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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보며 한 해 마무리한 김무성 “우리 땐 다 그랬다”

‘국제시장’ 보며 한 해 마무리한 김무성 “우리 땐 다 그랬다”

새누리당, ‘국제시장’ 관람으로 종무식…“부정적 역사도 품어야”

김 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들이 이념논쟁에 휩싸여 있는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며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성세대가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켰다는 점을 젊은 사람들도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들은 31일 오전 10시 40분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는 것으로 종무식 행사를 대체했다. 당 종무식 행사를 영화 관람으로 대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영화를 통해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시장>은 현대사를 배경으로 힘겹게 살아온 아버지 세대에 관한 영화로, 이 영화의 배경인 국제시장은 김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 근처다. 김 대표의 아들 고윤씨가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다.

<국제시장>은 이념논쟁의 도마에 올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국기배례를 하더라. 우리가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의 몇몇 평론가들이 산업화 세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라고 비판하면서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졌다.  

   
▲ 영화 ‘국제시장’ 속 한 장면
 

김무성 대표도 영화에 대해 박 대통령과 비슷한 해석을 했다. 김 대표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국기 하강식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땐 전부 그랬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극장에 와도 영화 상영 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오후에 하강식을 하면 국기에 대한 명세를 하고. 우리가 그렇게 살았다”며 “그 때는 다들 나라가 먼저였다. 지금은 개인이 먼저다. 그런 점을 잘 반영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김무성 대표가 이념논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인 해석이 나온다. 보수세력의 대표주자인 김 대표가 산업화 세대에 대한 향수를 깔고 있는 이 영화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고 본인이 보수의 상징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영화 상영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점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국제시장>이 경제발전 과정 등을 묘사하는 ‘긍정적 사관’에 의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구세대와 신세대가 같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고, 세대 간 소통을 해야겠다는 취지에서 영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것이 진영 논리에 빠져 한 걸음도 진전하지 못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부정적 역사든 긍정적 역사든 모두 품어야 한다”며 “내일 아침에 현충원에 가서 역대 대통령 묘를 다 참배할 것이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지금 평가가 너무 잘못돼 있기에 내일 순서대로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묘를 참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1일 오전 영등포 CGV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 의원들과 김무성 대표 간에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친박 중진 7인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고, 친박계 의원들은 30일 송년 모임 자리에서 김 대표가 당을 ‘사당화’한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이날 친박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시끄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많은 의견이 분출되고 그 의견을 수렴해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정치이기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하고, 오해에서 생긴 이야기 잘 이해시키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운하지 않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민주주의는 원래 그런 거라니까. 판단은 여러분이 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친박 중진들의 비밀 회동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다 좋은데 소통이 부족하다고 다들 지적했지 않나. 그렇게라도 만나 소통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한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같은 날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문 의원은 김 대표의 관람 시각과 비슷한 10시 50분 영등포 롯데시네마에서 출입기자, 당원 등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문 의원의 <국제시장> 관람을 두고 산업화 세대에 대한 관심을 통한 중도층 확보라는 정치적 해석이 나왔다. 문 의원은 이에 대해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영화 관람까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