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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한겨레 2030잠금해제

[논쟁]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기존 정당정치를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시민들의 ‘반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당선 자체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앞으로 박 시장이 펼칠 여러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민운동가 시절, 잘못된 정책에 대해 누구보다 날카롭게 비판을 했던 박 시장이기에 스스로 잘못된 정책을 펼칠 경우 돌아오는 비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논쟁’은 20대·30대·40대 시민들에게서 ‘새로운 시장에게 거는 기대’를 들어 보았다.


 

등록금 문제 해결해달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은 변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특히 박원순은 20대와 30대, 젊은 세대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대변하면서 서울시장이 되었다. 박원순은 선거 과정에서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의 서울시정을 ‘낡은 것’으로 평가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새로움, 희망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만 제시할 뿐 이를 구체화할 내용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자, 이제 진짜 시장이 되었으니 내용을 채울 차례이다.


 

나는 20대의 한 사람으로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몇 가지를 꼭 부탁하고자 한다.


 

먼저, 서울시장의 행정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한다. 20대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느라 말 그대로 허리가 휜다. 공부 대신 아르바이트가 우선이 될 지경이다. 우리들은 사회적으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교육권을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박탈당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이미 “재정적으로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다.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이뤄내면 사회적으로 등록금 논의가 되살아나고, 사립대의 등록금 문제로까지 의제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20대가 교육권 외에 박탈당한 또 다른 권리는 주거권이다. 서울에는 학교 때문이건 그렇지 않건 자취를 하는 수많은 20대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서울의 집값, ‘전세난’ 때문에 너무 힘들다. 서울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만들어 달라.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원주민의 권리를 박탈하고 서울을 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만드는 뉴타운 사업, 무자비한 재개발 사업을 막아 달라. 용산이 울었고, 지금 명동과 포이동이 울고 있다.

또 하나, 미래의 노동자인 20대가 직면하고 있고 또 직면하게 될 노동 현실을 개선하는 데 힘써 달라. 우리는 ‘무급인턴’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꿈과 희망도 좋지만 우리는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에 살고 싶다. 열심히 일한 청년에게 그에 대한 노동의 대가를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사회 공헌’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서울시 산하기관에서는 비정규직이 없고, 노동 착취가 없었으면 좋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노동계의 지지를 받으며 애매하지만 일정 부분 이러한 요구를 수용했다. 노동 현실 개선에 대한 더 전향적인 입장을 기대한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희망’을 요구한다!

 

<한겨레>에 기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