의 거의 유일한 오류는 참여연대 같은 시장주의 시민단체들을 '좌파'라고 칭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 개혁세력은 오히려 이를 근거로 투기자본과 재벌 둘 다를 해체할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명백한 것은 자본주의적 재벌 개혁은 결과적으로 나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