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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노동당 기관지

용역깡패 물러나라, 깡패언론도 물러나라

지난 7월 20일, 송전탑에서 농성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천의봉, 최병승을 응원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이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과 노동자들이 울산으로 향했다.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을 크레인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던 ‘희망버스’가 다시 출발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사측이 움직였다. 사측 용역들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다. 용역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충돌하면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커터 칼과 낫, 소화기를 들고 있는 용역들의 사진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용역들의 물대포는 현장을 포착하려는 기자들의 카메라를 겨냥했다.

‘펜’으로 폭력을 휘두른 언론들

폭력을 휘두른 건 현대차 용역만이 아니다. 언론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몇몇 언론들은 펜이라는 무기를 이용해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세계일보 등의 언론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1면에 경찰을 향해 ‘죽봉’을 휘두르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사진을 실었다. 그리고 <한진重흔들었던 시위꾼들, 이번엔 현대차에서 ‘죽봉 폭력시위’>라는 제목을 달았다. 10면에서는 ‘또 등장한 죽봉’ ‘폭력버스’ ‘시위꾼에 습격당한 울산 현대차’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며 희망버스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중앙일보는 23일 16면에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조직적인 죽봉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23일자 10면에서 경찰관과 현대차 직원들이 시위꾼들에게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조중동 기자들 눈에는 죽봉으로 보이던 것이 한국경제 기자 눈에는 쇠파이프로 보였나보다. 한국경제는 22일자 33면에서 2500명의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쇠파이프를 휘둘러 폭력사태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의 보도에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들고 있었던 것이 ‘만장’이었다는 사실이 없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며칠 전 자살한 노조 간부를 추모하기 위해 만장을 들고 있었다. 만장은 죽봉과 쇠파이프로 둔갑했다. 또한 이들의 보도에는 사측이 행사한 폭력이 없다. 집회 장소로 향하려는 이들을 가로막은 용역과, 그들이 쏘아댄 물대포와 소화기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

‘폭력버스’과 ‘술판’이 있다, ‘정몽구’는 없다.

이들 언론의 보도에는 ‘왜’가 없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말하지 않는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천의봉, 최병승이 왜 300일 가까이 되는 시간을 위험천만한 송전탑 위에서 보냈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법원에서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는데도 왜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지 말하지 않는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처절한 싸움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무관심이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은 희망버스 행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무플로 일관하다 악플을 쏟아낸 셈이다. 세계일보는 22일자 10면에서 희망버스를 ‘난장버스’와 ‘술판’으로 규정했다. 그들의 보도엔 이 사태의 원인인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이 없다. 본질엔 눈 감은 채 현상에만 주목한다.

누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그 학생이 성적 때문에 괴로워했다거나 인간관계가 안 좋았다던가 하는 ‘이유’를 찾는다. 그래야 또 다른 자살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묘사하는 언론은 좋은 언론이 아니다. 좋은 언론은 빈곤이나 증오 등 살인 가해자가 지닌 살인의 동기와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언론이다. 희망버스를 왜곡 보도한 언론들에게는 이러한 고민이 없다.

용역들이 기자들에게 물대포를 쏜 이유

사측 용역들은 카메라를 향해 물대포를 쏘았다. 현장에서 벌어진 폭력을 전하기 위해 모여든 기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뿌렸다. 무엇이 두려워서 그랬을까.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언론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정몽구와 현대차 사측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현대차 사측이 얼마나 폭력적인 집단인지 보도하는 것이다. 펜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로 더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버스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것, 이것이 현대사 사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따라서 희망버스는 용역깡패보다 더 무서운 깡패언론과 싸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