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에서 ‘술 없는 축제’가 열릴 지도 모른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가 올해 ‘무알콜 대동제’를 열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축제에 술이 정말 필요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다른 참신한 축제 아이템이 술과 매년 열리는 주점 때문에 막혀버리고 있다는 문제의식 하에 1월부터 무알콜 대동제를 추진해왔다. 이번 달 19일 학교 대의원대회에서 각 학과 및 단과대 회장들의 의견을 듣고, 25일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시립대에서 무알콜 축제가 열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4월 3일 개최되는 학생총회에서 결정된다.

부총학생회장 이경주씨는 전화통화에서 “술이 없어도 충분히 다른 아이템으로 축제를 치를 수 있다.”며 “대학 축제하면 늘 술과 주점을 생각하는데, 우리가 고민 끝에 매년 이렇게 주점을 중심으로 축제를 운영하는지 아니면 생각하는 게 귀찮으니까 그냥 하던 대로 주점을 운영하는 건지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술 없는 축제가 현실화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총학생회 측은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무알콜축제’ 하나만을 학생총회 안건으로 내걸었다. 오지 않는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늘 사용되던 ‘서면동의안’도 받지 않기로 했다. 무알콜축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학생총회 자리에서 직접 와서, 찬반 토론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학생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서울시립대 학생총회 홍보포스터

하지만 무알콜축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3월 19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많은 학생들이 총학의 무알콜축제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대의원들은 술을 줄여야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주점을 아예 운영하지 않는 건 무리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 대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술 마시는 걸 너무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점을 통해 평소에 과를 찾지 않던 선배들이 찾아오고, 졸업생들도 찾아와 재학생들과 술 한 잔 기울이는 계기가 되는 등 주점에도 분명 순기능이 있다는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편의점 등에서 술을 사다 마시는 걸 일일이 통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부총학생회장 이경주씨는 이에 대해 “물론 조금씩 몰래몰래 마시는 것까지 통제할 수 없겠지만 티 나게 마실 경우 자원봉사단을 동원해 통제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시립대가 무알콜 축제를 개최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결국 학생들의 손에 달려 있다.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차원에서도 개강총회를 성사시키는 데 힘을 쓰고 있다. 학생처장이 교수들에게 메일을 돌려 개강총회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서울시립대 학생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총회가 성사되어야 재학생들의 의견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에 독려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알콜 축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아예 총회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 대의원은 전화통화에서 “학우들 사이에서 그냥 총회 안 가고 무산시킨다음 원래 하던 대로 술 마시겠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