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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에 유독 뿔난 조선일보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에 유독 뿔난 조선일보

[아침신문 분석] 대화 제의보다 더 중요한 건 박근혜의 리더십?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1일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대화 제의를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에 비하면 전향적인 변화라는 분석이다.
 
박근혜는 왜?
 
박근혜 정부가 정책 전환을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 언론은 박근혜 정부가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더 강경하게 대응하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류 장관의 이번 성명이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우리가 대화의 문까지 열어놨는데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강경 대응할 명분이 생긴다는 관측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3면
 
 
박근혜 정부가 강경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반증은 또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박근혜 정부가 대화를 제의하긴 했지만 “강경한 메시지도 같이 던졌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박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며 “보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내외의 대화 압박에 한 발 물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일보>는 “남북 간 대화를 원하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박근혜 정부의 대화제의가 존 캐리 미 국무장관의 방한 하루 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대화를 원하는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남한은 대화하는 데 북한은 기만전술?
 
보수성향의 신문들은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대화제의를 소개하는 한편, 북한의 태도를  비판하는 기사도 비중있게 배치했다.  언론은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 바로 옆에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배치했다. <국민일보>는 1면 “정부, 북 대화의 장에 나와라”라는 제목의 기사 밑에 “김정은, 치기 어린 협박 약효없이 고립 자초”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3면에는 박근혜 정부가 대화 카드로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기사 밑에 북한이 미사일을 꺼냈다 집어넣었다 하며 기만전술을 쓰고 있다는 기사를 배치했다.
 
   
국민1면
 
 
<동아일보>는 5면에 한국이 북한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기회를 주었다는 기사를 실었는데, 그 바로 밑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대를 옮기며 기만전술을 쓰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 밑에는 미 국방부가 “북한이 위험한 선에 근접하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의 기사를 넣었다. 4면에서는 “남한은 모든 전략을 다 노출하는 체스 게임을 하고 있는데 북한은 패를 숨기고 포커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도 마찬가지다. 4면 기사 “박 대통령 북과 대화의 창 열어놔야 긴장완화로 국면전환 의지” 바로 옆에 북한이 위험한 선에 근접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세계일보> 역시 한국이 대화를 제의했다는 기사 밑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 5면
 
 
반면에 기사 배치를 통해 남북평화를 강조한 언론도 있다. <경향>은 3면 기사 “단호한 대응서 대화하자로…박근혜 정부 대북 대응 선회” 밑에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와 “북측 책임자가 식량 들고 입주업체 찾아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실질적 대화를 위한 첫 걸음에 나섰다는 내용의 기사 옆에 빚까지 내서 개성공단에 참여했지만 부도를 고민하고 있다는 개성공답 입주업자의 이야기를 실었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경향 3면
 
 
대화 제의에 뿔난 조선일보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놓고 불만을 표시한 언론도 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가 대화를 제의했다는 내용의 기사 옆에 “北의 끝없는 협박…국민이 화났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민들이 앞장서서 북한을 규탄하고, 서해 장병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을 보내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국민들은 이렇게 북한을 규탄하고 있는데 정부는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며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일까.
 
   
조선1면
 
 
4면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더 이상 악화는 안 된다는 정부 수뇌부의 판단”이 있었지만 “북은 사실상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정부만 얕잡아 보일 수도” “성급했다는 지적” “북한의 심리전에 당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대화 제의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가 명확하지 않고 불분명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겨레>는 1면에서 “한반도 위기를 풀기 위한 획기적인 조처나 메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향>은 보수 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을 고심한 나머지 명확한 대화 제의는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한겨레>는 3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는 전향적이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이런 대목 때문에 북한이 정부의 대화 제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찜찜하다며 묵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북 메시지가 일관성이 없고 오락가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겨레3면
 
 
안보위기를 극복한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를 비판한 언론도 있지만, 몇몇 언론은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특히 언론의 눈에는 박근혜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좋게 보인 모양이다.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외국인 투자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박근혜의 사진이 실렸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가 1면에 투자자들과 대화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싣고, 그 밑에 박 대통령이 북에 대화를 제의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배치했다.
 
   
중앙일보 1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가장 강조한 언론은 세계일보였다. <세계일보>는 3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도 챙기고 정치권과 소통도 하고 안보도 챙기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안팎 위기 관리에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세계일보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