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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미디어스 칼럼

과거는 과거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박근혜의 과거-미래 이분법

과거는 과거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박근혜의 과거-미래 이분법

 

[연속기고①]박근혜의 역사관, 무엇이 문제인가

조윤호 /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저자

 

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근혜 후보가 휘청이고 있다. 몇 년여간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였던 박 후보는 최근 역사관 문제에 발목이 잡히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단 평가 앞에 위기를 맞고 있다. 박근혜 역사관의 문제는 박정희 시대를 역사의 시공간으로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 채, 아버지의 기억에 매달려 있다는 점에 근본적 비극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의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박 후보의 말은 역사관의 비극이 되풀이 될 것임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미디어스>는 최근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 사회 읽기>를 펴낸 청년 논객 조윤호 씨의 글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대표적 청년 논객 가운데 한 명인 조윤호 씨의 글은 박 후보의 역사관 논쟁이 함의하고 있는 맥락과 배경 그리고 과제를 이해하는데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연재 순서>

① 과거는 과거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박근혜의 과거-미래 이분법
② 국민통합과 100% 대한민국, 정말로? : 박근혜의 나라와 박근혜의 국민
③ 박근혜의 역사관을 넘어서자, 박근혜의 나라를 넘어서자.

 

박근혜 발(發) 폭탄이 터졌다. 그 폭탄의 이름은 정수장학회이다. 지난 21일, 박근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연합뉴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수장학회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 정수장학회는 돈 없는 인재들의 학업과 연구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설립된 장학재단이다. 그 전신인 부일장학회가 1962년 설립되었고, 이 부일장학회의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왔다. 이후 박정희의 ‘정’과 육영수의 ‘수’를 따서 그 이름이 정수장학회로 바뀌었다. 박정희 일가와 측근들이 정수장학회를 운영했고, 박근혜도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박정희와 박근혜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필립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수장학회와 박근혜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1962년 부산의 기업인 김지태가 세운 부일장학회를 박정희 정권이 강탈했다는 것이다. 21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는 강탈이 아니라 헌납이었다고 주장했다. 과거 김지태가 부정축재를 했고, 박정희가 이를 처벌하려 하자 자발적으로 재산을 헌납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박근혜가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현 이사장인 최필립을 통해 정수장학회의 실세 노릇을 한다는 논란이 있다. 21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는 자신은 정수장학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최필립 이사장에게 의혹의 눈길을 벗어나기 위해 정수장학회의 이름을 바꾸고, 더 나아가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박근혜의 민생-정치공세 이분법

 

기자회견 직후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과 문재인‧안철수 캠프,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 심지어 새누리당 내 비박 인사들(이재오 등)이 박근혜를 비판했다. 법원이 이미 박정희 정권이 김지태의 헌납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는데, 법원 판결도 알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단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최필립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행동이 모순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측면보다 박근혜의 ‘역사관’에 주목하고 싶다. 그래야 정수장학회 문제를 넘어서 박근혜가 의혹과 문제제기에 대응하는 일관된 태도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나 박근혜 비판자들이 박근혜의 사생활이나 역사 인식 등에 문제를 제기 할 때 박근혜와 측근들이 떠들어대는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다. “이제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이야기하자.”, “네거티브 말고 민생에 힘쓰자.”

 

▲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 사회 읽기' 책 표지 이미지.
박근혜는 선거 유세 때마다 ‘민생’을 입에 달고 다닌다. “새누리당의 이념은 민생이다.” “박근혜의 이념은 민생이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해서,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정당은 새누리당 뿐이다.” 그리고 이 민생의 반대말은 ‘철지난 이념공세’이다. 그리고 철지난 이념공세를 퍼붓는 야당은 ‘구태정치 세력’으로 규정된다. “이번 총선은 이념 투쟁이냐, 민생 우선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다.” “이번 총선이 과거 회귀냐, 미래로 전진이냐 갈림길에서 이념과 갈등, 말 바꾸기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로 가는 출발점이 되야 한다. 지금 야당은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국익을 버리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근혜가 민생과 유사하게 사용하는 단어는 두 가지 더 있다. 바로 ‘미래’와 ‘국익’이다. 박근혜의 관점에서 정치인은 마땅히 국익과 민생만을 생각해야 하며, 이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총선 직전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야당이 이를 비판하자 박근혜는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 “19대 국회가 시작되면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24시간 일을 해도 모자랄 지경일 것이다. 그런데 민생과 상관없는 철지난 이념논쟁과 갈등으로 계속 국회가 싸움만 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민생은 온통 사라지고 정치권에서 투쟁과 이념논쟁만 하게 되면 소는 누가 키우냐.” "정치가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서민들이 힘들고 어려운데 손을 잡아 주지는 못할망정 짜증나게 하고 목소리만 높이는 정치세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저희들은 민생만 바라보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 "지금 야당은 불법사찰 폭로전을 하며 새누리당 비방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 국회가 시작되면 민생부터 챙기려고 한다, 그런데 야당은 사찰 청문회부터 하겠다고 한다, 여러분은 이념·정치 투쟁하는 야당에 투표할 것이냐" 박근혜에게 국민의 사생활이 털린 불법사찰은 민생과 아무런 관련 없는 사안인가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근혜와 박근혜 측근들은 야당이나 정적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죄다 구태정치에, 정치공세로 받아들인다. 4.11 총선 직후 새누리당 공천비리 사건이 터지고 야당이 박근혜에게 책임을 묻자 박근혜 캠프는 ‘야비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박근혜가 정수장학회 관계자들에게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민주통합당이 이에 의구심을 제기하자 박근혜 캠프는 다음과 같이 대응한다. “왜 민주당은 치졸하게 정치공세를 하느냐.” “미래를 보고 정책 경쟁을 하자.”

