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한국의 진보, 북한 위협 ‘오버’엔 비판 한 목소리

한국의 진보, 북한 위협 ‘오버’엔 비판 한 목소리

한겨레·경향·참여연대·통진당 등 진보그룹 일제히 북한 비판… “남북협력상징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화나”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중단하고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에 대한 한국진보진영의 비판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북측과의 대화 노력을 강하게 촉구하는 한편, 한반도의 위기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북한 당국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비판적 메시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한국진보진영의 입장이 모아지는 형국이다. 

<한겨레>는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중단을 선언한 9일 사설을 통해 ”북쪽은 무모한 결정을 철회하고 즉각 공단 가동을 정상화해야 마땅하다. 북쪽의 이번 조처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경향>도 이날 사설을 통해 ”현재의 안보 위기를 악화시킨 1차적인 책임은 명백하게 북한에 있다“며 ”북한은 폐쇄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개성공단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4월 9일자 한겨레 사설
 
   
4월 9일자 경향신문 사설
 

   
4월 9일자 참여연대 논평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같은 날 “북한은 남북화해협력의 상징 개성공단 볼모로 한 위협행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참여연대는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자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을 볼모로 삼은 것은 과연 북한이 현 위기상황을 대화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초래할 뿐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북한을 비판했다. ‘종북’ 논란에도 북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자제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역시 북한에 군사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이정희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은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군사행동을 하지 말고, 한국과 미국, 일본도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군사대응을 자제하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각에서 통합진보당이 북한에 대해 할 말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며 “통합진보당은 그동안 계속 남·북·미 모두 긴장을 격화시키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이번 기자회견도 그 연장선상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한국진보진영이 북한에 대해 일제히 비판적 입장을 밝힌 이유는 바로 개성공단 중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황지환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개성공단은 남북 협력의 상징”이라며 “한국의 진보세력에게는 북한이 개성공단만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아무리 강한 조치를 취한다 해도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만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잠정중단과 폐쇄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내 보수진영의 사소한 언행에 지나치게 집착해 자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10일 올라온 ‘벌초’ 논평이 하나의 사례로 꼽힌다. 우리민족끼리는 논평을 통해 “대결을 선동하고 전쟁을 촉발시키며 불의를 조장하는 괴뢰 악질 어용 매문가들을 특대형 전범자들로 낙인하고 괴뢰패당과 함께 첫째가는 벌초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괴뢰 악질 어용 매문가들은 한국의 몇몇 언론사였다. 우리민족끼리는 이어 “문화일보와 세계일보를 비롯한 괴뢰 악질 보수 언론들은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새로운 전략적 로선에 대해 악담 질을 해댔다”며 “침략자, 도발자들의 나팔수, 북침도발의 꽹과리가 되어 날뛰는 악질 보수 언론들을 그대로 둔다면 전쟁밖에 일어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한이 청와대나 외교부의 논평도 아니고 일부 보수성향 신문사의 기사를 가지고 전쟁 운운하는 태도는 ‘오버’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북한의 이 같은 행위가 남한 내 보수 세력을 자극하는 적대적 공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진보세력은 남북한의 불필요한 긴장을 높이는 북한의 ‘오버’에 대해 자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진보신당 윤현식 정책위의장은 “ 결과적으로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한국의 보수 세력과의 적대적 공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장은 또한 “북한이 이렇게 나올수록 보수진영의 미국 무기를 사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도 묻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이런 결과를 불러오는 북한의 지나친 행동에 대해 진보세력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