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콘크리트 지지율, 집토끼도 떠난다
[분석] 정윤회 문건으로 하락한 지지율, 수첩파동‧연말정산으로 30% 초반까지 추락
‘콘크리트 지지율’ ‘견고한 지지층’
박근혜 대통령을 일컫던 이런 단어는 이제 옛말이 됐다. 집권 1년차 50~60%를 상회하던 지지율이 30% 초반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이제 30%까지 위험하다는 말이 나온다. 단순히 지지율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경북‧노년층 등 ‘집토끼’까지 떠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끝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16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이 35%를 기록했다. 20일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5%에 그쳤다. 심지어 21일에는 33.2%까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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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미터 여론조사 | ||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 계층에서 고르게 빠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새누리당 지지층, 보수층에서 지지율이 빠지고 심지어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과 수첩 파문 이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부산·경남·울산에서 7%, 60세 이상에서 6.2% 하락 등 거의 모든 계층에서 하락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대구‧경북의 긍정평가 44%보다 부정평가 46%가 높았다.
직장인 권모씨(47)는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더 믿을 만하다’는 생각에 박 대통령을 찍었다. 그러나 현재는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 권씨는 ‘인사 문제’를 문제로 꼽았다.
권씨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인사가 만사인데, 회사조직이었다면 현재의 정부는 와해직전의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권씨는 “남들이 아니라고 하고, 문제도 발생하면 (대통령이) 재고를 해보고 소통도 해봐야하는데 소통은 안 되고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이 계속 일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아 청렴할 것이라 생각했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세월호 때도 박 대통령이 무슨 책임이 있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
박씨는 “거듭되는 인사문제와 정윤회 파동이 이유”라고 밝혔다. 박씨는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과 종편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문제라고 비판하다보니 진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사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현상은 집권 1년차부터 반복됐다. 정윤회 의혹을 수습할 것으로 예상됐던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인사 쇄신안은 없었다. 그 결과 기자회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오히려 많았다.(리얼미터: 부정평가 52.2%, 긍정평가 38.9%, 한국갤럽 : 부정평가 40%, 긍정평가 28%)
연이은 수첩파문, 연말정산 논란으로 인해 지지율은 더욱 하락세를 타고 있다. 권씨는 “정윤회 건 등은 그냥 지류일 뿐이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인 문제가 더 크다”며 “연말정산이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을 지지 철회 이유로 꼽는 이들도 있다. 부모님의 권유로 박근혜 대통령을 뽑은 대학생 정모씨는 담뱃값이 2000원이나 올라 박 대통령을 뽑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게시판과 ‘새누리당 누리터’ 게시판에는 “담뱃값 인상 때문에 박근혜 지지철회한다” “담뱃값 인하해라, 지지율 떨어지기 전에”라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지층이 등 돌리는 현상은 앞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이 큰 변수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의 격차가 좁혀지거나 오히려 역전됐다. 한국갤럽 1월 2주차 조사에선 새누리당 지지율이 박 대통령보다 8%나 앞섰다. 21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37.4%로 박 대통령 지지율(33.2%)보다 높았다. 당청관계가 역전됐고, 새누리당이 더 이상 정부의 편에 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여러 가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수첩파동 자체가 김무성‧유승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새누리당 내 비박과 청와대의 갈등을 보여준다. 김무성 대표의 수첩이 언론사 사진에 찍힌 것을 청와대에 대한 김 대표의 시위로 보는 해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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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누리터 게시글 갈무리 | ||
연말정산을 두고도 김 대표와 새누리당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2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의 불만을 초래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며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도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정부와 선긋기에 나섰다. 이정현 최고위원이 “증세와 관계가 없다”고 정부 입장을 옹호하자 김 대표는 “국민들은 증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그나마 남아있는 집토끼로 인해 변화를 추구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관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 대통령이 국정 위기를 돌파하려면 남북관계를 풀어야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보수단체의 삐라살포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보수단체의 지지마저 잃을 것을 우려해 조심스러워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박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인적쇄신이다. 몇몇 언론보도를 통해 박 대통령이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업무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쇄신이 큰 변화로 인식된다면 지지층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안 하니만 못한
인적쇄신이라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더 떨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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