 

박정희 시대의 과오를 묻는 일도 박근혜에게는 민생을 챙기지 않은 채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정치공세다. "정치권에서 국민의 삶을 챙길 일도 많은데 계속 역사논쟁을 하느냐." 박근혜와 박근혜 측근들의 입장에서 박근혜 비판자들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시간에 과거의 역사를 들춰내어 이념, 역사 논쟁이나 일으키는 자들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치권 할 일은 모든 국민이 골고루 행복한 나라 만들기"라며 "미래 준비에 대해 이야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민주당은 몇 십 년 전에 돌아가신 고 박정희 대통령한테 시비를 거느라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사망한 반체제인사 장준하가 사실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타살'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박근혜 캠프는 이 역시도 '이미 다 조사가 끝난 일'이라며 '박근혜에 대한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명확히 하자는 말도 박근혜 캠프에겐 '정치공세‘인가보다.

 

박근혜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는 자서전《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민생문제 해결에 힘쓰지 않고 이념 문제에 몰두하여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이념 문제란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논란 등이다. 노무현 정부가 '개혁'이라 내세운 것을 박근혜는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로 평가절하 한다. 그러면서 계속 한나라당과 자신이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데는 열린우리당에 적극 협조했다고 말한다. 노무현이 임기 말에 주장했던 ‘대연정’도 정치공세라 치부한다.

 

그러나 노무현이 제안한 대연정을 박근혜가 받아들이면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싸우지 않고 힘을 합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근혜도 늘 여야가 협력하여 민생법안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근혜는 왜 이에 대한 고민은 없이 노무현의 대연정 주장은 정치적인 이슈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민생 문제에 협조해왔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걸까?

 

▲ 독재 유산 정수장학회 해체와 독립 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 시민사회, 유족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故) 김지태 씨의 아들 김영철 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의 미래-과거 이분법

 

박근혜의 민생-정치공세 이분법은 미래-과거 이분법과 만난다. 민생에 힘쓰는 일은 미래로 나아가는 일이며, 이념논쟁이나 정치공세는 과거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는 쓸모없는 일이란 이분법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박근혜 특유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다.

 

박근혜는 지난 9월 2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5.16과 유신의 부정적 영향력을 인정하고, 인민혁명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박근혜의 사과에서 그의 ‘역사관’이 보인다. 박근혜는 사과를 하면서도 쓸데없는 과거 이야기는 그만하고 미래를 위한 민생 이야기를 하자는 생각을 고수했다. 박근혜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저는 이번 대선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비전과 민생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런데,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라고 말한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도 “이제는 서로 존중하면서 힘을 합쳐 더 큰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과거사 논쟁을 국민을 분열시키고, 논란을 일으키는 일 정도로 치부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부산으로 간 박근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네거티브나 과거 논쟁으로 일관해서는 국민들께 희망을 줄 수 없다."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고, 새누리당의 모든 분들이 힘을 모아 민생의 고통을 해결하는 정당, 미래로 나아가는 정당으로서,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자신의 사과로 역사 논란은 끝났으니 더 이상의 논란은 구태정치, 네거티브라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는 기자회견을 하기 며칠 전, 과거사 논란에 대해 ‘언젠가 죽 한번 정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루 날 잡아서 사과 할 테니 더 이상 과거 이야기 하지 말자는 걸까? 박근혜의 과거 대 미래의 이분법, 과거에 얽매이는 건 네거티브에 구태정치이고 미래를 바라보는 건 국민의 바람이자 민생정치라는 태도는 사과를 하기 전이나 사과를 하고 나서나 변한 게 없다. 박근혜는 사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귀찮은 논쟁을 한 큐에 정리하기 위해 사과를 한 것이다. 진보논객 고은태는 이러한 박근혜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결국, 박근혜씨에게 인혁당이나 유신독재에 대한 문제제기는 증오와 분열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정당하고 꼭 필요한,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될 문제제기에 대해 그저 종결짓고 치워버려야 할 과거로 인식한다는 것은 여전히 박근혜씨의 사과가 근본적인 역사의식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박근혜는 유사한 태도로 대응했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야당의 의혹이 정치공세이며, 더 이상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고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말이다. 혹자들은 박근혜가 5.16, 유신, 인혁당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 정수장학회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강경하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난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 박근혜의 태도와 역사관은 일관성이 있다.

