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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한겨레 hook

반MB는 전략적이지 않다.

반MB는 전략적이지 않다.

며칠 전 치러진 7.28 재보궐 선거는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한나라당은 미래연대와 합당할시 1990년 3당 합당 이후 최대인 180석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고 6.10 지방선거 이후 승리를 자축하던 민주당은 ‘쇄신’을 논의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 선거가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준 교훈은, 한나라당이 밉다는 이유로 민주당을 뽑아선 안되며 반MB라는 선거 전략은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를 자초했다. 6.10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에 투표한 유권자 중 ‘민주당이 잘해서 찍었다’고 답한 사람이 2.4%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승리에 취해 쇄신을 단행하지 않았으며 지방선거 때처럼 그저 반MB나 외치고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비리가 드러나 총리 후보에서 탈락했던 장상 최고위원을 무려 이재오가 버티고 있는 은평을에 후보로 내보냈고, 지방선거 때 연합해서 승리를 거두었던 민주노동당 후보를 ‘한나라당 2중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는 민주당이 지방선거 때 얻은 교훈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미우나 고우나 대안은 민주당 뿐’이라는 것이다. 호남이라는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며 반한나라당이라는 정서를 공유한 유권자들은 좋든 싫든 야권 연합을 주문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다른 야당들과 덩치가 비교되지 않는 민주당은 자신을 중심으로 선거판을 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러면서 이들은 오만해졌다.

결국 문제는 야당 간의 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에 있다. 합쳐서 10%의 지지율도 얻지 못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연합하기 위해 그들이 양보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거의 들어다 바치면서 민주당과 연합했고 진보신당은 독자노선을 유지한다며 진보대연합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반MB만 외쳐도 중도개혁세력과 이명박 정권, 한나라당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이 ‘그래도 민주당’이라며 찍어주는 구조에서, 유권자들이 희망하는 진보대연합이란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진보대연합 논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으로 오만한 민주당이 탄생할 수 없는 구조, 즉 야당 간의 경쟁이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전제조건이 없는 한 '반MB 진보대연합‘이나 ‘민주당 중심으로 뭉쳐!’는 유권자들이 희망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 견제’를 위한 전략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이 이렇게 오만한 반응을 보이며 쇄신과 개혁을 거부하고 그저 반MB만 외치고, 다른 야당들한테 연합해야한다고 윽박만 지를 때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그래도 민주당을 뽑아주자’이자. 그러나 이는 악순환에 불과하다. 오만한 민주당이 바뀌지 않는 한 그들에게 표를 주는 행위는 다른 야당들의 세력을 점점 더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결국 다시 민주당의 힘을 강화시켜 민주당을 더욱 오만하게 만들고 문제의 근본인 ‘경쟁이 불가능한 야권’의 구조를 더욱 공고화할 것이다. 두 번째는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게 투표하는 경우이다. 확고한 정당 지지층 없이 유권자 대다수가 당시의 이슈에 민감한 한국에서, 민주당과 중도개혁 세력에 대한 실망감은 한나라당에 대한 몰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는 비단 이번 재보궐 선거를 보고서야 알 수 있는 사실은 아니다.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많은 이들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표를 던졌다. 이제 더 이상 민주당에 표를 주는 행위는 ‘전략’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정말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고 싶다면 민주당에 표를 주지 말고 다른 야당들에게 표를 주어, 야당들끼리 경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싫어도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민주당을 비롯한 중도개혁 세력은 반MB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생산적인 구호를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다.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을 가장 좋은 전략이다.


<한겨레 훅>에 기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