 

▲ 지난 2월 개관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 내부 모습.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이 기념관은 박 전 대통령 관련 영상과 통일벼 개발, 댐 구축, 고속도로 건설 등 박 전 대통령의 업적과 관련된 모형과 유품으로 채워져있다.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기념관을 공공도서관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와 만나지 못하는 박근혜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했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이고 싶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준다. 따라서 역사에 대한 연구와 문제제기는 지금의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어떻게 이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를 과거를 통해 살펴보는 작업인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질문하는 행위다. 그러나 박근혜는 과거와 미래를 대립시킨다. 과거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과거와 현재의 싸움으로 만든다.

 

박근혜가 ‘국민 통합’을 외치며 김대중과 노무현을 찾아갔다. 박정희 최대의 정적이던 장준하의 유가족들도 찾아갔다. 그러나 박근혜는 박정희가 김대중을 탄압하던 시절이 아니라, 박정희가 죽고 김대중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야 김대중과 화합할 수 있었다. 노무현이 죽고 나서야 노무현과 화해했다. 장준하의 유가족들을 찾아가 손을 내밀었지만, 장준하가 박정희 정권에게 타살 당한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박근혜와 그 측근들은 '정치공세'라며 눈을 부라렸다. 박근혜에게 죽은 장준하는 화해의 대상이다. 하지만 장준하가 '현재'의 문제로 다시 살아난다면 박근혜는 장준하와 화해할 수 없다.

 

박근혜가 전태일을 찾아 나섰다. 박근혜의 앞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김정우가 막아섰다. 김정우는 전태일 동상 앞에 선 박근혜를 막아서고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전태일 열사와 화해하겠다는 것은 사기극이라고 외쳤다. 박근혜는 앞을 가로막은 김정우를 바라보지 않고, 전태일 동상만 바라보았다. 전태일 동상에 헌화를 하기 위해, 박근혜의 경호원들은 김정우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리려 했다.

 

박근혜는 정적들에게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에 집착하는 건 정작 박근혜 본인이다. 박근혜는 과거의 죽은 적들과는 화해할 수 있어도, 현재의 적들과는 화해하지 못한다. 박근혜는 죽은 전태일과 화해하기 위해 살아있는 김정우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리려 했다. 박근혜의 눈은 자신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이미 죽어 동상으로 남은 전태일을 향했다.

 

하지만 박근혜가 과거와 화합하고, 현재의 적들과 만나며,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건 불가능할까? 김대중과 화합하면서 다시는 김대중이 당했던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인혁당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표명하면서, 국가권력에 의한 사법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 제도적 보완을 할 것인지 밝힐 수 있다. 박근혜가 전태일을 추모하면서, 자본과 국가권력이 노동자들을 탄압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과거와, 현재와 화합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와 화합할 수 있어도 현재와, 더 나아가 미래와 화합할 수 없다. 박근혜는 5.16, 유신, 인혁당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말했다. 그 말을 박근혜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과거와 현재를 대립시키고,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박근혜 본인이다.

 


<참조>

이지선, <박근혜 "야, 철지난 이념논쟁에 사로잡혀">, 《경향》, 2012.3.27.
조정훈, <박근혜 "이념논쟁만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오마이뉴스》, 2012.4.5.
윤성효, <경남 찾은 박근혜 "새누리당의 이념은 민생이다">,《오마이뉴스》, 2012.4.7.
<박근혜 측 "합법적 후원금…치졸한 정치공세">,《연합뉴스》, 2012.8.9.
<박근혜 "6ㆍ15 공동선언 지켜야하지만 10ㆍ4 선언은...>,《연합뉴스》, 2012.7.18.
박지숙, <새누리, 박근혜 공세나선 민주당 맹비난 "DJ, 노무현에만 의존">,《조세일보》, 2012.8.23.
이경태, 유성호, <부산 찾은 박근혜 "과거 논쟁 일관해선 희망 못 줘">,《오마이뉴스》, 2012.9.24.
고은태, <박근혜씨, 사과는 좋은데 방향이 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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